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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물질적 번영과 풍요가 있게 된 것은 자본주의 덕분이다.  자본이 부(富)를 만들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는 여러 단계와 유형이 있기는 하나, 어느 자본주의든간에  말 그대로 자본이 사회의 원동력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대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이다보니 각 분야마다 자본이란 용어를 접목해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자본, 문화자본, 인적자본 , 교육자본 , 사회자본 등이다. 

그런데 월드뱅크는 “국부(國富)는 어디에 있나(Where Is The Wealth Of Nations)”라는 보고서에서 자본의 종류를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국토·석유·천연가스 등의 ‘자연자본’과 기계와 장비, 사회인프라 등 ‘돈으로 만들어 낸 자본’, 그리고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자본’ 이다.

월드뱅크 보고서는 ‘보이지 않는 자본’에 대해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 법치를 포함한 효율적인 사법제도, 효율적인 정부,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예로 들고 있으나  포괄적으로 지식자본, 문화자본, 인적자본 , 교육자본 등이 모두  ‘보이지 않는 자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선진국의 경우 국부를 만들어 내는 데 ‘자연자본’은 기껏 1~3%, 도로·항만·기계 등 ‘만들어 낸 자본’은 17%, 나머지 80%는 ‘보이지 않는 자본’이 그 역할을 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자본’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월드 뱅크는 ‘보이지 않는 자본’이야말로 21세기 국부(國富)라고 규정하고 있다.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의 ‘소프트 파워론’에 의하면 냉전이 종식한 21세기 글로벌 시대에는 군사적 강제력 또는 물질적 경제력 대신 보편적 문화·가치·아이디어 같은 매력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한다.  소프트 파워 역시 ‘보이지 않는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월드뱅크 보고서 이전부터 서구에서는 부르디외(Broudieu), 콜만(Coleman), 퍼트남(Putnam) 등에 의해 ‘사회자본’이란 말이 사용되어져왔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초에 와서야 비로서 ‘사회자본’ 개념이 도입되었다.  ‘사회자본‘은 광의의 의미에서 ’보이지 않는 자본’과 같은 개념이다.

요즘은 진보나 보수 내지 좌우파 진영 모두에서 ‘사회자본’을 강조하고 있다. 유석춘 교수의 ‘사회자본 이론과 쟁점 2003’ ‘한국의 시민사회, 연고집단, 사회자본 2002’은  사회자본의 개념을 소개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 책들이다.

유종근 전 전북지사가 감옥에서 심혈을 기울여 저술한 ‘강한 대한민국의 조건 2007’ 역시 사회자본의 축적과 증진이 선진국으로 가는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시민의원 역시 대통령 후보 경선을 위해 내놓은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책에서 사회투자국가 개념을 제기하면서 사회자본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종근 전 지사는 책에서 한국사회가 신뢰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단호히 진단한다. 저자의 이러한 진단은 사실 각종 통계수치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갤럽 인터내셔널이 실시하는 지구촌 서베이 조사에서 한국국민의 공공부문 신뢰지수는 매번 최하위를 면치 못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6년 실시한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기본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의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신뢰지수는 3.2로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지수 4.0보다도 낮은 지경이다.

저자는 한국사회가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정치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분열과 대립, 갈등, 부정비리 등이 만연한 후진국형 불신사회라고 규정한다. 

이에 불신사회를 신뢰사회로 바꾸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사회 자본임을 역설한다.  이 책은 사회자본의 축적을 위한 실천전략으로서 ‘법치주의 확립’ ‘부패방지 대책 마련’ ‘시장경제원칙 확립’ ‘권력분산으로서 내각책임제와 지방분권 확대’ ‘정치개혁’ ‘NGO 활성화’ 등 나름대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유교라는 정치철학과 전통적 가치에 대해 재평가하면서 사회자본 차원에서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의 유석춘 교수는 아예 ‘한국의 시민사회, 연고집단, 사회자본’에서 “유교문화와 혈연.지연.학연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온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관계맺기 방식이 서구 시민사회의 자원적 결사에 못지 않은 사회적 자원으로 기여해왔다”며 기존학계의 연고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면 반박하고 있다.

유교수는 “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혹은 사회민주주의가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유교문화 전통과 가치 속에는 서구의 이데올로기의 결함을 메꾸어 줄만한 많은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유교의 복원 필요성까지 거론한다.   

결론적으로 유교수는 유교문화 전통과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연고집단이 한국의 사회자본으로서 충분히 순기능적 역할(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해왔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국가이면서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에서 불고 있는 ‘국학’열풍은 좋은 참고가 된다. 중국은 개혁과 개방으로 인해 더 이상 사회주의 사상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다. 더욱이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물질만능주의와 빈부격차에 의한 사회적 후유증이 격심한 가운데 정신세계가 황폐해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민들이 사상적 공백과 정신적 아노미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정책적으로 유학을 복원.부활시키고 있다. 2004년부터는 공자탄생을 국가차원의 공식행사로 성대하게 치루고 있으며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삼국지 강의’와  ‘논어’를 비롯한 사서오경 등 유학 고전은 베스트셀러로 각광받고 있다.  각 대학은 ‘국학’교실을 속속 개설하고 있다. 바야흐로 유학의 중흥이라 부를 만하다.  

서구가 헬레니즘과 히브리즘(기독교)을 공유하는 문화권인데 반해, 중국.일본.한국이라는 동아시아 국가는 유교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다.
중국이 향후 세계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 구축에서 유교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잘하면 우리나라가 유교의 종주국 지위를 차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나라가 사상적으로 중국이나 일본보다 우위에 있게 되며 사회자본 축적에서도 앞설 수 있는 것이다.

앞서의 두 저자는 유교가 사회자본 축적에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 사회자본 내지는 ‘보이지 않는 자본’ 증대를 통한 선진국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유교에 대한 부흥작업은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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