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마다 확실한 개성으로 무장한 4∼5명의 출연자가 한 팀을 이루어 공통된 미션을 소화하는 형식의 '캐릭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너나할 것 없이 이런 포맷을 표방한 아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넘쳐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반기 예능가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것은 역시 <무한도전>(MBC)이다. 6명의 개성만점 남성출연자들을 앞세워 2% 부족한 남자들의 성장드라마를 표방한 <무한도전>은 최근 예능가에 불고 있는 캐릭터 버라이어티의 전형적인 역할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한도전>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이와 비슷한 컨셉을 표방했다는 지적을 받는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의 '강호동의 1박 2일'과 '하이파이브', SBS <라인업>, 케이블채널 코미디 TV <기막힌 외출> 등이 대표적. MBC 산하 케이블채널인 MBC 에브리원은 아예 자체적으로 <무한도전>을 패러디한 여성 버전의 <무한걸스>를 제작하고 있다. 저마다 세부적인 콘셉트의 차이는 있지만,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리얼리티'를 표방한다는 점, 집단 MC 체제를 내세우며 초대손님없이 고정출연자들의 캐릭터와 미션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 등에서 유사하다. 원조 '무한도전'도 '대단한 도전'의 아류 방송가에서는 보통 하나의 프로그램 포맷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그와 유사한 포맷을 표방한 프로그램들이 유행을 타고 넘쳐나는 것을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90년대 초중반 MC의 이름을 내세운 토크쇼가 높은 인기를 끌자, <주병진쇼> <이주일쇼> <이홍렬쇼> <김혜수 플러스유> <서세원쇼> 같은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기록했고, 콩트의 시대가 저물자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개그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주말 황금시간대를 버라어이티 포맷으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무한도전>이라는 상품이 확실한 우량주로 검증된 지금, 한동안 이런 포맷을 표방한 아류 작품의 범람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많은 이들이 이런 모습을 '무한도전 따라하기'로 비판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시청률 경쟁이 극심한 방송가에서 성공한 포맷을 재활용하겠다는 전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 캐릭터 버라이어티의 원조처럼 평가받고 있는 <무한도전>도 그 뿌리는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대단한 도전'의 아류에서 출발했다. 유재석은 이미 KBS 2TV <슈퍼선데이> '천하제일 외인구단'이나, SBS <일요일이 좋다> '유재석과 감개무량' 같은 코너에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기에, <무한도전> 출발 당시 '자기복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진화하는 생물처럼, 아류의 한계를 특유의 도전정신과 실험성으로 극복해냈다. 초창기 <무한도전>의 모든 도전은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패러디와 재탕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기였던 '무모한 도전' 시절부터 과도기의 '무리한 도전'이 식상한 명랑운동회 스타일의 반복이었다면 오늘날의 3기 <무한도전> 역시 방영 초반 '마니아틱한 취향'으로 인하여 높은 시청률이나 대중의 지지를 얻은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하지만 6명의 고정멤버가 각자의 캐릭터를 내세워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무한도전>은 그 기존 프로그램의 한계인 반복성과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한발 앞선 상상력과 실험성을 실천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원조만한 아류는 없다? 오늘날 <무한도전>의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에서 아쉬운 것은 아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별화 노력에 있다. 겉포장은 베낄 수 있어도 알맹이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 최근 예능 코너중 <무한도전>과 가장 유사한 포맷이라고 평가받는 <강호동의 1박2일>의 경우, 대한민국의 알려지지 않는 명소를 소개한다는 '야생-로드 버라이어티'라는 차별화된 콘센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코너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무한도전>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노홍철이나 이수근의 캐릭터. 멤버 각자의 개성과 역할 분담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고, MC 강호동 위주로 너무 기울어져 있는 모습, '독도 편'을 제외하면 해당 지역에 대한 출연자들의 사전 이해나 조명이 너무 부족한 모습들은 아류작의 한계를 대변한다. 전작의 이미지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에서 후발주자들이 더욱 자극적인 포장으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다. <무한도전>과 동시간대 방영되는 <라인업>은 제작 당시부터 다분히 <무한도전>을 의식한 포맷으로 구성되었다. 1인자를 향한 출연자들의 철저한 서바이벌 게임을 내세운 것이나 '인맥'-'라인'을 강조한 팀 구성에서도 그러하다. <무한도전>보다 좀더 자극적이고 강한 콘셉트로 눈길을 끌려다보니 '김구라-김경민의 막말, 욕설 파문'이나 '수산시장 비하발언', '비인격적 몰카' 논란 등이 도마에 오르며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원조만한 아류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완전히 새로운 원조라는 것도 없다. 방송이건 예술이건 모든 작품들은 기존 포맷에 대한 모방과 참조에서 아이디어의 출발이 이루어졌다. 중요한 것은 아류에서 만족할 것인가, 아류를 넘어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할 것인가 하는 노력의 문제다. 지금은 캐릭터 버라이어티 형식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다 할지라도 대중의 취향과 유행은 언젠간 또 변한다. 수많은 아류들이 그 모태가 되는 원조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알맹이없는 포맷의 모방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겨진 상상력과 실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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