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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입시한파가 예고된 가운데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쯤되면 수험생들은 마지막 정리하기에 바쁠 것이고,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은 자녀가 혹여나 탈이나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종교를 가지고 있는 부모라면 절로 교회로 성당으로 찾아가 자녀의 좋은 성적을 기원하며 기도를 드릴 것이다.

 

나는 수학능력시험을 치러 본 경험이 없어 어떤 형태로 문제가 출제되는지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고3을 경험하고 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서 요맘 때쯤의 고3의 마음과 가족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는 있다.

 

수학능력시험이 제17대 대선 후보자들의 행보와 같이 11월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이 때 15년 전 마지막으로 학력고사를 치르던 그 시절을 회상해 본다.

 

수능? 고것이 도대체 뭣이여?

 

“내년부터 입시제도가 바뀐다며?”
“어떻게?”
“쉽게 얘기하면 4지선답형 문제가 5지선답형 문제로 바뀐다고 보면 되는데, 그게 왜 더 어려우냐 하면 답이 한 개가 될 수도 있고 두 개가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
“그래? 그럼 재수하지 않도록 이번 시험에 사활을 걸어야 되겄네”
“그렇지. 재수했다가는 더 힘들어 질 테니까.”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의 이야기다. 나는 일명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다. 내 때는 지금의 수학능력시험과는 다르게 지원할 학교와 학과에 지원하고 나서 입시장이 정해지면 그곳에서 같은 과에 지원한 동료들과 같이 시험을 치렀다.

 

마지막 학력고사를 치렀던 1992년에는 거의 대부분 93년도부터 바뀌는 입시제도(수능)때문인지 재수를 기피해 하향 안정지원을 함으로써 지방대학의 경쟁률은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007작전을 방불케 했던 눈치작전

 

특히, 본인이 원하는 학과보다는 조금이라도 경쟁률이 약한 학과를 선택하기 위해서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삐삐'가 상용화되기 시작했던 이 당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휴대전화였다. 이 당시만 해도 휴대전화는 지방에서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거 서울에서 내려온 수험생들은 누군가와 연신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며 경쟁률을 확인했고, 접수창구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어느 학과에 지원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학과를 기록하는 란을 공백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렇게 눈치작전을 펼치면서 원서를 접수했음에도 결국에는 높은 경쟁률을 가지고 학력고사에 임하게 되었다. ‘마지막 학력고사’라는 변수가 당시의 경쟁률을 결정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 또한 초반에 눈치작전을 펼치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바람에 별다른 작전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애초에 결정했던 학과에 지원했는데 저녁에 뉴스를 보고는 까무라치고 말았다.

 

“경쟁률 17대 1”

 

삐삐도 휴대전화도 없었던 내가 바로 치열했던 눈치작전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방법은 한 가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채로운 고사장 풍경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마침내 학력고사 날이 다가왔다. 그 당시에도 어김없이 입시한파는 찾아왔고 옷을 두툼하게 입고 집을 나서 고시장으로 향했다.

 

고시장 입구에는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시험장만의 풍경이 있다. 시험을 치르는 선배를 위해 헹가래를 쳐주는 후배들, 자신감을 북돋아 주기 위해 교가를 불러주는 후배들, 절을 찾아 빈 정성이 부족했는지 고시장을 바라보며 연신 손을 비비거나 엿을 교문에 붙여놓고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님 등 갖가지 풍경이 생각난다.

 

특히, 지각생들을 수송하기 위해 경찰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고시장에 뒤늦게 도착해 뉴스에 등장하는 수험생들도 예나 지금이나 고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러한 추억의 풍경 이외에 요즈음에만 새로 볼 수 있는 풍경도 있다.


직접 보지는 못하고 메스컴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전자기술의 발달(?)로 각종 커닝 기구가 등장해 고시장에 입장할 때는 휴대전화, 전자수첩, MP3 등의 물품을 절대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검문검색(?)을 철저히 한다는 점이다.

 

학력고사를 치르던 시대만 해도 이러한 전자제품이 없기도 했지만 시계 하나만 차고 들어가서 커닝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다양한 전자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시험이 모두 끝나면 수험생들은 곧장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거나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영화를 보러 가는 등 그동안 입시 탓인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간다. 시험은 시험이고 발표 일자도 기억으로는 한달 후 쯤에 발표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그 시간동안은 모든 것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나왔던 간에 말이다.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수학능력시험!


나는 수능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로서 문제유형이 어떤지, 난이도는 어떤지 잘 모른다.
다만 수험생들이 그동안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결전의 날을 준비해 온 만큼 마지막 컨디션 조절을 잘 해서 노력한 대가를 얻길 바라며, 수험생 처지에서 1년 동안 같이 마라톤을 해 온 가족들도 끝까지 자녀가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잘 보필해줘서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험생 여러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시고 파이팅 하세요!


#학력고사#수학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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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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