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월)부터 12일(금)까지 EBS 교육방송의 <다큐10>을 통해 '왜 민주주의인가?'라는 타이틀로 5편의 민주주의관련 다큐멘터리가 방송됐다. 미국의 PBS, 일본의 NHK, 영국의 BBC 등 전 세계 33개 나라의 42개 공영방송국들이 공동으로 제작한 10편의 다큐멘터리 중 5편을 엄선해서 방영한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덴마크에 본부를 둔 스텝 인터내셔널 워킹 그룹(Steps International Working Group)에서 기획하고 진행한 것으로 이 단체는 영국 BBC와 덴마크 DRTV의 프로듀서 등이 서방 각국의 방송 프로듀서와 남아프리카, 덴마크의 TV 제작회사 등과 공동으로 설립한 비영리 영상제작 단체다.
여기서 제작된 10부작 다큐멘터리 <왜 민주주의인가?>(Why Democracy?)는 2007년 가을부터 전 세계 200여개 나라 3억 명의 시청자들에게 동시에 방송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도 EBS 교육방송을 통해 소개된 것이다. EBS보다 하루 늦은 9일(화)부터는 일본의 NHK - BS1을 통해서도 똑같은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시작했고 10월 20일까지 모두 10편의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다. EBS의 보도자료에서도 밝혔듯이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33개 나라의 42개 방송국들이 공동으로 제작한 국제규모의 공동 프로젝트 다큐멘터리다. 민주주의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와 접근방법을 볼 수 있는 내용으로 10편의 다큐멘터리와 20편의 단편 영화로 제작되었다.
전 세계 33개 나라와 42개의 방송국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 <왜 민주주의인가?> 그런데 아무리 참여나라와 방송국을 찾아봐도 <대한민국>과 우리의 방송국명은 보이지 않았다. 왜 세계적인 공영방송을 자칭하는 우리나라의 KBS 한국방송과 EBS, MBC 등은 참여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깊어진다.
EBS 교육방송과 MBC 문화방송은 차치하고라도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는 국가 공영방송으로써 반드시 참여하고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세계 다수의 방송국들과 보조를 함께 했어야 진정한 민주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역할을 했다고 말 할 자격이 될 것이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신료 인상이라는 그들의 절대 절명의 목표에도 떳떳할 수 있을게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방송국의 이름은 그곳에 없는 것일까?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참으로 많은 사고를 하게 하는 개념에는 틀림없다. 얼마 전 미얀마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태를 보면서 1980년 광주에서 벌어졌던 민주화운동의 모습이 교차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당시 KBS를 비롯한 우리의 방송들이 그랬던 것과 같이 미얀마의 공영방송국에서 보도되는 뉴스는 그들의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10월 14일자 KBS일요스페셜 <현장보고 미얀마, 봄은 오는가>에서 KBS 는 27년 전 자신들이 이미 범했던 똑같은 내용을 미얀마의 방송국에서만 벌어지는 남의일인 양 보도했다. 다시 한번 “수신료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사실 우리의 민주주의와 관련한 방송 프로그램은 그동안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많이 제작되어 시청자들에게 소개되었다. 국회방송과 KTV 등지에서는 정규 프로그램도 방영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전 세계 33개 나라에 이르는 많은 국가와 방송국들이 참여해 인류의 보편적 시선으로 바라본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국민들이 모두 시청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비록 EBS 교육방송을 통해 5편이 엄선되어 방송된 것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만약 KBS한국방송 혹은 EBS교육방송이 <왜 민주주의인가?>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면 선별된 5편이 아닌 우수한 작품 10편 모두를 시청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한마디로 정의하기엔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시선으로 민주주의를 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사례만이 아닌 이웃나라 그리고 지구반대편에서 벌어지는 다른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되게 때문이다.
KBS의 수신료인상 문제가 최근 방송가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수신료를 올려야 할 당위성을 내세우는 KBS와 그것을 반대하는 입장의 첨예한 대립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KBS의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 합니다” 캠페인 중 ‘유료방송 가입자 중 54%는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깨끗한 지상파방송만 보기를 원합니다.’라는 자막내용에 대해 16일 오후 방송위에서는 유료방송에 대한 폄하적 내용이라고 ‘주의’조치를 내렸다.
KBS는 자사채널의 홍보에 “세계적 공영방송”이라는 수식어를 자주 인용하곤 한다. 그리고 영국의 BBC와 일본의 NHK를 언급하면서 마치 KBS가 그들과 같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홍보하려고 한다. 물론 많은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은 우리의 공영방송 KBS가 세계적인 공영방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바란다.
진정한 세계적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외형적 치장보다는 내실 있는 경영과 함께 국민적 고민을 함께하고 나아가 글로벌 공통의 관심사를 함께하는 역할이 필요한데 아직 KBS는 그러한 최소한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대한민국, 국민의 손으로 이뤄낸 진정한 민주국가 대한민국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전 세계 200여 나라 3억 명의 시청자가 함께 시청하고 있는 스텝 인터내셔널 워킹 그룹의 <왜 민주주의인가?>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10편 모두를 우리의 공영채널에서도 시청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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