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이회창 대선 출마' 소식을 접한 한나라당은 마치 벌집을 쑤신 듯한 분위기였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이회창의 '색깔'을 빼고 내부 이탈자가 없도록 집안 단속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전 총재의 기자회견이 방송되는 동안 고하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당직자들의 입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연초 '손학규 탈당' 10배 정도 충격 주는 기자회견" 한 당직자는 "연초 '손학규 탈당'의 10배 정도 충격을 주는 기자회견"이라고 말했고,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핵심측근은 "한나라당은 야당을 한 20년 더해야 정신 차린다"고 일갈했다. 정국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낮춰온 이명박 대통령후보는 울산에서 열린 지역 선대위 출범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은 어떤 이유로도 역사의 순리에 반하는 것, 역사를 한참 되돌리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 전 총재가 자신을 공격한 것에 대해 "우리가 언제 좌파로 간적이 있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공식 회의석상에서는 거친 표현을 자제해온 강재섭 대표도 이날만큼은 흥분을 감추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회창 기자회견 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부부간에 싸워서 이혼할 때도 만나서 얘기는 하고 소송하거나 헤어진다. 오늘 뉴라이트 창립기념식에 가서 연설하고 있는데 1시 50분쯤 제게 전화를 하셨다. 당대표에게 하루쯤 전이라도 이러한 이유로 탈당하겠다고 얘기하는 게 정치도의 아닌가? 좀 심하다. 결국은 당에 침을 뱉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그분이나 지지자들이 아무리 미사여구로 얘기를 해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가사회, 인간세계를 얼마나 비참하게 하고 황폐하게 할 것인가? 제가 삿대질하고 싸워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회에 동지가 어디 있으며, 위아래가 어디 있으며, 선후배가 어디 있으며, 스승과 제자가 어디 있나. 이렇게 비참한 세계는 그분이 만든 것이다. ... (중략)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세력, 반좌파세력을 편가르기 하는 것이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원로로서 당에 도움이 되겠다고 말씀하시다가 마라톤으로 치면 총 42.195㎞ 중에 41㎞ 넘게 뛰고 이제 막 운동장에 들어오고 있는데 거기서 갑자기 끼어 들어와서 테이프를 끊으려는 것 아닌가? 이것은 새치기이다. 뒤통수를 치는 것이고 변칙을 넘어선 완전 반칙이다." 강재섭 대표 "나 아니면 안된다는 대통령병"
강 대표의 입에서 "그런 분이 어떻게 대법원 판결을 할 수 있었는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 이것은 대권병이고 대통령병"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전재희 최고위원도 "이 전 총재는 오늘 출마하기 위해서 5년 동안 무슨 준비를 했나? 정말 빈 마음으로 면벽수양하시면서 생각해보시길 바란다"고 출마 재고를 호소했다. 선대위 전략팀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출마선언을 해버렸으니 이 전 총재를 자극하고 안하고 하는 단계를 지났다. 후보는 조용히 있고 당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0%를 넘나들던 이회창 지지율이 14%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한나라당은 8일 오전 9시 강 대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 한나라당 고문단의 항의 방문 ▲ 당협별·시도 단위별 규탄대회를 2~3일내에 연쇄적으로 열기로 했다. 이 전 총재를 규탄하는 특별당보를 제작하고 각 지역 당협별로 규탄 현수막도 내걸기로 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한 전력 때문에 복당의 길이 막혔던 인물들에 대한 자격심사도 신속히 하기로 했다. 당 외곽의 불만 세력들이 이 전 총재 주변으로 몰려드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김학원-이방호 의원 "당내 있으면서 당밖의 인물 돕는 사람은 해당행위로 엄벌"
김학원 최고위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은 "당내에 있으면서 사실상 당 밖의 인물을 돕는 사람은 해당행위자로 규정하여 엄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명박 중심의 당 운영에 불만을 품은 친박근혜 진영이 '태업'을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친박 진영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 전 대표의 핵심측근은 "자꾸 박근혜 이름을 꺼내지 마라. 이 전 총재가 출마하게 된 것도 사실상 이명박 후보의 독선·독주가 자초한 결과 아니냐?"며 "당 화합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이번 선거가 정말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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