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몸으로 말했다. 여인은 몸짓으로 말했고, 남자는 몸동작으로 말했다. 누구도 말 한마디하지 않았지만 그 어떤 호소, 그 어떤 웅변보다 더 간절하고 호소력 있게 하고 싶은 말을 유수처럼 흘리고 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느낌마저도 그들은 수다스럽지 않고 번잡스럽지 않게 몸짓으로 말하고 있었다. 춤은 몸짓으로 토하는 느낌의 웅변이다 사뿐사뿐한 발놀림에는 인생의 희로애락, 오욕칠정의 뜨거움, 사바세계의 108번뇌가 담겨있고, 하늘하늘한 몸짓마다엔 휘어짐의 아름다움과 구부러짐의 부드러움이 담겼다. 혀 한번 놀리지 않고, 입술 한번 벙긋하지 않지만 그들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속삭임 같은 농담도 하고 천둥소리 같은 ‘할’도 외친다. 바르르 떨리는 손끝에선 통곡 같은 서러움이 울려 나오고, 까치발을 뜬 버선코에서는 박장대소 같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중얼중얼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몸짓에선 염불소리가 흘러나오고 목탁소리도 흘러나왔다. 마음으로는 다라니를 외고 몸짓으로는 바라춤을 춘다. 그들은 아무런 말도 말하지 않았지만 하고 싶은 말들은 몸짓으로 다 하고 있었다. 입으로는 말할 수 없고, 귀로는 들을 수 없는 내면의 세계를 훌쩍 언어의 한계를 넘어 모든 걸 말하고 있었다. 춤사위에 실어 허공 속으로 흩뿌리는 그들의 무언은 사바세계의 108번뇌에 갇히지 않고 감정이 되고 느낌이 되어 가슴으로 내려앉는다.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춤은 유감(有感)을 토하는 웅변이다. 바라춤이건 승무건, 학춤이건 살품이춤이건에 상관없이 춤은 몸짓으로 토하는 느낌의 웅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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