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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해요!”

 

경수가 다시 목을 빼고 소리를 지르자마자 검은 차는 약간 뒤뚱거리며 내리막을 그대로 스르르 내려가더니 커브를 틀지 못하고 그대로 벽에 가 '쿵'하고 부딪혀 버렸다.

 

“어? 저게 뭐하는 짓이야?”

 

경수가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검은 차의 뒷문이 벌컥 열리며 여자 하나가 경수의 차로 뛰어와 다짜고짜 문을 열고 옆 좌석에 탔다.

 

“뭐예요!”

“어서 가요! 어서!”

 

“나 참 앞에 차가 저러고 있는데 어떻게 내려가요!”

 

경수가 앞을 돌아보자마자 검은 차의 문이 다 열리더니 검은 양복을 입은 자들이 뒷목을 움켜잡으며 우르르 밖으로 몰려 나왔다.

 

“어서 가라니까!”

 

경수는 급한 대로 후진으로 내려 왔던 곳을 거슬러 올라갔다. 검은 양복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적반하장으로 소리를 지르는 검은 양복을 보니 경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 젠장, 지들이 벽에 쳐 박아 놓고 왜 나보고 저래!”

 

경수는 상대에 겁을 먹지 않고 당당히 내려서 따질 양으로 차를 멈추었다. 뒤에 앉은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멈추지 말아요! 저 사람들 총도 가졌다고요!”

 

그러고 보니 검은 양복 중 한 명은 품속에서 당장이라도 무엇인가를 꺼낼 것처럼 손을 감추고 있었다.

 

“제들 뭐야? 조폭이야?”

“어쨌거나 빨리 달려요 달려!”

 

결국 경수는 영문도 모른 채 차를 몰기 시작했다. 검은 양복들 중 하나는 다시 차로 달려갔고 나머지 검은 양복들은 달려서 쫓아오기 시작했다. 주차장 안에서 쫓고 쫓기는 활극이 일어나자 마트의 주차 안내 아르바이트생은 허둥거렸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 여자가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빙빙 돌지 말고 빠져 나가요! 저기로 들어가란 말이야!”

“저긴 차가 들어오는 길이잖아!”

“들어가라고! 총 맞고 싶어?”

 

그 순간 정말로 총소리와 함께 차 뒤쪽 유리가 퍽 하고 구멍이 뚫려 버렸다. 뜻밖의 상황에 주차장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고 경수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마주 올라오는 차량이 없기를 바라며 경수는 미친 듯이 커브를 틀며 입구를 통해 마트를 빠져 나갔다. 마트 입구에서 이제 막 올라가려는 차량 하나가 깜짝 놀라 멈추어 섰고 경수의 차량은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피해 빠져 나갔다.

 

“아 뭐야 젠장!”

 

경수는 뒷거울로 총탄이 뚫고 나간 뒤쪽 유리를 보며 짜증을 냈다.

 

“저러면 가격이 떨어지잖아 쌍!”

 

경수는 집 방향으로 한동안 달리다가 멈추어 서서 뒷좌석에 탄 여자에게 소리쳤다.

 

“이제 내려! 에이, 재수 없어!”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경수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저 버스비도 없어요.”

“뭐?”

 

경수는 몸을 틀어 여자를 바라보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눈 밑의 주근깨가 경수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여자의 외모는 경수가 좋아할 스타일은 전혀 아니었다.

 

“도와주세요.”

 

도와달라는 말에 다소 누그러진 경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이런 일은 경찰서에 가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경찰서에 간다고요? 천만에 절대 안 될 일이에요. 전 기소중지자예요.”

“뭐?”

 

경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쩌면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이 여자를 체포하기 위해 백주대낮에 총질까지 할 수 있는 국가기관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그런 눈으로 보진 마세요. 아무 죄도 없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이니까. 일단 아저씨 집으로라도 가요. 이렇게 있다가는 그 놈들이 언제 쫓아올지도 모를 일이니까.”

 

덧붙이는 글 |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소설#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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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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