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라디오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방송 7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0년 10월 23일 방송을 시작으로 <시선집중>은 날카로운 인터뷰와 사회 전반의 이슈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으로 그 저력을 자랑해왔다. 지난 9월에는 제34회 한국방송대상 저널리즘 분야에서 보도라디오 대상을 타기도 했다.
<시선집중>은 18일 오후 3시 MBC 경영센터 9층 회의실에 학생 · 직장인 등 40여명의 청취자들을 초청했다. 이날 단연 스타는 손석희 교수(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였다. 청취자들은 손 교수에게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
"고3 자율학습 시간 때 <시선집중>을 듣고 있는데 손 교수님이 상대방을 너무 다그쳤는지 상대방이 화가 나서 그냥 끊어버리더라구요. 그 때 손 교수님도 흥분하셔서 질문하신 것 아닌가요?""<시선집중>은 독설은 없어도 듣다 보면 가슴이 뻥 뚫려요. 아무래도 이슈의 핵심을 짚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노하우가 뭐죠?" 손 교수는 때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청취자들의 질문에 "질문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성실히 답변해 나갔다.
청취자를 위해 30초 남겨놓고 질문을 던진다
<시선집중> 청취자들의 화두는 역시 손 교수의 '날카로운' 인터뷰였다. 손 교수는 항상 인터뷰 대상자와 다른 입장을 취하며 청취자들에게 이슈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한다. 또 상대가 불편해하는 것도 물어야 한다면 거침없다. 결국 그의 인터뷰는 상대방과의 토론이 되고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인터뷰에는 청취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만 얻어도 되는 경우가 있지만 논란이 되는 이슈의 경우 여러가지 각도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한다"며 그의 생각을 설명했다.
"늘 쫓기는 듯 끝낸다는 지적도 있지만 저는 30분이 주어지면 마지막 1초까지도 인터뷰에 쓰자는 생각입니다. 30초 남겨놓고 질문을 던진 적도 많습니다. 결국 인사도 못한채 프로그램을 끝내는 경우도 있었죠. 그렇지만 그것이 청취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이어 손 교수는 "핵심을 짚기 위한 노하우는 다름 아닌 '집중'"이라며 "호기심을 가지고 인터뷰에 집중해야 청취자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섭외 1순위를 꼽으라면 누구냐"는 질문에 손 교수는 대기업 CEO나 회장,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꼽았다.
손 교수는 "대기업 회장의 경우 이 사회에서 분명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사안이 있을 때마다 질문하고 싶지만, 정치인이나 정부에 계신 분과 달리 굳이 인터뷰에 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 잘 나오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듣는 시민들이 많은데 이들이야말로 이 사회를 이끄는 구성원"이라며 "그 분들과 현직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서 현직 대통령을 섭외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상 속에 소소하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정감있게 말씀해주시는 분, 프로그램을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꾸며주시는 분과의 인터뷰가 더 기억에 남는다"며 '인간의 얼굴을 한 시사프로그램'이라는 지향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프로그램 초창기에 눈꽃열차가 운행되는 승부역의 역장님과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승부역에 눈 내리는 모습을 정말 아름답게 표현해주셨습니다. 또 음반을 내신 수녀님들도 기억에 남고요. 그 분들이 스튜디오에 나오셔서 노래도 불러주시고 하셨는데…. 시사프로그램과 전혀 상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인터뷰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정치인보다 시골역장님이 더 기억에 남는다"
한편, 손 교수는 "대중 앞에 서 있는 것은 저지만 뒤에 든든하게 서 계신 PD들과 작가들 덕분에 7년을 버티어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누구 말처럼 저는 숟가락을 하나 더 얹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시선집중> 이후 타 방송국에서도 시사프로그램이 생기는 등 라디오 저널리즘의 활성화를 가져왔다는 측면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좋은 프로그램을 위해) 더 많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이런 일이 있었다 |
임재윤 PD "인터뷰하기로 했던 분이 새벽 3시에 작가에게 전화를 하셔서 못하시겠다고 했다. 세 시간 뒤에 방송이 시작되는데 섭외 펑크가 난 것이다. 결국 그날 아침 뉴스를 보고 오전 7시에 부랴부랴 섭외해서 20분 뒤에 방송한 적 있다. 그런 경우 별 다른 수가 없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아침에 죄송하다며 부탁해야 한다."
손석희 교수 "원래 아침형 인간이 아닌데 방송사 들어와 꽤 오랫동안 아침방송을 했기 때문인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 그렇지만 지각한 적은 몇 번 있다. 지각하는 경우 MBC 라디오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 후배들이 대신해주곤 했다. 여러분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MBC 직원으로 있을 때 '지각'으로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김현정 작가 "내가 쓴 원고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에 대해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다. 손 교수는 제작진에게 '버럭' 하는 것으로 긴장감이나 불안을 푼다고 하는데(웃음), 우리는 '버럭'이 오는 경우 (손 교수가 모르는) 우리들끼리 푸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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