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분다.
따사롭다고 입동이 아닌 것은 아니니 겨울바람이라고 하자.
바람에 바스락거리며 제 몸을 흔들어대는 것들이 있다.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별가를 부는 것 같다.
저마다 다른 빛깔, 저마다 한빛을 받았음에도 다른 빛깔로 다가온다.
빛은 하나로되 그 빛을 투영하는 마음은 여러 가지다.
이렇게 서로 달라야 제멋을 내는 법인데, 우리는 왜 획일적인 사람들을 만들어가는 것일까?
갓 떨어진 낙엽에는 나무의 냄새가 살아 있다.
그리고 조금 지나 마르면 흙에 기대에 있어 흙의 냄새가 난다.
낙엽,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증거이니 감사하다.
그 붉던 빛은 점차로 사라진다.
그렇다고 낙엽이 아닌 것은 아니다.
빛바랜 색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색깔을 찾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말라가는 모습은 숙연하다.
말라가면 갈수록 흙을 닮아간다. 바스러지기라도 하면 흙인지 나뭇잎인지 알 수 없다.
흙과 하나 되는 과정이다.
누구나 흙으로 돌아간다.
흙에서 왔으므로.
간혹 바람에 날리기 싫어 버티어도 본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너무 버겁다.
그러나 그것을 버겁게 여기기 아니하고 바람 타고 여행을 떠난다.
여기에 머문다고, 저기에 머문다고 낙엽이 아니랴!
낙엽이 가벼운 이유는 비웠기 때문이다.
온전히 비우고 나면 자유로워진다.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 낙엽처럼 아름답고 싶은 이유다.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낙엽의 꿈이다.
도심의 아스팔트에 떨어진 낙엽들은 그런 점에서 희생양이다.
바람 타고 흙으로 향할 수 있는 곳에 있는 낙엽들이라 낙엽답다.
처음과 마지막은 아름다운 법이다.
자연은 어김없이 그렇다.
사람도 자연이다.
자연스럽게 살면 처음과 마지막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추해지는 것은 자연과 먼 삶의 결과인 것이다.
낙엽들 사이로 또 다른 희망이 하나 남아 있다.
민들레씨앗, 다 날려보내고 아쉬운 마음에 하나만 달랑 잡고 있다.
그러나 이제 곧 그도 날려보낼 것이다.
이별, 섭섭한 것이다.
그러나 아주 이별이 아니라 또다시 만날 희망인 것이다.
영영 이별이 아니라 또다시 만날 희망을 본다.
마지막 순간,
자연의 이별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