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초청해 23일 토론회를 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이원희, 한국교총)가 이른바 '백지위임'된 출장 협조공문을 서울·경기지역 전체 초중고 교장에게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은 선관위와 변호사 등에 '교원의 정치행위 위반과 복무규정 위반 여부'를 자문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다음 대상자'라 적어놓고도 '대상자'란은 공란한국교총은 '관외출장 협조의뢰'란 제목(10월 11일자, 공문번호 정책개발연구실-60)의 공문에서 "10월 23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초청 교육정책토론회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귀 관내(교)에 재직하고 있는 다음 대상자에 대해 관외 출장을 요청하오니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이 단체는 '다음 대상자'란 글귀를 적어놓았으면서도 대상자 명단 난을 공란으로 한 채 해당 공문을 대량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공문을 보면 '출장 대상자' 성명, 학교, 출장기간 등을 적는 난이 있었지만 해당 공간은 '백지상태'였다.
이에 대해 일부 교사들은 "대부분 한국교총 회원인 일선 학교장에게 출장 명분을 주기 위한 방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실제로 이 공문을 직접 확인한 한국교총 중견 간부는 "한국교총이 서울·경기지역 전체 학교에 한해 발송한 공문"이라고 관련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이렇게 공문을 보내지 않는다면 평일에 많은 교장과 교사들이 어떻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나라당 편향'이라는 의혹을 의식한 듯 "11월에는 정동영 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초청할 예정인데 이때도 똑같은 형태의 공문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이 단체가 연 이명박 후보 초청 토론회에는 500여 명의 교장과 교사들이 참석했다.
이명박 후보 보기 위해 근무지 이탈한다?
그런데 이날 참석자들은 특정 정당 후보의 발언을 듣기 위해 평일 근무지를 이탈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출장비까지 받고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충청지역 한 고교 교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면서 5만8000원의 출장비를 청구했다. 서울지역 또 다른 초등학교 교장도 일일상황기록부에 '출장'을 명시하고 토론회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장협의회 고위 임원인 한 교장은 "출장이라고 기록하긴 했지만 '출장비 미지급 출장'으로 처리해 출장비는 따로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장과 출장비 지급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은 해당 학교 교장에게 있다.
노용래 전교조 경기지부 사무처장은 "전교조의 '연가'에 대해서는 '근무지 이탈'이라며 징계 처분을 내린 교육당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선관위와 변호사 등에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정치행위 금지 위반과 복무규정 위반 여부를 의뢰하는 등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6월 출장비를 받고 교장공모제 반대 집회에 집단 참석한 교감들에게 '주의' 조처를 내린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