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을 오후 시골풍경 늘 바쁘기만 한 시간. 뒤 돌아 볼 시간도 없이 내일 걱정을 해야 하는 오늘 입니다. 지난 28일 일요일에는 옥룡 시골집에 다녀왔습니다. 아직도 벼 수확이 끝나지 않는 시골은 바쁘기만 합니다.
|
ⓒ 조도춘 |
관련영상보기
|
가을바람이 옷깃을 잡습니다. 빨갛게 물들어가는 단풍잎이 눈길을 잡습니다. 땅 위에 뒹구는 낙엽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낙엽이 쌓인 거리를 나서면 누구나 시인이 된 듯 합니다. 지난 일요일(28일). 전 날 야근을 한 탓에 잠을 자느라 일요일 오전은 훌쩍 지나갔습니다. 황금 같은 오후. 어디로 목적을 정해놓고 가기는 자투리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광양 옥룡 시골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아파트 울타리 사이로 6월의 장미와 10월의 단풍이 지나가는 계절에 같은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만날 수 없는 이들이기에 묘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찬바람에 더 곱게 붉어지는 단풍을 시기라도 하듯이 빨간 장미가 가을바람 따라 출렁입니다. 이들의 만남이 어딘가 어색합니다. 지구온난화 등 기온변동 때문이라고 하지만 늘 사계절에 길들어진 편견 때문일지도 모르죠.
시내를 벗어나 시냇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 오르자 쑥부쟁이 하얀 꽃잎이 청순하게 다가옵니다. 아직도 그리워하면서 기다리는 임을 만나지 못하였는지 흐르는 시냇물에 고개를 내밀고 누구에게 속삭이듯 꽃송이를 흔들고 있습니다. 농부의 아내는 들녘에서 들깨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유년시절 아주머니였는데 여든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초여름 모내기 하기 전에 큰 소주병에 담아 시렁 위에 잘 간직했던 들깨 씨앗을 꺼내 논가 한쪽 자투리 땅에 심었습니다. 내년에 심을 씨앗 한 병 남겨놓고 시장에 내다 판다고 합니다. 들깨는 기름을 짜서 먹기도 하고 가루를 내어 국을 끊이는데 넣기도 하는데 우리 몸에 최고 좋은 식품이라고 합니다. 꼬불꼬불한 시냇가 둑을 따라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꽃은 곧고 작은 마늘처럼 많은 씨앗이 송이채 맺어 있습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많은 사람과 벌, 나비에게 흠뻑 사랑을 주고서는 민들레 홀씨처럼 누군가 툭 건드리면 날아가려는 홀씨 되어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둑길 따라 자전거 하이킹을 하던 악동들은 빨갛게 익은 단감의 유혹에 잠시 멈추었습니다. 한 녀석은 망을 보고 다른 녀석은 서리를 하려 살금살금 감나무 밑으로 들어가 빨간 단감을 몇 개 따가지고 나오다 우리와 마주 쳤습니다. “주인에게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겁나지 않아?” “'잼' 있어요.” 녀석들은 깔깔거리면 오히려 재미있어 합니다. 첫 서리에 만족을 못 했는지 다시 한번 시도합니다. 이번에는 정말 주인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허둥지둥 줄행랑치는 광경이 재미있습니다. 어렸을 적 우리들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옵니다. 여름 내 푸른 녹음으로 마당을 시원하게 해준 감나무 단감색이 곱습니다. 잘 익은 담홍색 감에는 단맛이 배었습니다. 나무 아래 쪽에 달려 있는 감은 벌써 다 따먹었습니다. 긴 장대를 이용해야만 간신을 딸 수 있는 감만이 나무 위쪽에 남았습니다. 높게 달려 있는 단감만큼 가을은 깊어 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