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광주고등학교에서는 예비 문학청년들을 위한 작지만 의미깊은 행사가 열렸다. 정대연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손광은 전남대 교수(시인), 박양호 전남대 교수(시인), 최은하 시인을 초청해 광주시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한 것. 이날 이 자리에 참석했던 50여명의 학생들은 20일에 열렸던 광고문학상 백일장대회에 입상한 이른바 예비 문학청년들이었다. 요즘처럼 명문대 입학만이 '교육의 모든 것' 이 되는 시대에 그것도 인문계고등학교가 백일장을 주최했다는 것 자체가 뉴스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오덕렬 교장은 지난 5월 30일, 광주고등학교 출신 문인 60여 명을 기리는 '광고문학관'을 개관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광고문학관'에는 지난 1951년 개교한 이후 이 학교가 배출해 낸 60여명의 문학인 사진과 육필 원고 및 작품집이 전시되어 있다. "광고문학관 개관과 백일장 대회는 연장선상에 있는 사업입니다. 이번 백일장대회에 500여명 가까운 광주시내 중학생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지식기반사회라는 말이 교육계의 주요 의제를 선점했지만 그래도 인생을 생각해 보고 미래와 우주에 대해 고민해 보는 학생들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행복했습니다."
자신이 광주고 동문이자 수필로 문단에 등단한 문인이기도 한 오 교장은 흩어져 있는 낱알의 보석을 모아 문학관을 개관한 것에 대한 감회가 남달랐다. 지난 10월 26일, 광고 문학관을 둘러본 기자는 두번 놀랐다. 120평 규모의 공간에 모교와 향토문화발전은 물론 한국문학 창달에 기여한 문인들을 기리는 '작고문인관'과 '스승관 및 동문관'이 소박하지만 내실있게 꾸며져 있는 걸 보고 첫번째 놀랐고 문학청년시절 흠모해 마지 않았던 평론가 장백일 · 김우창, 언론인 김중배, 사학자 이이화 , 국회의원을 역임한 다산 선생 전문가인 박석무, 소설가 문순태, 시인 이성부 · 민용태 · 조태일 · 김형수 · 차창룡 등 유명 인물들이 이 학교 출신이라는 것에 두번 놀랐다.
"우리 학교 뒤쪽엔 아카시아동산이라 불리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 아카시아 동산이 사색의 공간이요, 상상의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교육환경은 우리학교가 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오덕렬 교장은 사실 광주고등학교가 명문학교라는 점 말고도 '시인학교'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학교 출신의 소설가 문순태씨는 시인이 28명, 시조 2명, 소설 7명, 수필 16명, 평론 6명, 아동문학 2명, 희곡 1명으로 시인이 가장 많았다면서 반세기 동안의 광고문학 발자취를 태동기, 개화기, 휴면기로 구분했다. 태동기에는 장백일, 현재훈, 정현웅, 박성룡, 최덕원, 김중배씨등이 활약했고 개화기에는 박봉우, 윤삼하, 박연구, 주영명, 강태열, 김우창, 정재완, 이승룡, 이이화, 임보, 이성부, 문순태, 조병기, 민용태, 장효문, 김병욱, 조태일등이 중앙문단을 통해 화려하게 등단하며 광고문학의 꽃을 피웠다. 이후 휴면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오덕렬, 김선식, 김희수, 윤삼현, 양원옥, 김종완, 나종영, 김형수, 백성우, 차창룡등이 아카시아 동산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이어갔다. 오 교장은 "매년 10월 개교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재학생들과 광주지역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광고 백일장대회'를 개최해 나가겠다"면서 "나아가 백일장 대회 입상자들을 문학캠프나, 문학기행, 아카시아 동산 문학공원 꾸미기 등의 행사를 통해 계속 지도해 노벨문학상의 씨를 뿌려 나이테로 말하는 광고문학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 교장은 "광고문학은 물론 중고등학교 문학교육이 장기적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치열한 입시위주 교육, 자생적인 동아리 활동의 약화 때문"이라며 "이 작은 문학관을 통해 중등학교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 학생들의 가슴에 문학의 홀씨를 하나 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광고문학관이 지금은 문학위주로 조성됐지만 앞으로 시간을 두고 회화, 서예, 조각등으로 그 전시폭을 넓혀 '광주고 역사기념관'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오 교장은 "우리학교를 시작으로 학교마다, 자치구마다 특색있는 전시관 하나쯤을 갖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면서 "광주가 '문화수도'로서 자리를 굳히는 데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오네스코는 인간에게 있어 권력과 명예와 부는 의자 싸움에 불과하다고 갈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의자 하나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며 경쟁하고 몸부림 치는 무자비의 시대에 오덕렬 교장의 '문학은 정신문화의 중심'이라는 감성교육이 더욱 빛을 발해 암울한 대한민국 교육에 숨통 하나 트는 돌파구가 되길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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