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 법관 명단', 왜 공개 못했을까 김용철 변호사가 5일 오후 2시에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양심고백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국민들이 기대했던 '떡값 법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더 묘한 운을 띄워놨네요. "현직에 있는 최고위급 검사 가운데 삼성의 불법 뇌물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이 여럿 있다"라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하 사제단)은 검찰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차후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오늘 공개된 김 변호사의 새로운 주장은 "검사 40여명을 관리하는데 매년 10억원씩 썼다. 검사 1명당 500만~1천만원, 검사장은 1천만원 가량이고 법무부 장ㆍ차관도 로비 대상이 됐다"는 주장과, "2003년 12월 검찰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의혹 사건을 기소했을 때 삼성 측이 담당 재판부에 30억을 건네려 했다"는 주장으로 압축됩니다. 이로써, 의문점만 더욱 커졌다는 아쉬움도 있고, 검찰 측에서는 "차라리 명단을 공개하라"는 불만도 제기되는 것입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경향이 짙은 검찰 조직으로서는 이런 '주장' 자체가 전국민적으로 확산되는 것 자체가 타격입니다. 안그래도 '법조 비리' 파문으로부터 신뢰도를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국민으로서도, 해명이 시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낄 만합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전략적으로 지켜본다면, 충분히 이해의 여지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든 마찬가지입니다. 사소한 대결을 하더라도 초반부터 자신의 '무기'를 통째로 드러내놓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김 변호사와 사제단이 확보하고 있다는 '떡값 법관 명단'은 존재 여부가 사실이라면 '비장의 무기'나 다름없습니다. 차후에 '특검'을 하더라도, 일단 관련수사가 전개된다면 '검찰'이 시작할 것입니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면서, 김 변호사나 사제단의 입장에서 수사결과가 미진하거나 납득이 안간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서야 공개할 수 있는 의미입니다. 검찰의 수사과정 전체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인 것입니다. 김 변호사 입장에서는, 그의 '양심고백'이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은 최후의 카드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시작해야 '거대집단'과의 대결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이런 판단이 작용됐을 것입니다. 검찰, 과연 '수사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삼성 비자금 사태'를 지켜보는 많은 누리꾼들 중에는 '검찰의 수사'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드러내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들 중에는 '특검제'를 주장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 낫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목소리를 내는 누리꾼 중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검찰이든 특검이든 공식조사하라"는 '네티즌 청원 서명'을 받기 시작했고, 그에 대해 댓글을 단 누리꾼들은 '특검'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측에서는 김 변호사의 고소·고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나는 고발이 아니라 자수해야 할 사람"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삼성과 검찰의 태도를 지켜보며 사제단 측과 함께 결정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입니다. 김 변호사는 여기에서도 다시 한번 '압박 전술'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만일,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고 그에 따라 수사가 이뤄진다면 수사의 방향은 확실하게 잡아야 합니다. 사제단의 전종훈 신부는 "공론을 통해서 더불어 고민하자는 의미인데 (언론이) 삼성 비자금 보도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떡값 명단이나 찾는다"는 아쉬움을 내비쳤습니다. '떡값을 준 입장'과 '받은 입장'을 동시에,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수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확실히, 전종훈 신부의 언급대로 이슈의 방향이 '떡값 명단'으로 옮겨진 측면이 있습니다. 워낙 자극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그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좋다는 일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준 입장'과 '받은 입장'의 의혹을 받는 이들을 동시에 수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럴수록 중요한 것은,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일 것입니다. 언론의 반응을 보면서, 꼼꼼하면서도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특별검사제' 이뤄지려면 국회 동의 있어야 '대북송금 사건'을 지켜본 분이라면 다 기억하실 것입니다. 설령, 누리꾼들의 주장대로 검찰의 반대를 이겨내고 '특별검사제'가 도입된다 해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일단 가능하다면 '명분'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검사제도'의 정의 자체가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가 발견되었을 때 수사와 기소를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변호사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교과서적인 명분은 보장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명과정에서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은 찬성의 입장을 보였지만, 한나라당은 "검찰은 삼성 비자금에 관한 의혹제기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며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특검은 검찰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생각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친재벌의 성향을 띄는 한나라당 자체의 전통적 정치적 입장도 개입된 것이겠지만,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한 이명박 대선후보의 입장도 개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 은행 소유 의혹'과 '삼성 비자금 사태'로 입장이 가장 난감해진 정치인이 바로 이명박 후보입니다. 그가 주장한 '금산분리 완화'는, 실질적으로 삼성 측에 아주 우호적인 공약이기 때문입니다. 제2금융권은 실질적으로 소유가 허용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이상 '금산분리 완화'가 진행될 경우 남은 타겟은 '은행'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런 논란 속에서 '특별검사제'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과정은 깁니다. '특별검사법 제3조'는 임명절차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① 국회의장은 이 법 시행일부터 2일이내에 각 교섭단체대표위원과의 협의를 거쳐 특별검사의 임명을 대통령에게 요청
② 대통령은 요청을 받은 날부터 3일이내에 대한변호사협회에 특별검사후보자를 추천 의뢰 ③ 대한변호사협회는 추천 의뢰를 받은 날부터 7일이내에 각 사건당 2인의 후보자를 추천 ④ 대통령은 추천된 후보자중 각 사건당 1인을 3일이내에 임명 '삼성 비자금 사태'에 대한 의혹, 그리고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검찰과 법원을 넘어 금융기관과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에, 정치권 자체의 소용돌이 가능성도 있으며, 이 과정에서 후보자 선정의 문제,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한나라당이 과연 찬성할지의 의문도 있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비자금 사태'를 수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2002 대선자금 의혹'으로 이슈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으며, 이로 인해 권력 내부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사람 자체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 '삼성 비자금 사태'에 입장 표명해야 <한겨레>, <오마이뉴스>와 더불어 '삼성 비자금 사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시사주간지 <시사in>은 기사 <삼성 비자금 의혹에 이명박만 ‘묵묵부답’>을 통해 각 대선주자들의 '입장'을 질의서 답변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그중에서 오직 이명박 후보만 질의서를 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유는 '바쁜 일정과 여러 이유'라고 합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한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상황입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언급했던 '삼성 비자금 사태'는 '삼성 은행 소유 의혹'과 맞물려 '금산분리 완화·폐지'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국가의 상식과 법 체계, 공정한 시장의 형성, 총체적인 공직자 윤리와 연관돼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유력 대선주자의 입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회창 출마설'로 인해 바쁘다는 점은 알지만 이명박 후보로서도 '솔직한 입장 표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사태를 외면할 경우, 이명박 후보의 명분과 입지는 땅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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