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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그것밖에 먹지 않아요?”

급식 실에서 밥을 받아가지고 나오는 모습을 본 동료 선생님이 하는 말이다. 어린이들이 받는 밥보다도 그 양이 적었다. 물음에 답할 적당한 말을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빙그레 웃음으로 답한다. 물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식의 즐거움에 대해서 한 두 마디로 다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웃는 것이다.

 

처음부터 소식을 한 것은 아니다. 거식에다 거음이었다. 물론 보통 사람들보다 크다. 지금이야 키가 179cm 되는 이가 아주 흔하지만, 내가 자랄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덩치가 큰 데다 무엇이든지 잘 먹으니, 모두가 고개를 옆으로 흔들 정도였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을 정도로 먹고 마셨다.

 

특히 술은 더욱 더 잘 마셨다. 앉은 자리에서 맥주 1박스는 거뜬하게 해치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밥 들어가는 곳이 있고 술 들어가는 곳이 따로 있다고 큰 소리를 치면서 마시고 먹었다. 그렇게 과음하고 과식하게 되니,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였다. 눈 뜨고 보아줄 수 없을 정도로 가관이었다.

 

제일 눈에 거슬리는 것은 배가 나오는 것이다. 나온 배를 관리하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이내 헐떡였다. 거대한 배로 인해 내 몸은 망가지고 있었다. 어리석은 마음이 앞서다보니, 그런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큰 소리를 칠 줄만 알았지, 병이 깊어지는 것을 전혀 의심조자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뇨를 한번 체크해보지.”
“무슨 소리?”
“아니야. 물을 그렇게 자주 마시는 것을 보니, 이상해.”

 

1995년 어느 날 동료 선생님의 권유였다. 그럴 일이 없다고 그냥 우습게 넘기고 말았다. 그렇게 그냥 넘기고 말았는데,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허기가 지니, 참을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거기에다 어지러움 증까지 생기게 되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뇨병입니다. 그리고 고혈압이기도 합니다.”

무심한 표정으로 내뱉는 의사의 말에 귀를 위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에 이상이 생기니, 병원을 찾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혈액 검사를 하게 되니, 이런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에게 이런 병이 생길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강력하게 부정하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몸의 이상을 감지하고 있으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우선 물이 너무 많이 마셨다. 마셔도,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자꾸만 당기는 물을 마시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제일 먼저 실천한 것이 식이 요법이었다.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식이 요법의 기본은 칼로리다. 칼로리 섭취를 오버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저 칼로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조악한 식품을 먹는 일은 고통이었다.

 

당뇨 약을 섭취하면서 식이 요법에 충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식을 천천히 먹는 일이었다. 오랫동안 씹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100번 이상 씹게 되니 식사량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였다. 적은 양의 밥을 입안에 넣고 오랫동안 씹는 것이 소식의 비결이었다.

 

식사의 양을 줄일 수 있게 되니,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이 귀찮고 싫은 일이었다. 그런데 소식을 하게 됨으로서 자연스럽게 가벼워진 것이다. 우선 몸이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되어서 좋았다. 몸이 가벼워지니, 자연스럽게 운동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벼운 몸의 자유로움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이제는 당뇨약은 먹지 않는다. 당을 체크하면서 조정이 되고 있으면 약은 섭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간혹 당 수치가 올라가는 수도 있다. 그럴 때에만 약을 먹는다. 당뇨를 친구를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멀리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소식으로 당뇨를 친구 삼아 사이좋게 가벼움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살아가고 있다.<春城>

덧붙이는 글 | 성인병 탈출 기사


#소식#당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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