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자원활동가 엄마들은 오뎅꼬치를 끼우며 걱정을 했지요. 바람도 찬데, 비까지 내리면 어쩌나 하구요.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변덕스러워, 행사를 하기만 하면 날씨 걱정이 앞섭니다. 오늘은 춘천 꾸러기어린이도서관에서 봄과 가을에 매번 여는 어린이벼룩시장,꾸러기 장터가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자원활동가 엄마들은 아침 10시부터 모여 감자도 삶고, 오뎅국물도 내고 손이 분주합니다. 부안초등학교 책사랑 축제와 함께 장터를 하게 되어 이번 장터는 평소보다 늦은 오후 3시 반에 시작했습니다. 오전에는 비가 내리더니 그새 해 얼굴이 비추어 날씨가 맑아졌습니다.
책읽는 사회에서 지원받은 프랑크푸르트전 한국그림책 판넬 전시도 하고, 엄마들이 손수 만든 천연비누며 감자, 오뎅도 팔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행사가 끝나고 물밀듯이 장터 행사장으로 쏟아져 내려왔습니다. 어김없이 돗자리와 짐가방을 들고 말이지요.
6학년 친구들은 라면과 떡볶이를 팔았는데, 라면 한젓가락에 300원이라고 합니다. 라면을 떠주면서 정작 젓가락은 주지 않아 사기를 당했다며 어떤 친구는 울상입니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자, 사진으로 찍으면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며 한사코 거부를 합니다.
3년째 장터에 참가하는 소정이는 지난 봄에는 레모네이드를 팔더니 이번에는 미니케이크입니다. 아이들과 '폭탄맞은 미니케이크'를 팔았는데, 너무 바쁘다며 사진 찍을 시간이 없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케이크맛을 보려고 인산인해였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구석에는 은진이네 네일아트 가게가 있었습니다. 은진이 머리와 같이 뽀글뽀글, '뽀글이 네일아트'가게입니다. 아이들은 면봉에 아세톤까지 챙겨들고 메니큐어가 마르지 않자 손수 입바람으로 호호 불어주기까지 합니다.
지수네는 초보 가게입니다. 이번이 처음 가게를 연 것인데 핑글핑글 돌아가는 마술봉부터 귀여운 저금통까지 있어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날씨가 추워 담요를 뒤집어 쓰고 물건을 팔아 눈에 띄었습니다. '와글와글 뭐든지 상점'에 '파격세일'이라는 피켓이 눈에 띄네요.
거스름돈을 거슬러주는 가게 주인의 눈빛이 진지합니다. 계산도 철저하게, 이것이야말로 장터 주인의 기본 자세이지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아이들은 물건을 팔고, 사고, 구경하고 시끌벅적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장난감을 잔뜩 전시해놓고 마치 야시장같은 분위기를 냈습니다. 아이들은 물건을 사는 것보다 구경하는데 더 관심이 많습니다. 파는 주인은 각종 장난감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아이들은 뚫어져라 군침을 삼키며 매혹적인 장난감에 빠져들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물건 구경을 많이 했는데, 이것저것 물어보는 질문에 가게 주인인 형은 잘도 대답을 해줍니다.
춘천시 후평동 동네 도서관인 꾸러기어린이도서관에서 장터를 한 지 벌써 여덟번째입니다. 봄에는 너무 더워 고생을 하더니, 가을은 너무 추워 고생이었습니다. 아이들과 떠들고 웃는 것은 좋았지만 손이 곱아지는 매서운 추위 탓에 다음 장터는 꼭 따뜻한 계절에 하리라 굳은 다짐을 했답니다. 어른들은 추위에 어쩔 줄 모르는데, 아이들은 장터가 끝나도 놀이터를 뛰어다니며 학교 운동장을 떠날 줄 몰랐습니다. 라면을 파는 6학년 아이들도 라면을 다 먹고 가겠다며, 자리를 뜨지 않았답니다.
추위도 물리치고 시끌벅적하게 치른 꾸러기장터, 정말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동네 잔치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선미 기자는 춘천시민광장 부설 <꾸러기어린이도서관>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