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 오늘 반찬 뭐야?”
“뭐긴. 김치지.”
“또? 다른 애들은 햄도 싸오고 그러는데 난 만날 김치야.”
“내일은 소시지 싸줄 테니까 오늘은 그냥 김치하고 먹어.”

 

20여년 전 학교에 등교할 때면 매일 아침 도시락 반찬 때문에 어머니하고 티격태격하곤 했다. 아침마다 이렇게 어머니하고 한바탕하고 학교로 갈 때면 물론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하루종일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돼서 도시락을 풀어놓고 밥을 먹을 때면 “난 니네 집 김치가 제일 맛있더라”하면서 어머니가 싸 주신 김치에 여러 개의 젓가락이 들어올 때는 우울했던 기분은 다 풀리고 다른 친구들의 반찬과 나누어 먹으며 맛있는 점심을 즐기기도 했다.

 

비록 김치 국물이 흘러 교과서에 빨간물이 들고 책가방을 열면 김치 냄새가 온 교실을 진동했지만 그 시절의 도시락만큼 정이 듬뿍 담겨 있고 따뜻했던 밥을 다시는 먹어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영양가는 도시락보다 급식이 낫다?

 

대부분의 학교가 급식을 하는 요즘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영양가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추억의 도시락보다는 급식이 더 나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다 보면 보통은 한 가지, 많으면 두 가지 반찬 밖에 싸가지고 다니지 못해 예전에는 영양실조로 얼굴에 버듬('버짐'의 충청도 방언)이 피는 아이들이 한 반에만 해도 수두룩했다.


물론 반찬을 한두 가지밖에 먹지 못해서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말은 어불성설일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그 시절에는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할 만큼 충분히 먹지 못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못 먹어서 영양실조를 걸리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

 

학교급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보통 급식을 하는 학교에는 급식의 영양을 담당하는 영양사가 배치되어 있어 학생들이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1식에 3~4가지의 반찬과 국 등으로 다양하게 나온다.

 

실제로 내가 살고 있는 계룡시 ㄱ초등학교의 경우 기본 3개 이상의 영양가 있는 반찬과 국, 밥도 보리밥, 잡곡밥 등으로 학생들의 영양을 고려한 급식이 행해지고 있다. 게다가 학생들이 급식을 먹고 나서 그 급식에 대한 평가를 해서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급식을 개선하기도 하는 등 학생 위주의 식단 구성으로 맛과 영양을 고려한 급식이 제공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을 보니 급식이라고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급식이 대세인 요즘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이 생각나다

 

하지만 이렇게 영양가 있어 보이는 급식 앞에서도 그 옛날 어머니가 싸 주시던 추억의 도시락이 자꾸 생각나는 건 왜일까?

 

급식이 대세인 요즘 아이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급식이 아무리 맛있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따뜻한 도시락에 비할 데는 못될 것이다.

 

특히,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지난 2006년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부실한 학교급식’의 사례와 같이 맛도 영양도 없는 급식을 먹느니 비록 한두 가지 반찬밖에 없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이 훨씬 낫다는 말이다.

 

어머니의 도시락을 먹던 그 시절을 회상해보면 나무를 때 난로를 피우던 겨울이 되면 양철로 된 도시락을 서로 아래에 두려고 자리다툼을 했고, 맨 아래에 깔린 도시락에서 누룽지가 만들어지는 구수한 냄새가 날 때쯤이면 선생님이 수업을 중단하고 난로가로 다가가서 도시락의 위치를 바꿔주었던 기억도 나고, 큰 양은통에 물을 가득 담고 갖은 양념을 해서 선생님이 끊여주신 따끈한 국에 도시락으로 싸온 밥을 말아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난다.

 

게다가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불량식품으로 팔던 '쫀드기'와 쥐포를 구워먹고, 시골 학교인지라 대부분 집이 농사를 짓고 있었던 터라 집에서 직접 키운 고구마, 감자, 밤, 땅콩 등을 가지고 와서 난로 주변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있게 구워먹던 그 시절의 추억도 새록새록 생각난다.

 

또, 여름에는 학교 주변에 듬성듬성 있었던 텃밭에 선생님과 학생들의 땀으로 직접 일군 고추와 상추가 탐스럽게 열려 반찬이 없어도 고추장만 있으면 직접 따서 여럿이 둘러가며 도시락을 까먹었던 기억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추억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모든 추억들이 이제는 학교급식으로 인해 사라진 과거의 기억이 되버리고 만 것이다.

 

지금은 비록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이 없어지고 급식으로 대신하고 있는 만큼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내 자식에게 먹이는 급식이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듬뿍 담아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급식이라도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따뜻한 밥보다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학교 식판>응모글' (일반)


태그:#급식, #도시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