메뉴 건너뛰기

close

밤이 깊었건만 김학령과 강시우는 쉬어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산길을 헤매고 있었다. 한참을 가던 김학령은 낯익은 바위가 다시 한번 시야에 들어오자 한숨을 쉬었다.

 

“형님, 여기는 아까 지나온 곳이 아니오?”

“허...... 이것 참. 여우에라도 홀렸나.”

 

그들은 다시 방향을 잡고 산기슭을 타고 올라갔는데 다리가 불편한 김학령으로서는 괴로운 행보였다. 한참을 헤매던 그들의 눈앞에 멀리서 노란 불빛이 아른거렸다.

 

“형님! 불빛이 보입니다!”

“오! 이런 곳에도 인가가 있었구나!”

 

김학령과 강시우는 신기해하며 인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인장 계시우?”

 

김학령과 강시우는 불빛이 아른거리는 집안을 향해 소리쳤지만 내다보는 이는 없었다. 방 한 칸과 부엌이 다인 집의 맞은편에는 헛간이 자리 잡은 게 다였다.

 

“지나가는 과객이외다. 게 아무도 안계시우?”

 

방안에는 불빛만 아른거릴 뿐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강시우가 앞으로 나서 슬며시 방문을 밖으로 당겨보았다. 작은 방안에는 호롱불만 흔들릴 뿐 아무도 없었다.

 

“이 밤중에 주인장은 어디로 갔을꼬......”

 

강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방문을 열어 둔 채 자리를 잡고 앉아 그때까지도 다친 다리를 잡고 서 있는 김학령에게 손짓을 해보였다.

 

“뭐해? 어서 들어오지 않고?”

“그래도 주인장이 없는데 들어와 있는 건 좀 그렇지 않소?"

 

“어따...... 뭘 그리 체면치레를 하나? 호롱불이 밝혀져 있는 걸로 봐서는 멀리 뒷간에라도 갔다가 곧 돌아올 것 같은데 발이나 좀 쉬라고.”

 

김학령이 방안에 들어온 뒤 한참이 지나도 집 주인은 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먹은 것이라고는 굳은 떡 한 조각이 다였던 김학령은 배가 주려오기 시작했다. 강시우 역시 배가 고프긴 마찬가지였다.

 

“이봄세. 부엌에 먹을 것이 있는지 좀 갔다 와야겠어.”

 

집주인이 오지 않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김학령은 그보다도 주린 배를 채우는 게 더 급해 강시우의 말에 순순히 동조했다. 강시우를 따라 김학령이 일어서려 하자 강시우는 그런 김학령을 잡아 방에 뉘였다.

 

“자네는 몸도 불편한데 그냥 누워 있게나. 내 금방 먹을 걸 찾아서 옴세.”

 

강시우가 나간 후 김학령은 방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김학령은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뭘까?’

 

김학령은 문을 벌컥 열어놓은 채 밖을 내다보았다. 여전히 주위에는 아무도 다가오는 기색이 없었고 방 옆 부엌에는 강시우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날 뿐이었다.

 

“이게 다군 그래.”

 

강시우는 부엌에서 나와 소쿠리에 담은 대 여섯 개의 감자를 보였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감자를 삶아야겠어. 부엌에 모아놓은 땔감도 없으니 내 좀 다시 나갔다옴세. 땔감이라도 잔뜩 모아오면 집주인에게 실례도 되지 않고 좋지 않겠나.”

 

강시우가 떠난 후 김학령은 소쿠리에 담긴 감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막 싹이 올라오려 하는 감자 눈은 김학령에게 마치 그를 슬픈 눈으로 올려다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끔 했다. 순간 김학령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으흐흐흑......”

 

한번 흘러내리기 시작한 김학령의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김학령은 고개를 숙인 채 통곡을 하며 꺼이꺼이 울어대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울려 퍼지던 연발총 소리와 동학농민군의 비명소리가 어우러져 함께 흐느끼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우금치#동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