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21일 저녁 대선후보 경선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2시간동안 진행된 식사 자리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정동영 후보측 노웅래 의원이 전했다. 특히 정동영 후보가 이 전 총리에게 "전면에서 도와달라"며 선대위원장직을 공식 제안했고, 이해찬 후보도 "대선이 6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눈치보는 것 처럼 할 때가 아니다"며 그 자리에서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이해찬 "내 선거로 알고 전면에서 뛰겠다" 이해찬 후보는 또 "내 선거라고 알고서 열심히 전면에 나서서 뛰겠다"며 "12월 대선은 정동영 개인의 승리나 패배가 아니라, 지난 10년간의 민주정부를 계승하느냐는 역사적인 책무가 있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또 "대선후보는 정동영이 됐지만 두 사람이 하나가 돼 12월 대선에 승리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선거 환경이 어렵지만 둘이 극복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날 이해찬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깊은 우려감도 표명했다. 이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10년 민주주의 성과가 다 허물어질 수 있다"며 "민주진영 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사회가 극우보수화 될 수 있다,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있었는데, 이명박 후보가 되면 이것이 실제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성과에 대해 국회가 비준을 적극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이명박 후보가 북한의 김정일 지도자를 '실패한 지도자'라고 규정한 것은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6자 회담이 타결 막바지로 가고 있는데, 걸림돌,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발언이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상의 위험한 발언이다. 북을 나라로 인정해야지 6자회담의 성과를 거둘 수 있고 남북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는 "이해찬·손학규 후보의 대승적 결단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기대감 불러일으켰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내부 결속이 국민의 지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환영했다. 정 후보는 또 "선대위 구성은 빠를수록 좋은 것 아닌가. 속도감을 내서 선대위를 구성했으면 좋겠다"면서 "당에 기강이 있어야 한다, 작은 차이보다는 12월 승리를 위해서 같이 협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내 기강'과 관련한 언급에 대해 노웅래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정동영·이해찬·손학규 후보의 단합된 힘도 중요하지만 당내에서 역할도 중요하다"며 "그 중 하나가 당내 기율과 기강을 바로 세워야 당내 통합과 화합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말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내가 후보 안되면 손학규보다는 정동영이 낫지" 앞서 이해찬 전 총리는 전날(20일) 천안에서 경선 때 함께했던 운동원 200여명과 '대선 필승 전진 대회'를 열고, "대선 승리를 위해선 화끈하게 정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이 전 총리측 김형주 의원이 전했다. 김형주 의원은 "필승 대회에 참석했던 의원들 90%가 '괜히 고문직을 얘기하면 한발 빼는 것 처럼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승복할 거면 화끈하게 선대위원장직을 받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총리측 일부에서는 "당내 혼란에 대한 조정 역할 등을 고려해 선대위원장보다는 고문직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선대위원장직을 제안받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에서도 그런 의견이 제기돼 즉답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주 의원은 "선대위원장과 고문은 다르다, 선대위원장은 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고, 고문은 마지못해 하는 것"이라며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면 적극적으로 선대위원장을 맡는게 맞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해찬 후보는 평소 "본인이 대선후보가 되지 못한다면 손학규 후보보다는 정동영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김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의 혼탁은 제도적으로 고칠 수 있지만, 한 당에서 (후보가) 안되서 다른 당으로 옮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치인으로서 그렇게 해선 안된다'는 것이 이 전 총리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발족될 대통합민주신당 선대위는 당연직인 오충일 대표를 비롯해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총리 등 3인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출범하게 됐다. 손 전 지사는 정 후보의 제안에 즉각 수용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동영측 "친구 관계 회복했다" 한편 정 후보와 이 전 총리는 대학 동기동창(서울대 72학번)으로 30여년동안 구속자동호회 '마당'이란 모임에 함께 참석해 오며 우정을 나눠왔다. 이날 모임 장소인 서울 동숭동 '진아촌'도 당시 자주 가던 중국음식점. 그러나 지난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정 후보측의 불법 조직·동원 선거 의혹을 집중 제기했고, 양측 지지자들 간에 몸싸움까지 벌이는 등 극한 대결 양상을 보였다. 불법 선거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광주 지역 토론회에서는 이 후보가 정 후보에게 "친구라는 말 좀 그만하라"고 쏘아붙이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경선 직후 정 후보의 승리에 반발한 '친노 그룹'의 이탈이 예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지난 15일 후보 지명대회 낙선 연설에서 "모든 앙금을 털고 오로지 12월 19일 대선 승리만을 위해 전진하자"며 "저는 꿈을 이루지 못했는데, 정 후보가 제 꿈을 반드시 이뤄줘야 한다"고 말해, 경선 결과에 승복했다. 노웅래 의원은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두 분이 서울대 문리대에 다니던 시절에 민주화운동의 추억을 같이 했던 곳"이라며 이날 모임 장소에 의미를 부여했다. 노 의원은 특히 "그동안 '친구냐, 친구 아니냐' 오해도 있었지만 오늘 회동을 통해 경선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에 대해 친구 관계를 회복했다"며 "경선과정에서 소원했던 부분에 대해 믿음과 신뢰를 복원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정동영 후보와 이해찬 전 총리가 비공개 면담 이전에 나눴던 대화 전문. 정동영 "옛날에는 돈이 없어서 진아춘 와서 짜장면 먹는 것도 힘들었다."
이해찬 "진아춘 짜장면은 무슨 의미 있을 때나 먹었다. 돈이 없어서."
정동영 "빼갈 시켜서 단무지나 먹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적도 있었다.하하" 이해찬 "아르바이트해서 월급이나 타야 왔지." 정동영 "동숭동은 이렇게 안하고 잘 살렸어야..." 이해찬 "개천도 살려놓고..." 정동영 "젊은 시절 캠퍼스가 바뀌어서 아쉽다. 관악 캠퍼스는 정이 안 붙어..." 이해찬 "학림다방만 하나 남았다. 우리 시절에..." 정동영 "잘 쉬셨나?" 이해찬 "지방에 며칠 갔다왔고, 어제는 (경선 때) 일했던 분들 모여서 단합대회 하고, 오늘 원주 문산 갔다가..." 정동영 "월요날 후보자 지명대회 때, 이 전 총리가 '내가 못다한 꿈을 정동영 후보가 다해 달라'는 말 하면서 목이 잠깐 메였다고... 누군 눈물을 글썽했다고..." 이해찬 "이번에 이겨야 한다. 우리만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데, 어제 단합대회에서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정동영 "이 전 총리가 앞장서주고 하면, 국민이 무심치 않을 것이다. 손학규 후보도 그제 만나서 말씀 나눴고, 오늘 산에 가신 것 같다. 우리당 지지가 오늘 좀 올라갔는데, 결국 정동영 보다는 이해찬.손학규 후보께서 훌륭한 마무리를, 결단으로 해줌으로써 우리 당원들도 감동하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민주진영이 역시 저력있다', 그런 평가를 하실 것 같다. 이해찬 전 총리를 잘 모시고 승리해서 보람을 나누겠다." 이해찬 "어제 얘기들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지난 10년 동안 쌓은 성과가 무너지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한국 민주주의에 위기가 온다는 위기감이 있어서, 그런 결의들이 대단하더라고..." 정동영 "올 대선은 아무래도 정책 선거 될텐데, 정책은 걱정이 없다. 정책 그러면 이 전 총리 당할 사람이 당대 없으니까. 이 전 총리가 만든 정책을 잘 협조해서 정책으로 이기겠다. 오늘 아침 기자회견에서 새 가치와 낡은 가치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6자회담이 마무리 단계인데, 이명박 후보의 발언이 우려스럽다. 얼마전 김정일 위원장을 실패한 지도자라고 표현했는데, 남북정상회담 성과가 점차 발전해가는 게 아니고, 여기서 오히려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어서, 모처럼 온 기회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
정동영 "이명박 후보의 표현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 이해찬 "협상은 상대다. 상대방에게 실패한 지도자라고 하면, 상대방이 그대로 받아들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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