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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락 전개 원리에 어긋난 사설·칼럼 '수두룩'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저널리즘 석사 논문인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 전개에 관한 연구'(연구자:신향식)에 따르면 단락 전개 원리에 어긋난 사설과 칼럼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단락 전개 원리에 어긋난 사설·칼럼 '수두룩'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저널리즘 석사 논문인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 전개에 관한 연구'(연구자:신향식)에 따르면 단락 전개 원리에 어긋난 사설과 칼럼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 신향식
 
글을 쓰는 목적은 자신의 생각과 주장과 정보를 남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 따라서 글 전체의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글을 써야 좋은 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제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해도 글쓴이의 생각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해,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 글은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주제가 선명한 글을 쓰려면 단락 전개의 원리를 잘 지킬 필요가 있다. 한 편의 완성된 글은 ‘단락’이라는 작은 단위의 글이 모여서 구성된다. 단락은 '글의 주제 중 일부 하위 개념을 집중적으로 펼치는 일련의 문장들로 엮어진 조직체'로서, 그 형식이 명확히 구획된 글 속의 글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신문 사설과 칼럼을 쓸 때도 단락 전개의 3대 원리에 따라 단락을 처리하면 글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단락 전개의 원리는 ▲한 단락에서 소주제와 뒷받침 서술이 하나의 내용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통일성의 원리 ▲뒷받침 문장들을 매끄럽게 순리적으로 배열해야 하는 연결성의 원리 ▲단락의 소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논거들을 알맞게 제시해야 하는 강조성의 원리를 말한다.

 

신문 사설과 칼럼의 단락 구성을 분석한 연구 논문
신문 사설과 칼럼의 단락 구성을 분석한 연구 논문 ⓒ 신향식

필자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2006년 1년 동안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에 실린 사설과 칼럼을 체계적 무작위 표집방법으로 1765편을 뽑아 분석했다. 이 연구는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석사논문으로, 2007학년도 2학기 우수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위 신문의 사설과 칼럼을 분석한 결과, 일부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장들로 한 단락이 구성된다는 단락 구성의 원리를 지키지 않았다. ▲단락 전개의 원리를 무시하고 임의로 단락을 나누는 바람에 산만한 글이 되었다. ▲단락에 뚜렷한 주제(중심생각)가 없어 무슨 말을 전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글 전체의 주제도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필자의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논리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장만 나열하여 설득력 없는 글이 되었다. ▲한 문장을 한 단락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구성이 산만한 글이 되었다.


통일성·연결성·강조성의 원리를 묶어서 분석해 보면, 한 편의 사설·칼럼에서 평균 절반 가량의 단락이 단락 전개의 3대 원리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설·칼럼 한 편의 전체 단락은 한 편당 평균 6.48개로 구성되어 있고, 본론 단락의 경우는 한 편당 평균 4.03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사설·칼럼 한 편당 평균 3.43개 단락이 단락이론에 어긋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단락의 평균인 6.48개 단락 중 53%에 해당된다.


신문사 별로 살펴보면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단락 전개의 원리를 상대적으로 가장 적게 위반한 제1집단으로 나타났으며, <중앙일보>가 그 다음으로 제2집단에 속했다. <동아일보>는 단락이론을 가장 많이 위배하여 제3집단에 포함됐으며, 한 문장을 한 단락으로 처리한 '한 문장 단락'을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게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내부 필자의 글보다도 외부 필자의 글 중 상당수가 단락 전개의 원리에 맞지 않아 평균 점수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글의 종류별로 보면, 사설이 칼럼보다는 단락의 원리를 잘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별로는 언론인이 비언론인보다 이 원리를 좀더 반영해 글을 썼다.

 

"신문 글에도 문제 많다" 2006년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의 사설과 칼럼 1,765편을 체계적 무작위 표집방법으로 뽑아 분석한 결과 단락 전개 원리에 맞지 않는 글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 글에도 문제 많다"2006년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의 사설과 칼럼 1,765편을 체계적 무작위 표집방법으로 뽑아 분석한 결과 단락 전개 원리에 맞지 않는 글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 신향식

 

"사설과 칼럼의 일반 단락들의 뒷받침문장들은 소주제와 내용적으로 일치되고 연관되는 것으로만 선택되었는가?" (통일성의 원리)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단락 통일성의 원리를 가장 잘 지킨 제1 집단에 속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동시에 제2 집단에 포함됐다. 곧 한 단락에 한 가지 중심내용을 담은 뒤 단락을 펼쳐야 글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독해할 수 있고 글 전체의 주제도 전달하기가 수월한데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 비해 이 원리를 잘 지키는 편이다. 위 신문들의 일부 글은 한 단락에 여러 가지 내용을 뒤섞어 담는 바람에 도대체 무엇을 독자에게 전하려는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사설과 칼럼의 일반 단락들은 뒷받침문장들을 순리적으로, 조리 있게 연결하여 소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가?" (연결성의 원리)


<조선일보>가 유일하게 단락 전개 연결성의 원리를 잘 지킨 제1집단에 속했다. 그다음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제2집단에 포함됐고, <동아일보>는 맨 마지막 집단에 속해 연결성의 원리를 가장 지키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일보>는 내부 필진뿐만 아니라 외부 필진의 글도 문장과 문장이 매끄럽게 연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설과 칼럼의 일반 단락들은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 논증 또는 구체적 예시 등을 통하여 소주제를 충분히 뒷받침하여 강조하고 있는가?" (강조성의 원리)


<한겨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순으로 강조성의 원리를 잘 지켰다. <조선일보>는 통일성의 원리와 연결성의 원리에서 다른 신문들에 비해 가장 우수한 결과가 나왔으나 강조성의 원리에서 유일하게 <한겨레>에 뒤졌다. <조선일보>는 독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 논증 또는 구체적 예시 등을 통하여 주장을 충분히 강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장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아무리 문장들이  매끄러워도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레토릭의 원리는 인류가 능률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정리된 이론이다. 단락 이론은 학문적으로도 정립되어 수많은 학술논문과 단행본으로 소개되고 있고  초·중·고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사설과 칼럼의 필자들이 굳이 단락 전개의 원리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모름지기 글쓰기의 목적은 필자의 생각과 주장과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기 때문에 중심생각, 곧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도와주는 단락 이론을 활용하는 게 좋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연세대 대학원 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단락#신문#사설#칼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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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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