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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정 형평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노정 형평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성효
조선 땅에서 가장 천대받았던 백정의 신분해방을 주창하며 들불처럼 일어났던 형평(衡平)운동. 진주사람들이 84년 전 '형평사'를 결성했던 그 정신으로 다시 뭉쳐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다.

 

'형평정신'을 이어받아 실천하는 사람들이 가을밤 보름달빛 아래 모였다. 26일 저녁 진양호 밑 '하늘정원'. 형평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노정)가 연 '출판기념회와 후원의 밤' 행사에 100여명이 모였다.

 

기념사업회가 진주교육청과 함께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인권교육>이란 자료집을 만들어 출판기념회를 겸해 후원행사를 연 것. 기념사업회는 교육현장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장애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만들고 순회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이같은 교육 내용을 담아 책으로 펴냈다.

 

"인권 교육, 어떻게 할까요?"라는 물음부터 시작해 '나와 타인'의 인식, '차이와 차별'은 어떻게 다른지,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고 '협력과 나눔, 그리고 실천'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에 대해 그림과 사진 등을 곁들여 설명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교사와 비장애 학생들이 실제 장애인처럼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가령 시각장애인에 대해 알기 위해 안대를 한 채 지팡이를 짚어 가면서 걷게 하고, 비장애 학생이 장애 학생과 발을 묶어 손을 잡고 걸어 보도록 한다.

 

교육 현장에서 실제 어떻게 적용시켜 나갈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 교육을 통해 내세우는 바람은 "우리 모두 친구야"다.

 

홍창신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은 "형평은 몇해전부터 장애를 겪는 어린이의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장애를 겪는 어린이의 문제는 교육현장의 많은 현안들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것"이라며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서로 존중해야 함을 아이들에게 스며들듯 체화시키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학생 이재명 군이 축하 연주를 하고 있다.
중학생 이재명 군이 축하 연주를 하고 있다. ⓒ 윤성효

강상호 선생 묘소 안내판 세우는 계기 만들어


기념사업회가 '장애인식 개선'을 주창하고 나서게 된 계기가 있다. 몇해 전 진주의 한 학교가 한 학생을 장애학생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한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이 단체가 나서 '장애인 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와 토론 등을 거쳐 '장애인식개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생과 교사, 부모를 대상으로 순회교육과 직무연수 등을 벌여오고 있다.

 

이밖에도 기념사업회는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달려라 형진아>의 저자인 배형진 군의 어머니와 홍세화, 이인희씨 등을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했다.

 

올해 진주시는 남강이 내려다보이는 새벼리 언덕에 있는 강상호 선생의 묘소 앞에 '형평운동가 강상호 묘소'라는 표지판을 세웠다. 강상호 선생은 '형평사'를 주도하는 등 인권운동에 눈부신 활동을 벌인 인물. 50여년간 외딴 곳에 묻혀 있는데, 표지판조차 없어 안타까웠다.

 

기념사업회가 중심이 되어 지난 해 12월 진주시의회에 '애국지사 강상호 선생 묘역 역사공원화 추진' 청원서가 제출되었고, 이에 따라 우선 도로변 옆에 표지판부터 세워질 수 있었다. 형평사 결성 70년을 맞아 진주성 정문 앞에는 진주시민들의 성금으로 건립된 '형평운동기념탑'이 있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출판기념회와 후원의 밤 행사를 26일 저녁 진주 '하늘정원'에서 열었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출판기념회와 후원의 밤 행사를 26일 저녁 진주 '하늘정원'에서 열었다. ⓒ 윤성효

"형평정신으로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기념사업회는 더 많은 인권 관련 활동을 위한 기금 마련 차원으로 '후원'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과 리영달 진주문화사랑모임 회장, 조재규 경남도교육위원, 김삼석 진주교육장, 정보주 진주교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김삼석 교육장은 인사말을 통해 "교육청에서 해야 할 일을 기념사업회에서 해오고 있다"고 말했고, 조재규 교육위원은 "진주가 교육도시라고 하는데 학교와 학생 숫자 개념보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 이런 인권교육이 있어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강상호 선생의 아들 강인수(대구)씨는 "1957년 돌아가신 아버지는 50년간 잊혀진 인물로 계셨고, 저 또한 현재 생활에 숨 가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형평운동이 무엇인지 생각할 이유조차 없었다. 오늘과 같이 아버지의 작은 업적들이 상세하게 밝혀지게 되어 고맙다"고 말했다.

 

박노정 이사장은 직접 쓴 '통일의 휘파람을 부르다 말고'라는 제목의 시를 낭송하면서 "통일운동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학생인 이재명 군이 디지털 호른으로 '마이웨이'를 연주하기도 했고, 김임섭 전 진주시의원이 축가로 '뱃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날 저녁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모인 진주사람들은 '형평정신'으로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둥글게 사는 세상이 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김국현 진주혜광학교 교사가 책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인권 교육>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국현 진주혜광학교 교사가 책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인권 교육>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윤성효
 <살펴 사랑하며 배우는 인권교육> 편집에 판여한 회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살펴 사랑하며 배우는 인권교육> 편집에 판여한 회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 윤성효

#형평운동#백정#진주#인권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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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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