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또 논란이 뜨겁다. 4년 전 이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했던 입장에서 나는 노대통령의 말에 공감한다.
첫째, 남북 어민들이 함께 이익을 얻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NLL에 남북 어민들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어민들이 끼어들어 어부지리를 얻는 것은 옳지 않다. 둘째, 서해교전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한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되어 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NLL 남쪽과 북쪽 모두 우리 영해다. 그 때까지 이 부근 해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위험을 막기 위해서 NLL 인근을 잠정적인 평화수역으로 해서 나쁠 게 뭐가 있는가.
4년 전 이러한 내용을 방송한 뒤 imbc 게시판에 올라온 시청자의 반응은 80% 이상이 비난이었다. 보수적인 시청자들과 '애국 시민'들의 반발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해교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남과 북 사이의 대화 밖에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1999년, 2002년 두 차례의 서해교전은 남북의 꽃게잡이 배들의 월선 때문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충돌이지만, NLL을 놓고 남북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한 무력충돌은 계속될 것이라는 데에 위기의 본질이 있다.
NLL은 정전협정에서 합의된 바 없다. 유엔사에서 30년 근무한 이문항씨는 "NLL은 1953년 8월 30일 유엔군 사령부가 내린 '작전명령'에 따른 것으로, 북측에 통보된 바가 없다. 작전명령을 적국에 알리는 법이 어디 있는가? NLL은 양측이 합의한 해상 군사분계선이 아니며, 북측이 NLL을 넘어왔다고 UN측이 항의한 적은 한 번도 없다"라고 증언했다.
리영희 교수는 "NLL은 우리 어선 및 군함이 이 이상 올라가지 말라고 설정한 선으로, 이승만의 북침을 막기 위해서 유엔사가 강제한 선"이라고 주장했다. UN군 사령관 자신이 1989년 국방부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북측이 NLL을 넘어왔더라도 정전협정 위반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보면 "남의 집 마당에 들어와서 선을 긋고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긴다고 주인이 바뀔 수는 없다"는 북측의 주장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남측이 주장해 온 '응고설'과 '실효적 지배설'도 말이 된다. "NLL을 넘어가면 안 된다"는 작전명령은 뒤집어 보면 "NLL까지는 가도 된다"는 뜻이고, 수십 년간 이 상황이 굳어졌다면 실질적인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말싸움이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는 "서해 해상분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하여 결정한다"고 했다. NLL을 설정한 UN사측이 이 문제에서 발을 뺀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 남북한이 대화로 풀면 될 일이다. 물론 평화와 상생의 원칙에서. NLL에서 한강 하구까지를 평화수역으로 지정하여 공동어로를 도모하고 모래채취선 통과를 용이하게 하려는 청와대의 구상은 매우 훌륭하다.
일부 언론의 냉전적 보도는 여전히 문제다. 서해교전 당시 합리적 인식과 대안을 모색하는 대신 "우리편 이겨라"는 식으로 전쟁을 부추겼던 <조선일보>는 이번 대선에서 평화세력의 표를 떨어뜨리는 데 NLL을 이용하려는 조짐이 역력하다.
"북한에게 백령도는 옆구리의 비수, 연평도는 목구멍의 비수"라는 식의 해군 참모총장의 발언은 위험하다. 바로 앞에 마주 보는 북한 옹진군 일대 또한 미사일 기지가 밀집된 화약고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꽃게가 대풍이라는데, 이럴 때 어민들의 월선과 이에 따른 군사 충돌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대풍일 때 어민들이 안심하고 조업해야 좋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채훈 기자는 MBC 외주제작센터 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