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문의 ‘소수정당․후보’ 무시가 심각한 수준이며, 방송보도 또한 겨우 생색내기 정도의 관심을 보일 뿐 소수정당 후보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14일 오후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대선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번 출범식은 지난달 경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확정된 이후 연 공식적인 행사였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노회찬, 심상정 후보를 비롯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덕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의장, 김흥현 전국빈민연합 의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권 후보는 이번 출범식에서 선대위 산하 비정규직철폐특별본부 본부장을 직접 맡기로 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핵심 공약으로 강조했으며, 한-미FTA 국회 비준안 저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범국민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노동당은 사회양극화 현상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등 소외계층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원내진보정당으로서 그 가치와 역할이 크다. 노동자·농민·빈민·여성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만 보더라도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은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13%의 표를 얻으며 입지를 굳힌 것도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될 경우, 권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9~12%를 상회한다는 결과가 나올 만큼, 이번 대선에서도 적지 않은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중·동, 민주노동당 무시 심각 그럼에도 10월 15일 보수신문들은 민주노동당의 ‘선대위 출범’을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짧은 단신 정도로 취급하는 등 민주노동당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이는 불과 사흘 전인 11일 이명박 후보의 선대위 출범식 관련 보도에 비해 매우 큰 대조를 보인다.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에 대한 언론의 무시 및 홀대는 유권자에게 민주노동당 후보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유의미한 후보군에서 그 후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조작효과를 야기하는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0월 11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선대위 출범 당시에는 각각 3, 5건의 양을 할애해 보도한 데 비해, 민주노동당의 ‘선대위 출범’에 대한 보도는 1건도 싣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선대위 출범’을 단신으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표1>참고)
특히 이명박 후보 선대위 출범 때 가장 많은 양을 보도한 중앙일보는 당시 한 개 지면을 모두 할애했으며 특히, 10월 11일 <이명박 옆 4인 누가 더 셀까>는 ‘선대위원들의 보고·지시 업무 관계도’를 표로 만들어서까지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부인 김윤옥씨 보좌관 김금래 부실장 임명돼>라는 기사에서는 이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의 동정까지도 보도했다. 이처럼 당선이 유력한 정당의 출범식에서는 후보 부인의 동정까지도 흥미위주로 보도하면서, 민주노동당의 경우는 단 한 단의 뉴스가치조차 없다고 본 중앙일보의 편집은 이해하기 힘들다. 서울신문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신문의 민주노동당 선대위 출범 관련 기사는 연합뉴스의 사진 기사 한 건뿐이었다. 반면 이명박 후보 선대위 출범식에 대한 기사는 <토크쇼 하듯 ‘파격’>, <선대위 출범식 장소 천안 포기한 까닭>, <한나라 공동선대위원장 포부> 기사에서 가십거리에 불과한 소식을 상세히 전한 바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보도 건수와 내용에 있어 이명박 후보 선대위 발족 보도와 편파적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민주노동당의 ‘선대위 출범’ 소식을 짧게 전달하는 것에 불과하여 소수 정당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다 볼 수 없어 아쉽다. 방송도 생색내기에 그친 아쉬운 보도 방송보도가 보인 태도도 아쉽다. SBS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선대위 출범식 관련 보도를 4건이나 내보냈고, KBS와 MBC는 각각 2건씩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표2>참고)
방송 3사의 이명박 후보 선대위 출범식 보도는 이 후보 측이 내세운 선거대책위 진용의 특징을 세세히 보도했다. 특히 SBS는 한나라당의 선대위 구성 과정과 각계 인사 영입 문제 등까지 다루는 등 선대위 구성에 큰 관심을 보였다. 또 방송 3사는 실천하는 경제대통령, 실용정부, 국민성공 캠프, 실천력 있는 대통령, 국민성공시대 등 이명박 후보 측이 내세운 긍정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반복해서 소개해주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반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선거대책위 출범식과 관련한 보도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KBS와 MBC가 1꼭지의 보도에서 문국현 후보의 창당발기인 대회와 함께 다뤘고, SBS는 단신으로 처리했다. 3사 모두 권 후보가 비정규직 문제해결, 한미FTA 저지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고 전하는 데 그쳤고, KBS와 MBC에서는 권 후보가 진보개혁세력 결집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후보단일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의 선대위 구성을 상세히 전하고 긍정적인 캐치프레이즈를 강조한 것과는 차이가 나는 보도태도이며, 그간 지속되어온 방송의 소수정당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낸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소수정당·후보에 대한 정보 제공도 선거보도의 기본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언론이 소수정당 후보를 외면하고 한나라당과 대통합신당 등 거대정당 위주로만 선거를 보도하는 것은, 선거를 기존 거대정당 중심의 각축장으로 몰아감으로써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위다. 대통령 또는 의원을 뽑는 것이 민주주의 선거의 첫 번째 목적이라면, 다양한 정치집단이 유권자인 국민을 향해 그들의 정견을 전달하고 각축함으로써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학습하고 정치 발전이 전향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적이다. 그래서 선거가 정치 축제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소수정당을 외면하고 있다.
특히 조·중·동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편파 보도로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 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BBK 의혹, 위장전입 의혹, 부동산 의혹 등 정치권과 언론계를 중심으로 이 후보 검증 논란이 일었을 때 이들은 철저히 이 후보를 감싸고 신빙성 있는 의혹제기를 외면함으로써 이 후보의 편을 들었다. 그랬던 보수언론들이 적극적 검증은 뒤로하고서라도 진보정당과 후보를 무시하고 기본적인 정보전달마저 방기하는 것은 언론의 제 기능을 스스로 저버린 것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과 유권자들은 진보정당의 공약과 정책은 물론, 후보 개인의 인물됨에 대해서도 알권리가 있다. 보수정치세력의 오랜 구태와 이전투구에 신물이 나 있는 국민들 중에는 진보정당을 대안으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언론이 이런 국민들의 알권리와 관심을 외면한다면 한국 정치의 구태와 악습에 대한 책임을 이들 언론에게도 물을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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