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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독일에 있는 '숲속 학교'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겉그림독일에 있는 '숲속 학교'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 파란자전거

- 책이름 : 숲에서 크는 아이들
- 글 : 이마이즈미 미네코, 안네테 마이자
- 그림 : 나카무라 스즈코
- 옮긴이 : 은미경
- 펴낸곳 : 파란자전거(2007.3.24.)
- 책값 : 8500원


<1> 초등학교 교과서 ‘자연 사랑’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만들어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배우는 <생활의 길잡이>라는 교과서를 보았습니다. 교과서 한 권을 본다고 해서, 요즈음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나 샅샅이 살필 수 없습니다. 다만, 살갗이라도 핥을 수 있을까요.

 

7단원 ‘자연 사랑’을 펼칩니다. 첫 주제는, “자연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까닭을 알아봅시다”입니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하고 묻고, “우리가 지구 환경을 보전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지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해 봅시다”하고 묻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쪽에서는 “나무를 심자!”는 제목으로 글 하나 싣습니다. “우리 나라는 전체 차량의 37%에 해당하는 약 2백만 대의 차량이 디젤 자동차이니 그만큼 공기 오염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지요”하고 말하면서.

 

나무를 심는다고 공해 문제가 풀릴 턱이 없지만, 나무를 심을 수 있다면 좋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나무를 어디에 심을 수 있을까요. 교과서에서는 “공기 오염을 줄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로수를 많이 심는 것은 어떨까요? 특히, 가로수로 과일 나무를 심는다면 거리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까요?”하고 이야기합니다.

 

교과서로서는 온힘을 다해 밝힌 ‘더러워진 공기 깨끗하게 하는 방법’을 말한 셈이라 하겠으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이 아니라 ‘어떤 방법’인지 낱낱이 들어서 말해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군요. “가로수를 많이 심”자고 교과서는 말합니다만, 거리나무는 누가 심을 수 있을까요. 우리들이 심을 수 있나요? 자동차 북적이는 길거리 어디에 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요? 아스팔트를 깨고? 거님길 돌판을 깨고? 이미 자라고 있는 나무를 뽑고? 길거리에서 나무를 심을 만한 자리는 있을까요?


... 아이들은 모두 물놀이를 아주 좋아합니다. 페릭스도 정원에서 있는 수돗가에서 물놀이를 자주 하지요. 그런데 냇물에서의 물놀이는 집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 보입니다. 파블로나 베스는 벌써 장화 신은 발로 첨벙첨벙 소리를 내며 냇가에 들어갔네요 ... <25쪽>


우리 나라 사람 거의 모두가 살아가는 도시 어느 곳에도 ‘아이들이 나무를 심을 만한 조그마한 땅뙈기’는 없습니다. 동네 골목길에도 나무를 심을 자리란 없습니다. 도시에서 이 나라 사람 거의 모두가 산다고 할 수 있는 아파트 꽃밭에 나무를 심을 틈이 있을까요? 다세대주택이 바글바글 몰려 있는 비탈길 동네에 나무 심을 빈 땅이 있을까요?


... 집에서는 무엇을 어디에서 어떻게 할지 항상 아빠하고 엄마가 정하지만, 숲속 유치원에서는 뭐든지 다 같이 결정합니다 ... <29쪽>


‘자연 사랑’ 단원에서는 “장바구니 사용하기”도 말합니다. “어머니들이 시장에 갈 때에 비닐 봉지 한두 개씩만 절약한다면, 우리 나라 전체로 볼 때에 엄청난 양이 절약됩니다. 어머니들이 시장에 가실 때에 꼭 장바구니를 가져가도록 말씀드리는 것도 작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해야 할 우리의 몫입니다”하고 말합니다.

 

저잣거리에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일을 떠올려 봅니다. 저는 늘 장바구니뿐 아니라, 헌 비닐봉지를 갖고 다닙니다. 그러나 저잣거리를 거닐며 하나둘 사들이는 찬거리나 푸성귀나 먹을거리 어느 것도 ‘가게에서 비닐랩을 씌워 놓았’습니다. 벌써 한 번 비닐랩에 씌워진 물건을 살 때 비닐봉지 하나 적게 쓰는 일도 우리 삶터를 지켜 주는 좋은 일이곤 합니다. 하지만 비닐랩은 어쩌지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을 때, 족발이나 다른 먹을거리를 주문해 먹을 때, 밥집에서는 비닐랩을 얼마나 씌워서 가져다주는지요.

 

우리 스스로 줄일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만, 정작 크게 마음쓰고 바꿔야 할 곳, 뿌리깊은 골칫거리를 고쳐나가지 않는다면, 우리들 몸짓은 그저 헛시늉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더욱이, 저잣거리에 물건 사러 가는 사람을 오로지 ‘어머니’로만 못박은 대목이 껄끄럽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죽 살피면서, ‘집안일은 어머니(여자) 몫, 집안에서 아버지(남자)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보는 몫’으로 나눠져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 그뿐인가요? 나무열매들도 빨강, 파랑, 검정 다채로운 빛깔을 뽐냅니다.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선명한 황록색 잎사귀들이 아름답게 펼쳐 있습니다. 새의 깃털처럼 우아한 이 땅꼬마 풀고사리들이 숲속에서는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려 냅니다. 찬찬히 주변을 살펴보니, 숲은 단순히 나무들이 죽 늘어서 있는 어두컴컴한 곳이 아니네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무들과 풀들이 모여 숲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제 잘 알겠습니다 ... <34쪽>


초등학교 교과서를 덮으면서 생각합니다. 중학교 교과서는 어떨까? 고등학교 교과서는 어떨까? 설마….

 

두렵습니다.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보면서 지식을 외워야 할 교과서가 어떤 모습으로 짜여져 있는지 들춰보기 두렵습니다. 아니, 이 두려운 교과서로 열두 해씩이나 제도권교육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오로지 대학교만 바라보도록 되어 있는 틀에서 찌들고 시들면서 싱싱함을 잃어가는데, 싱싱함을 잃어가는 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두렵습니다. 이 아이들이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사회에 나오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사람과 부대끼며 어떤 일을 어떤 자리에서 할까요.


... 천천히 먹고 여유 있게 쉬었기 때문인지 페릭스는 다시 힘이 솟았습니다. ‘야, 이제 놀아야지! 그런데 장난감도 없는데 뭘 하지?’ 집이라면 정원 모래밭에서 놀아도 되고 트럭이나 미니카 같은 장난감도 있지만, 숲속에는 나뭇잎과 나무, 풀, 나뭇가지, 흙, 돌멩이 같은 것밖에 없습니다. 새로 온 아이들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 <42쪽>

 

골목길 꽃밭길 흙이 없으면, 흙을 퍼 와서 꽃밭을 만드는 골목집 사람들입니다.
골목길 꽃밭길흙이 없으면, 흙을 퍼 와서 꽃밭을 만드는 골목집 사람들입니다. ⓒ 최종규


<2> 골목집 꽃그릇


도서관 일을 마치는 저녁나절, 사진기 하나를 들고 골목길 나들이를 떠나곤 합니다. ‘도심 정화 재개발 사업’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밀려나거나 무너질 판에 놓인 여느 사람 살림집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놓습니다. 시와 개발업자는, 골목집 사람들한테 ‘입주권’이나 ‘이주 비용’을 도와준다고 말하지만, 입주권이 있다 한들, 골목집 사람들은 ‘새로 지을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 수 없습니다.

 

아파트 값도 치러내지 못하지만, 관리비 낼 만한 형편도 아닙니다. 지금 지내고 있는 골목집에서는, 많지 않은 돈으로도 달세를 내고 살림살이를 장만하며 오순도순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골목집 사람들이 어깨동무하고 있던 조그마한 공동체를 무너뜨리면, 이들은 어디에서 무슨 일자리를 마련해 어떻게 먹고사나요. 시나 개발업자 눈으로는 지붕 낮고 꾀죄죄해 보이는 게딱지집일지 모르지만, 이 게딱지집에 사는 이들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하고 넉넉한 궁궐입니다. 한 사람한테는 발 뻗고 개운하게 잘 수 있는 방 한 간, 새힘을 얻을 밥을 해먹고 설거지를 할 수 있는 부엌 한 자리만 있으면 됩니다. 여기에, 제 먹을거리 얼마쯤 손수 마련할 수 있는 자그마한 텃밭이 있으면 더 좋겠지요.


... 주차장에는 부모님들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침과 같이 페릭스 엄마는 자동차를 타고 왔고, 베스 엄마는 수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왔지요. “자동차보다 수레 달린 자전거가 더 멋져.” 페릭스는 베스의 자전거가 부러웠습니다 ... <48쪽>


골목집 사람들은 시멘트로만 뒤덮인 길바닥 한켠에 크고작은 꽃그릇을 그러모아 내놓습니다. 헌 스티로폼 상자도 알뜰히 모아 놓습니다. 부지런히 몸을 놀려 흙을 한 주먹씩 퍼 온 다음 헌 꽃그릇과 스티로폼 상자에 차곡차곡 모읍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놓고, 때때로 당신들이 눈 똥오줌도 모아서 작게 두엄더미를 만들어 꽃그릇 흙과 섞곤 합니다. 이렇게 해서 골목길 바닥에는 흙 한 줌 없지만, 날마다 푸른 새숨을 내뿜어 주는 싱그러운 꽃밭길로 다시 태어납니다.


... 아이들은 낙엽을 모아서 땅바닥에 늘어놓고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누가 이런 색을 칠하지? 도대체 누가 이런 모양을 만드는 걸까. 숲의 요정일까?” 페릭스가 물었습니다. “나무 스스로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만든단다. 나무는 살아 있기 때문이지. 사람이나 동물처럼 말야.” ... <73쪽>


지난 4월부터 올망졸망 터져나온 꽃망울이 10월을 넘기며 마지막으로 노랗고 붉은 꽃내음을 남깁니다. 드문드문 있는 거리등불 어두운 골목을 거닐면서도 풀냄새와 꽃냄새를 느낍니다. 무릎을 꿇어 풀하고 키높이를 맞추고 꽃하고 눈높이를 맞춥니다. 사진 찍던 손을 거두어 꽃잎을 쓰다듬습니다.

 

가로세로 50cm를 겨우 넘을 만한 작은 꽃그릇에서 나무가 쑥쑥 자라는 모습을 봅니다. 한두 평 될까 말까 한 작은 마당에 심은 감나무에서 발그스름하게 익어 가는 감을 올려다 봅니다. 저 감나무는 저 집하고 역사를 함께 했을까요? 저 작은 집을 마련한 분이 ‘우리도 이제 우리 식구들 따숩게 지낼 집 하나 마련했다고’하면서 기쁜 마음에 어린나무 얻어와 마당 한켠에 심어서 이렇게 키워냈을까요?


... 귀를 기울여 보니 나뭇잎들이 스치며 사락사락 속삭이는 소리, 바람이 낙엽을 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끔은 퍼드덕거리는 새의 날갯짓 소리도 들렸고요. 그렇게 가만히 있으니, 다정다감한 숲의 너른 품에 포근히 안겨 있는 듯했습니다. 아침에 엄마한테 혼났던 것도, 친구들과 싸운 것도 잊어버릴 만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 <76쪽>


시골에 갈 때마다, 산에 갈 적마다 흙을 한 봉지씩 담아 와서 옥상에 텃밭을 마련한 분들을 봅니다. 하루이틀이 아닌 한두 해에 걸쳐서 흙을 조금씩 모아 오셨고, 이렇게 모은 흙으로 옥상 텃밭을 일굽니다. 흙과 함께 벽돌도 하나둘 모았습니다. 다른 사람 손이 아닌 당신들 손으로 꾸민 옥상 텃밭에는 온갖 푸성귀가 무럭무럭 자라서 당신들 밥상에 올려놓고도 남을 만큼 됩니다. 고추농사를 짓는 텃밭이 되었다가는 콩농사를 짓는 텃밭이 됩니다. 어느새 3층 다세대집을 웃자랄 만큼 키큰나무가 된 오동나무를 보면서, 이야, 오동나무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까지 컸구나, 하고 놀랍니다.


... 다른 아이들도 뒤영벌이 다시 꽃에 살포시 앉는 것을 기다렸다가 설레는 맘으로 만져 보았습니다. 곤충을 쓰다듬어 보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왠지 뒤영벌과 친구가 된 것처럼 모두 기분이 좋았습니다 ... <125쪽>


아파트에서 사는 분들은 꽃이며 풀이며 집안에 들여놓고(또는 툇마루에 내놓고) 지냅니다. 골목집에서 사는 분들은 꽃이며 풀이며 나무며 집밖에 내놓고 지냅니다. 생각해 보면, 아파트는 집 바깥에 꽃이나 풀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아파트 꽃밭이 있으나, 이 꽃밭은 관리인이 꽃나무 몇 가지와 잔디를 모셔 놓는 자리이지, 상추나 시금치나 무나 배추를 심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골목집은 집 바깥에 꽃이나 풀을 내놓을밖에 없습니다. 집안이 좁으니까요. 골목집 바깥 꽃그릇에는 온갖 푸성귀와 꽃이 자랍니다. 그러나 이 푸성귀를 뜯어 가는 사람이 없고, 예쁜 꽃이 자랐다고 해서 꽃그릇을 훔쳐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 숲은 눈으로만 보고 즐기는 곳이 아니라, 코로 냄새를 맡으며 즐길 수도 있는 곳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답니다 ... <122쪽>


달동네 집을 죄 밀어내고 번듯번듯 높직높직 올려세운 아파트 옆을 지나갈 때면 몸이 움츠러듭니다. 아파트 둘레는 ‘아파트사람들 자가용’이 들락거리기 좋도록 길을 닦았기 때문에, 자동차들이 끊임없이 오가느라 걷기 안 좋습니다. 게다가 씽씽 내달리기까지 합니다. 빵빵거리기도, 앞등 불빛을 깜빡거리거나 사람 눈높이로 쏘기도 합니다.

 

자동차는커녕 자전거도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을 지나갈 때면 몸을 활짝 폅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어오지 못하는 조용한 골목길. 드문드문 옛날 나무전봇대를 만납니다. 인천에 터잡은 중국사람들 살림집을 봅니다. 예전에 틀림없이 다른 살림집이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계단짬에 잠깐 앉아 다리를 쉽니다.

 

아직까지 살아남은 달동네 언덕받이입니다. 그다지 멀잖은 곳에 바다가 보입니다. 도심지 살림집과 길거리 등불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이 보이지 않습니다. 전기불은 언제까지 켤 수 있을까요.

 

집 앞 꽃그릇 집 앞에 내놓아도 훔쳐가는 이 없는 꽃그릇. 어느 한 사람 것이 아닌 목숨붙이인 꽃이요 풀이요 흙입니다.
집 앞 꽃그릇집 앞에 내놓아도 훔쳐가는 이 없는 꽃그릇. 어느 한 사람 것이 아닌 목숨붙이인 꽃이요 풀이요 흙입니다. ⓒ 최종규


<3> 우리 어른들은 무슨 학교를 바라는가


<숲에서 크는 아이들>은 독일에 있는 ‘숲속 유치원’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옮겨 놓은 책입니다. 아이들은 시멘트나 쇠붙이 따위로 지은 딱딱한 건물이 아닌, 부드럽고 무른 흙과 풀이 있는 숲에서 함께 어울리고 부대끼며 배웁니다.

 

참 부럽습니다. 우리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교육 터전입니다. 지금 우리한테 숲이 얼마나 남아 있나요? 온누리 구석구석 아파트를 짓는다며, 지역자치정부는 공장을 세워 돈벌이를 해야 한다면서, 인천시장만 해도 그나마 남은 몇 안 되는 곳까지 파헤쳐 경제자유도시니 영어도시니 뭐니 만든다고, 여기에다가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를 때 쓸 경기장이니 선수촌아파트니 지하철 2호선이니 또 짓는다고 어마어마하게 공사판 법석을 피웁니다.

 

지금은 국제공항이 들어섰지만, 이 자리는 오랜 소금밭이었습니다. 도시사람들이 좋아하는 ‘조개구이’에 쓰이는 ‘조개’를 캐고 낙지를 잡는 드넓은 갯벌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영종도와 용유도 앞바다는 망둥이도 잡던 곳이었으며, 몇 만 마리에 이르는 철새들이 머물다 가는 쉼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오로지 사람 좋을 대로만 생각하면서 날짐승과 바닷짐승 보금자리를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 아이들이 함께 누리고 즐길 ‘바다 놀이터’ 또한 빼앗은 셈입니다. 가까이 보면 인천사람이지만, 인천 둘레 바닷가로 놀러와서 갯벌과 밀물썰물 달라짐을 느끼면서 자기 마음에 깃든 자연을 키울 남녘나라 사람들 삶터를 잃었어요.


... 아이 엄마는 냇가가 얼마나 멋진 곳인지 짐작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 <49쪽>


<숲에서 크는 아이들>에 나오는 ‘숲속 학교’는 돈으로 닦아세우거나 올려세울 수 없는 학교입니다. 돈을 들일 까닭도 없는 학교입니다. 우리 삶을 바꿀 수 있으면, 우리 생각을 돌려놓을 수 있으면,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학교이고, 언제 어느 곳에서도 알뜰히 돌보거나 가꿀 수 있는 학교입니다.

 

참말, 우리 터전에서는 숲속 학교란 꿈꾸기 어려운 곳이라 할 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조금은 남아 있잖아요. 숲속 학교뿐 아니라 ‘바다 학교’를 가꿀 수 있고, ‘들(논밭) 학교’와 ‘산 학교’를 껴안을 수 있어요.


... 요즈음 엄마 아빠와 함께 숲에 산책하러 가는 일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숲은 아무리 가도 물리지 않는 곳이니까요. “저건 전나무, 저건 가문비나무예요.” 페릭스는 아빠에게 가르쳐 주기 바빴습니다. “어떻게 아니?” 아빠는 언제나 신기해 하며 물었습니다 ... <136쪽>


이 나라에서 새로 태어나서 자라나는 아이들한테 ‘돈’을 선물하고 싶다면, 숲속 학교든 바다 학교든 찾아내어 가꿀 수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한테 ‘일류대학교 졸업장’을 선물하고 싶다면, 숲속 학교든 들 학교든 돌보며 지킬 수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 풋풋한 젊음을 키워 가는 아이들한테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선물하고 싶다면, 숲속 학교든 산 학교든 어깨동무하며 웃고 뛰놀 터전을 마련할 수 없습니다.

 

꽃나무와 가게 간팥 자연스러움이란, 억지로 만들지 않은 모습을 가리키겠지요. 이 나라 이 땅 아이들이 자연스러움을 간직하며 아름다운 사람으로 커 갈 수 있으려면, 우리 어른들부터 자연스러움을 간직해야 하며, 우리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터전도, "자연 목숨붙이"와 자연스럽게 어울려야지 싶습니다.
꽃나무와 가게 간팥자연스러움이란, 억지로 만들지 않은 모습을 가리키겠지요. 이 나라 이 땅 아이들이 자연스러움을 간직하며 아름다운 사람으로 커 갈 수 있으려면, 우리 어른들부터 자연스러움을 간직해야 하며, 우리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터전도, "자연 목숨붙이"와 자연스럽게 어울려야지 싶습니다. ⓒ 최종규

숲에서 크는 아이들 - 건강한 몸과 마음이 자라는 숲 속 유치원 이야기

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 지음, 나카무라 스즈코 그림, 은미경 옮김, 파란자전거(2007)


#숲에서 크는 아이들#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숲속 학교#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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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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