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단체는 미국의 침략전쟁 동참 요구를 허황된 논리로 감싸기에 급급한 노무현 정부의 이번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을 규탄하면서(10·25 발표된 우리 단체 <정부의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에 대한 성명> 참조), 친미수구신문들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사건건 노무현 정부를 뒤흔들고 발목을 잡아왔던 이들 언론들은 유독 이 정부가 미국에 사대적인 태도를 보일 때면 쌍수를 들고 지지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다. 2004년 첫 파병이 이뤄질 때부터 ‘국익론’을 부르짖으며 정부 편에 섰던 친미수구신문들은 정부가 국민에 대한 약속을 뒤집어서까지 파병을 연장한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고 여전히 이미 파탄난 국익론을 외쳐대고 있다. 나아가 ‘국민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유로 파병 연장을 반대하고 있는 정치세력들을 향해 ‘대선을 앞두고 이념대결을 펼쳐 지지표를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파병 연장을 둘러싼 논란을 정쟁판으로 몰아가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파탄 난 '국익론' 다시 꺼내 정부와 손발 맞춘 조·중·동 <조선일보>는 병력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파병을 연장하는 정부의 안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자, 10월 22일 <자이툰 파병 1년 연장/병력은 절반 이하로>에서 정부안에 대해 “모양새도 갖추고 ‘실리’도 취하려는 의도”라고 치켜세우고, “우호적 한미동맹 지속 등 실리를 얻기 위해 파병 연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파병 연장을 당연한 것으로 규정짓고 나섰다. 같은 날 사설 <자이툰 부대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에서는 “우리는 한반도의 특수한 정세 속에서 한·미 동맹을 생각해야 하고, 앞으로 이라크에서의 경제적 기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와 각 정당 모두 눈앞의 정치적 이익이 아니라 무엇이 국익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해 사실상 노무현 정부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 사설은 또 ‘90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은 무리’라는 군 관계자들의 발언을 소개하며 “정부는 현지 지휘관의 판단을 무겁게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군대 규모를 600명 수준으로 줄일 경우 안전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나마 줄인 인원을 다시 늘리라는 요구다.
<중앙일보> 또한 같은 날 <노 대통령, 자이툰부대 파병 1년 연장키로>에서 ‘노 대통령이 마지막 대미노선을 실용과 국익으로 선택한 것 같다’는 이른바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파병 연장에 힘을 실었다. 특히 중앙은 “부시 대통령과의 약속을 노 대통령이 지킨 모양새”라며 “한․미 간 특수한 동맹관계를 노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라고 노 대통령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중앙>은 같은 날 사설 <자이툰 파병 연장, 국익에 따라 유연하게>에서는 “정부의 결정을 국익을 고려한 부득이한 선택으로 이해”한다며 “파병 연장 동의안의 원만한 처리”를 정치권에 ‘촉구’해 친미사대적 속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앙>은 또 “정당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라크에 파병한 것은 어차피 국익 때문이었다”며 “파병 기간을 좀 더 연장하는 것이 국익에 맞다고 우리는 본다”고 주장해 <조선>과 마찬가지로 정부 주장에 힘을 싣고 케케묵은 ‘국익론’을 다시 설파하고 나섰다.
특히 <중앙>은 지난해 정부의 철군 약속에 대해 “임무종결 계획을 올해 말까지 수립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것이지 그것이 곧 철군 시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고 견강부회하며 이번 파병 연장에 대해서도 ‘2008년을 철군 시한으로 못박는 것보다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맞다’며 자이툰 부대의 기약없는 파병 연장까지 주장했다. <동아일보> 또한 10월 23일 사설 <자이툰부대는 정쟁 대상 아니다>에서 “장병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와 이라크 사이에 소중한 인연이 만들어졌다. 일방적인 철수로 양국 관계를 손상시킬 이유가 없다”며 “정치권도 자이툰부대가 명예롭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파병 연장에 힘을 실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동아>의 경우 24일 기사 <노대통령, ‘정상회담 후속조치 미도움 절실’ 판단>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의 성격으로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가 차질 없이 추진돼 임기 내 일정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바람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의 요구에 쫓아 결정한 파병 연장조차 정략적이라는 것이다.
‘편집증’에 가까운 <동아>의 ‘삐딱한 태도’는 “‘한미 공조’와 ‘국익’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가치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파병 연장 방침을 밝힌 것에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며 “파병 연장이 결의되면 좋지만 만에 하나 국회에서 부결된다 하더라도 노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부분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된다. 비판 한 마디 않고, 이념대결 몰아가는 친미수구신문 하지만 이들 친미수구신문들은 정부가 국민에 대한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비판도 내놓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언론자유를 목 놓아 외치며 ‘비판언론’임을 자임해왔던 이들이지만 정작 비판이 필요할 때 비판하지 않는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인 것이다. 물론 파병 연장을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주장이나 여론에 대해서도 당연한 듯이 귀를 닫았다. 대신 이들 친미사대신문들은 ‘파병 연장 반대’ 입장을 밝힌 정동영 후보와 이를 당론으로 정한 대통합민주신당(이하 대통합신당)을 걸고넘어지며 ‘파병 연장 논란’을 ‘이념대결’과 ‘정쟁’으로 몰아갔다. <중앙>은 10월 23일 <이념대결 구도 겨냥/‘미국 이슈’ 쟁점화>를 1면에 싣고 “대통합민주신당이 청와대의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요청을 거부하고 나섬에 따라 또다시 대선정국에 '미국 이슈'가 부상할 조짐”이라며 “정 후보를 비롯한 신당 핵심인사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이라크 파병 연장 문제를 대선 레이스의 승부처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고 보도했다. 또 “정 후보 입장에선 파병연장 반대를 천명함으로써, 이른바 진보 세력의 지지층을 모으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평화세력 대 냉전세력'의 대립 구도를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선거 전략가들의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조선> 또한 24일 <노대통령에 손 내밀었다… 등 돌렸다… ‘두 얼굴’의 신당>에서 파병반대 주장을 의도적으로 폄훼했다. <조선>은 ‘신당이 표 계산에 따라 노 대통령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선을 평화세력 대 전쟁세력의 대결구도로 만들어 진보 진영의 표를 결집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을 덧붙이며 정략적으로 접근했다.
<동아>도 23일 사설 <자이툰부대는 정쟁 대상 아니다>에서 “대선을 앞두고 파병 연장에 찬성할 가능성이 큰 한나라당과 찬반 대결구도를 만들 심산이라면 지탄받아 마땅하다”(동아 10/23 <자이툰부대는 정쟁 대상 아니다>)는 주장으로 파병 연장 반대를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의 수단으로 폄훼했다.
대의와 정당성을 가진 대통합신당의 파병 연장 반대를 정략적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정책에 따라 대통령을 지지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는 것이 정당정치의 당연한 원리다. 대통령에 대한 찬반이 문제가 아니라 찬반 주장 자체가 얼마나 정당성을 가지는 지 따져야 하는 것이다.
대통합신당의 파병 연장 반대는 ‘연내 철군’을 조건으로 ‘파병 연장 동의안’을 통과시킨 정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로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조선일보식 사고라면 사사건건 참여정부에 반대하면서도 유독 한미FTA와 이라크 파병에 있어서만큼은 ‘대연정’까지 불사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나 보수신문들의 보도는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가. 한편, <중앙>은 23일 <‘노무현 국익’ 대 ‘정동영 국익’ 충돌?>에서 “파병 연장 반대로 신당과 청와대의 관계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며 파병연장 반대 입장을 정한 대통합신당의 핵심 관계자 5인의 회동에 대해 “청와대에 충격 준 5인 회의”라고 표현하는 등 청와대와의 갈등을 부각시키고 나섰다. 특히 다음날인 24일 ‘기자수첩’ <‘시민단체식’ 정당>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가 22일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급하게 당론을 정한 건 아쉬운 일”이라며 “신당 지도부는 더 이상 길거리의 촛불 시위대일 수 없다. 최고위원회의 결정이 시민단체 출신들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의구심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대통합신당 지도부를 폄훼하기도 했다.
<조선> 또한 24일 사설 <파병연장 반대 신당의 논리도 내놓아야>에서 정부의 주장을 일일이 손들어주며 대통합신당의 반대에 대해서는 “격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1년 전에 그랬으니 지금도 그래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이 험한 세상을 눈 감고 달려보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폄훼했다.
특히 “유독 이 문제만은 노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며 “신당이 이 문제를 ‘대선용 반미자주의 선동 소재’로 써먹을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라고 꾸짖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정부는 파병 연장이 불가피한 이유를 밝혔다”며 “반대하는 측도 반대 논리를 제시해 국민의 판단을 들어보는 게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 또한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친미수구신문들은 아예 외면해왔지만 파병 연장 논란은 애초 정부가 임무종결 계획을 제출하기로 했던 지난 6월부터 시작됐으며, 특히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을 요청하면서부터 기정사실화되기 시작했다. 파병 연장을 반대하는 사람들로서는 따져볼 만큼 따질 시간이 있었던 것은 물론 반대 이유 또한 지속적이고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다.
최고위원회 참석자를 두고 ‘시민단체식 정당’이라고 비꼬는 것 또한 가관이다. <중앙>이 기사에서 표까지 제시했듯이 신당 최고위원들은 2003년 파병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파병 반대’를 소신으로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다수다. 그들이 정치권에 들어갔다고 이해관계와 득실을 따져 소신을 바꾸는 것이 과연 칭찬할 일인가.
특히 ‘반대 논리를 내놓아라’는 <조선일보>의 요구는 철면피에 가까운 행태다. 여러 기사에서 유독 “국익도 고려했지만 대선 국면에서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는 따위의 발언만 소개하며 “파병 반대로 노 대통령과 다소 틀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이 후보와 대립각을 분명히 세워 반 한나라당 진영의 표를 끌어모으겠다는 계산”으로 치부하는 데 급급했던 <조선일보> 아닌가. <조선일보>는 철저하게 외면했지만 대통합신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파병 연장 반대의 정당성에 대한 주장이 줄을 이었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는 이라크 파병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따지며 그 동안 줄기차게 ‘철군’를 주장해왔다. 총 353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한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지난 6월 이후에만 무려 십여차례가 넘게 각종 기자회견과 집회, 성명을 통해 ‘조속한 철군’과 ‘미국의 이라크 점령 반대’를 주장해왔지만 조선일보는 단 한 줄도 소개하지 않았다. 그런 조선이 어떻게 이제와서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가.
파병 연장 부당성 조목조목 지적한 <한겨레> <경향> <서울> 이들 친미수구신문에 비해 <한겨레> <경향> <서울신문> 등은 ‘파병 연장’의 부당성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며 ‘연내 철군’을 주장했다. 특히 이라크 파병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한겨레>는 10월 20일 <자이툰부대 파병 1년 연장>에서 가장 먼저 정부의 ‘약속 위반 계획’을 알렸다. 이들 신문은 <파병연장 결정해놓고 “정해진 것 없다” 국민 기만>(경향 10·23), <영국도 떠난다는데…빈약한 명분·실리 붙잡고 ‘미국 눈치’만>(한겨레 10·24), <첫 파병후 한․미관계 악화 ‘동맹’ 안통했다>(경향 10·24) 등에서 정부의 파병 연장 논리가 가진 허구성과 부당함을 하나하나 폭로했다.
이들 신문은 또 <부끄러운 파병 연장 결정>(한겨레 10·22), <파병 연장 결정 철회해야>(한겨레 10·24), <자이툰, 박수칠 때 돌아오라>(서울 10·22), <자이툰부대 주둔연장 더 이상 안된다>(서울 10·22), <이라크 파병 연장 담화 설득력 없다>(서울 10·24), <국민 기만하는 이라크 파병 연장 결정>(경향 10·23) 등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서 파병 연장의 부당함은 물론 정부의 ‘대국민 기만’을 강하게 질타하며 ‘연내철군 약속을 지켜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번 자이툰 파병 연장과 관련한 KBS와 SBS의 보도태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을 정부 결정의 부당함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은 채 이 사안을 정치권 공방으로 몰아가며 대선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데 급급했다. KBS는 23일 <대선 변수로 부각>에서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문제는 새로운 대선 쟁점이 되고 있다”고 부각한 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신당의 파병 연장 반대를 대선을 이념 대결로 끌고 가려는 의도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념 대결’ 논란까지 거론해 친미수구신문을 쫓는 모습을 보였다. SBS 또한 <대선 쟁점 부상>에서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문제는 이제 대선 정국의 핵심 변수가 될 듯하다”며 “지난 2002년 여중생 사망사건처럼 이번에는 파병 연장문제가 평화 대 반평화라는 이념대결구도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해 KBS와 같은 보도태도를 보였다. 그나마 MBC는 <대선쟁점 부상>에서 대선에 미칠 영향을 보도하면서도 ‘이념논쟁’은 거론하지 않고, 나아가 <국민설득 어떻게?>에서 “미국에서조차도 이라크 전은 실패했고 따라서 미군을 철수하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 기업의 진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 유력자들을 업고 하는 것이어서 얼마나 실속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파병 연장의 허구성을 조금이나마 짚어 차별성을 보였다.
우리는 유독 미국과 관련된 사안만큼은 노무현 정부와 손발을 맞춰가며 맹목적 ‘한미동맹’을 강요하고 나서는 친미수구신문들의 사대주의적 속성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국민에 대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기만하는 정부에 대해 한 마디 비판도 하지 않는 모습에서는 ‘비판언론’이니 ‘언론자유 탄압’이니 외쳤던 이들의 이중성과 허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는 침략전쟁의 부당함을 폭로하고 파병이 곧 침략전쟁에 대한 동참임을 강조하며 ‘반전평화·연내철군’을 외치는 목소리를 두고 이념논쟁 따위로 폄훼하려는 시도에 대해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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