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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읍성 가을나들이 우리나라 읍성 가운데 가장 잘 보존된 곳이기도 한 낙안읍성은 초가지붕 아래 사람들이 살고 있어 우리의 옛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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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도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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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찾아 떠나자!”
가을을 찾아 떠날 필요가 있을까요. 어느 곳을 보나 가을은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에서 가을의 풍요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벌써 벼 수확이 끝난 논에는 겨울을 기다리는 황량함이 느껴집니다. 논 가상에는 짚더미가 높게 쌓여 있습니다. 구불구불한 도로 길가 벚꽃나무는 벌써 벌거벗은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가을인가 쉽더니 벌써 겨울의 문턱에 서있는가(?) 혼란스럽게 합니다. 머리카락을 흔들고 지나간 바람에도 가을이 다가왔음을 쉽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가을바람이 지나가는 길 따라 흔들리는 살살이 꽃의 리듬에 어느덧 마음은 그곳에 파묻힙니다.
지난 주말(14일) 순천 낙안읍성을 찾았습니다. 올망졸망 초가집들이 정겹게 모여 있습니다. “대궐기와집보다 초가집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요?” “유년의 고향이 그 곳에 있기 때문일까요?” 고향은 늘 어머님의 따스한 품입니다. 낮은 담장 길 따라 이집 저집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낙안읍성에는 유년 고향의 모습이 살아있습니다. 일 년 내내 눈비 바람을 막아 빛바랜 회색빛 초가지붕은 수확이 끝나 새로 황금빛 볕 짚으로 단장을 하여 대궐기와집보다 더 빛나는 황금초가지붕이 되었습니다. 농민은 한해 농사도 중요하지만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볕 짚으로 집 단장까지 끝나야 한해를 마감하고 편안한 새해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돌담 성벽으로 둘러진 읍성을 들어가려고 하자 수문장의 우락부락한 눈초리에 걸음이 멈추어집니다. 지난 4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수문장 교대의식을 볼 수가 있다고 합니다. 수문장 별감 병방 취라척 수문군으로 구성된 수문군은 성을 지키는 군대라고 합니다. 성안의 백성을 보호하고 성을 지키는 중책을 맡은 만큼 그들의 의식 또한 엄하고 절도 있게 보입니다.
고려후기 왜구침입을 막기 위해 흙으로 세워진 토성인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태조 6년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부임하면서 돌로 튼튼하게 석성을 쌓았다고 합니다. 초가지붕 따라 난 작은 골목길 따라가다 보면 읍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서 옛 정취를 지금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열두 살 때부터 낙안읍성에서 짚방석이며 짚신 등 짚으로 만드는 생활도구들을 만들기 시작하였다는 김종각(75)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오늘도 널따란 마당에서 짚으로 맷돌방석을 한땀 한땀 엮어가고 있습니다. 생활하면서 필요한 것들 중에 짚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들에 나가 소 먹이를 채취하거나 땔감용 나무를 채집하기 위해 요기 나게 쓰는 꼴망태, 나락, 콩 등 곡식을 건조시키기 위한 멍석 등을 다 할아버지 손으로 만들어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농사를 지으면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벼농사는 쌀도 중요하지만 부수적으로 나오는 짚 또한 중요하다고 합니다. 가을이면 초가지붕을 새롭게 단장할 재료가 되며 생활용품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고 합니다. “'다마금' '농림유고'는 쌀도 좋고 짚이 최고였지.” “생활용품을 만들기에 좋은 벼는 '깨 벼'가 제일 좋았지.” 벼 알갱이가 깨알처럼 작았지만 벼 짚은 생활용품을 만들기에 좋았다고 합니다. 지푸라기를 두 세 개씩 꼬아 적당한 힘 조절을 해나가면서 엮어나가자 방석은 조금씩 형체를 갖추어 나갑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들은 많은 정성으로 만들어 진 것입니다. 주물 통으로 대량 생산되는 신제품을 어찌 이것과 비교하겠습니까? 망가지면 수리하고 그래도 사용하지 못하면 새것 사면되는 것 말입니다. 삶의 일부를 엮어 나가듯 선인들의 지혜와 살아가는 방식이 묻어나는 생활도구에서는 애정이 느껴집니다. 널따란 황금빛 들녘이 보이는 이곳에서 남도 음식문화 축제를 한다고 합니다. '맛 찾아 떠나는 가을여행'이란 테마로 가을의 청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행사를 17일부터 22일까지 6일간 하며 이 기간에 다양한 음식이 선보인다고 합니다. 임금님 수라상도 구경할 수 있고요. 가족영화, 가을밤 낭만 콘서트에 향토음식을 맛보는 재미와 경연대회까지 볼 수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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