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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CCTV에 잡힌 난동 장면
ⓒ 농협노조 부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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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농협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는 6일 오전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 앞에서 '지역농협 노사갈등 조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농협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는 6일 오전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 앞에서 '지역농협 노사갈등 조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전국농협노조 부산본부는 지난 6월 11일 농협중앙회 부산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회의 때 됐던 메모지를 공개했다. 이 메모지에 보면 "조합원들은 멱살을 잡아도 괜찮음"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전국농협노조 부산본부는 지난 6월 11일 농협중앙회 부산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회의 때 됐던 메모지를 공개했다. 이 메모지에 보면 "조합원들은 멱살을 잡아도 괜찮음"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 윤성효

"노동조합→조합장하고 대화시에는 반드시 녹음에 들어가기에 말조심. 조합장은 부당노동행위에 조심. 조합원들은 멱살을 잡아도 괜찮음. 노무사 교체 관계. 직원 봉급 명세서 공개. 강력대응 조합장에게 촉구."

부산 지역농협이 노사 단체협상 결렬로 77일째 파업 사태를 맞고 있는 가운데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장이 직접 참석한 회의석상에서 "(농협)조합원들은 (농협노조원들의) 멱살을 잡아도 괜찮다"는 등 대응방안이 논의됐다는 주장이 나와 물의를 빚고 있다.

현행법상 농협중앙회 소속 지역본부장은 지역농협 노사 갈등에 개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따라서 해묵은 '농협중앙회의 지역농협 지배개입' 논란과 함께, 농협중앙회가 나서서 불법행위를 조장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농협노조 부산지역본부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6월 11일 오후 3시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 소회의실에서 열린 부산지역농협운영협의회에 참석한 부산 A지역 농협조합장의 메모를 공개했다.

'본부장의 당면사항'이란 제목으로 A4용지에 작성된 이 메모지에는 "노조 쟁의 찬반투표 결과 찬성 85%", "노무사의 역할 회의론(교체 또는 계약파기 운운)", "산별노조→연합노조" 등의 글귀가 씌어 있다. 또 그 아래에는 "조합장은 부당노동행위에 조심"이라는 글귀와 함께 "조합원들은 멱살을 잡아도 괜찮음"이라는 메모도 적혀 있다.

"조합원들은 멱살을 잡아도 괜찮다"는 의미는 농협조합장 등 간부들이 나서면 복잡해지니, 농협조합원들이 나서서 노조원들에게 물리적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라는 뜻이다. 

메모의 내용은 전남의 한 지역조합장이 회의에서 한 '농협 파업'에 관한 사례 발표를 정리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장도 참석했다.

전국농협노조 부산본부는 이런 메모지가 작성된 회의에 지역본부장이 직접 참석한 점을 들어 농협중앙회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전국농협노조 노조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농협 조합장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며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 노사 갈등을) 배후조정하고 지배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본부는 또 "노조는 어떻게 해서든지 법률이 정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하고자 했지만, 농협중앙회는 부산본부를 앞세워 성실교섭 약속 불이행, 농민 조합원과 노동조합의 갈등 사주, 지역농협 조합장을 통한 노-사 관계 지배개입 등으로 일관해 왔다"고 비난했다.

노조본부가 밝힌 농협중앙회의 '불법 개입' 근거는 이 뿐만이 아니다. 노조본부는 이날 농협중앙회 부산본부 인사업무위원회에서 지역농협 조합장들에게 배포한 '2007년 6차 부산지역농협 운영협의회 부의(안)'이란 제목의 자료도 공개했다.

이 자료는 '노무사 교체 안건'에 대해 설명해 놓았으며 '쟁의행위 유형별 사례'도 담겨 있다. 대응방안에 보면 "중앙회가 회원조합 노동조합의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의 지위에 있는 당사자가 아닌 관계로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직접적인 개입이나 지원 불가"라며 "그러므로 조합장, 상임이사 등 노동조합의 사측 당사자가 쟁의행위 관련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도록 조치"라고 돼 있다.

또 이 자료에는 '파업 단계별 대응방안'에 대해 설명해 놓았으며, '가처분 제도 활용'과 '징계처분', '민사상 책임 추궁', '형사상 책임 추궁', '직장폐쇄의 법적 효과', '쟁의행위 중지명령제도의 활', 근로계약의 정지', '파업과 임금청구권', '상황대책반 운영' 등의 방안을 제시해놨다. 노조의 활동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전술 지침'을 내린 셈이다.

 전국농협노동조합 부산본부가 6일 농협중앙회 부산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농협 직원들이 현관문을 잠궈놓고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전국농협노동조합 부산본부가 6일 농협중앙회 부산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농협 직원들이 현관문을 잠궈놓고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윤성효

농민 조합원들, 여성노조원에게 "술집 작부", "더러운 X" 욕설

농협중앙회의 '지휘'에 힘입은 지역농협 조합원들은 급기야 농협노조원들 앞에서 '무력시위'를 하기도 했다.

6월 11일 회의가 열린지 보름째 되던 지난 6월 26일, 부산 금정농협에는 지역조합 조합원인 농민들 수십명이 함께 나타나 근무 중인 농협노조원들의 의자를 뺏어 집어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 조합원들은 여성노조원들을 향해 "술집 작부"라고 폭언을 퍼붓는가 하면 "더러운 X, X같은 X"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었다.

노조본부는 "금정농협조합장이 농민들을 사주하고, 선동해 근무중인 노조 조합원들에게 의자를 들어 집어던지고 여성노조원에게 '술집 작부, 더러운 X, X같은 X'라는 등의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린 동영상을 증거자료로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당사자인 여성 노조원은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치료까지 받았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서 노조본부는 금정농협에서 여성 조합원이 피해를 입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고, 해당 여성 노조원의 육성을 녹음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노조본부는 또 지난 10월 30일과 31일 농협중앙회 부산본부 항의방문 당시 농협중앙회가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해 노조 간부 1명이 구속된 사건을 들며 '농협중앙회는 구속 간부고소 철회, 부산본부장의 사과, 재발방지 약속' 등을 촉구했다.

서필상 전국농협노조 위원장은 "농협중앙회는 계속해서 (지역농협을) 지배개입 해왔다. 그런데도 한번도 사주한 적이 없다고 했다. 농협중앙회 본부장이 지역농협 조합장을 모아 놓고 노동탄압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 교육했고, 그것을 증명하는 물증까지 나왔다"면서 "오늘로 파업 77일째다. 사측은 아직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번 지배개입은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농협중앙회 회장은 농협 땅을 현대차에 매각하면서 3억원의 뇌물을 받았다. 회장은 밑에 있는 직원들을 사주해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농협노동조합 부산본부는 6일 농협중앙회 부산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의 노사문제에 지배개입을 했다”고 밝혔다.
전국농협노동조합 부산본부는 6일 농협중앙회 부산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의 노사문제에 지배개입을 했다”고 밝혔다. ⓒ 윤성효

농협중앙회 "노사문제 논의할 때 본부장은 없었다" 해명

하지만 노조본부의 지배개입 주장에 대해 농협중앙회 부산본부는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부산본부 관계자는 노조 본부가 이날 공개한 메모지를 짜깁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모지에서 절반 위 부분은 본부장이 발언한 내용이 맞지만 아래 부분은 아니다. 서로 다른 용지에 있는 내용을 본부장이 한 것처럼 한 용지에 짜깁기 해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협중앙회 본부장은 부산지역농협 운영협의회 구성원이 아니다. 본부장은 그날 회의 때 참석해 인사만 하고 나왔다. 노사 문제를 논의하고 다른 지역농협 조합장의 사례 발표 때는 농협중앙회 본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본부에서 공개한 '쟁의행위 유형별 사례'라는 제목의 자료에 대해, 그는 "농협중앙회 본부에서 배부한 것은 맞다"면서도 "농협중앙회는 노사 당사자가 아니기에 개입할 수 없다. 지역농협에서는 노사문제가 처음 발생한 측면도 있고,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요구하기도 해서 제공했다. 제공만 하고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 간부의 구속에 대해 그는 "항의방문이라고 했지만 아침부터 와서 사무실을 점거하고 집기도 드러내며 부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료 짜깁기' 주장에 대해 노조 본부 관계자는 "메모지는 수첩이 아닌 A4 용지에 적혀 있었다"며 "짜깁기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부산농협노조 본부와 지역농협 사측은 지난해 12월부터 교섭을 시작했으며, 올해 4월까지 10차 교섭을 벌였다. 하지만 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자 노조 본부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85%의 찬성으로 가결됐고, 지난 8월 22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가 두달째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농협노동조합 부산본부가 6일 공개한 메모지다. A4 용지 크기로 된 이 메모지는 지난 6월 11일 농협중앙회 부산본부에서 열린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회의 내용을 메모한 것이다.
전국농협노동조합 부산본부가 6일 공개한 메모지다. A4 용지 크기로 된 이 메모지는 지난 6월 11일 농협중앙회 부산본부에서 열린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회의 내용을 메모한 것이다. ⓒ 윤성효


#농협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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