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빠랑 자전거 타고 전주천 가자.” “싫어! 차도 많고 넘 멀어.” “아빠만 따라오면 괜찮아. 함께 가자.” “에이! 아빠는? 천천히 가야 돼. 저번처럼 넘어진다고 혼내면 안 돼?” 가기 싫다는 아들 녀석들 데리고 전주천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나나 아들이나 늘 아파트 주변만 돌았을 뿐 집을 떠나 조금은 먼 거리를 가기는 처음이다.
일단 집을 나서기 전에 아들에게 단단히 일렀다. 내리막길에선 두 손으로 브레이크를 잡을 것, 핸들을 급하게 틀지 말 것, 턱이 있는 곳에선 좀 더 주의를 하고 집중할 것 등이다. 며칠 전에도 아파트 주변을 돌다가 아들 녀석은 턱이 있는 곳에서 세 번이나 넘어져 무릎이 까졌기 때문이다.
집에서 전주천까진 자전거로 30분 정도 걸린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느낀 것은 중간 중간 자전거 도로가 있지만 매우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어린 아들과 함께 가기엔 더욱 그랬다. 쉽게 달릴 수 있는 차도를 타고 가기엔 아무래도 위험했다. 어린아이들은 뒤에서나 옆에서 자동차가 달려오면 겁을 먹어 넘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쯤 가자 아들 녀석이 다리가 아프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그런데 눈치를 살펴보니 다리 아픈 건 핑계고 멀리까지 가기가 좀 불안했던 것 같았다.
“아빠, 그냥 집에 가면 안 돼?” “안 돼. 여기까지 왔는데 억새도 보고 물고기도 보고 그래야지. 그리고 아빠가 널 데리고 가는 것은 미래의 여행을 위해서야. 너 아빠랑 자전거 여행 안 갈 거야?” “가~.”
사실 우리 가족은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6학년쯤 되면 자전거 여행을 할 계획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여행을 하기엔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아내의 미숙한 자전거 실력 때문이다. 얼마 전에 아내는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도 된통 넘어지더니 지금은 자전거 옆에도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엄마 때문에 여행 못 가면 책임지라며 은근히 압력을 넣고 있다.
아들 녀석을 다독이며 전주천에 도착하자 천변 양옆으로 출렁이는 억새가 눈에 들어온다. 아들 녀석은 이내 함성을 지르며 빨리 내려가자고 재촉한다. 전주천변에 심은 억새밭은 2002년에 전주시가 전주천 일대 7km 구간에 조성한 것이다. 봄에는 유채꽃이 장관을 이루고 가을엔 억새가 장관을 이루어 시민들의 산책길로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전주천의 물도 예전엔 냄새가 나고 발을 담그기도 어려울 정도였는데 지금은 모래무지나 쉬리 같은 물고기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맑아져 여름엔 꼬맹이들의 물놀이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억새밭 산책로엔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는 사람, 산책을 하다 벤치에 앉아 과일을 깎아 먹는 사람, 산책로 중간중간에 설치된 운동시설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 연인과 다정히 손잡고 걷는 사람,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오고 간다. 사람들을 피해 천변을 앞서 달리던 아들이 갑자기 새가 있다고 소리친다.
“아빠, 저기 새가 있어.”
아들 녀석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백로인 듯한 새 한 마리가 한가로이 물속을 거닐며 산책을 하고 있다. 가끔 물속에 부리를 집어넣지만 원하는 것을 얻진 못했는지 빈 부리로 돌아온다.
아들 녀석과 가까이 다가가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여전히 한가로이 자신이 할 일만 한다. 오히려 반응을 안 보이자 아들 녀석이 지루하다며 자전거 타자고 조른다.
다리 밑까지 가자 한 무리의 비둘기들이 모이를 주워 먹고 있다. 몇몇 사람이 모이를 주자 우르르 주변으로 몰려들어 모이를 쪼아 먹는다. 그 무리들 사이로 아들이 들어가자 먹을 걸 줄줄 알고 잠시 모여들던 녀석들이 원하던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이내 흩어진다. 그러나 아들 녀석은 비둘기들과 한참을 장난치며 논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물었다.
“다음에 또 올 거니?” “응. 또 올 거야. 다음에 올 땐 비둘기 밥도 가지고 올 거야.” “그래. 너 처음엔 겁먹었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지?” “응. 다음엔 누나랑 와야지. 그래서 누가 빨리 달리나 시합할 거야.”
앞으로 3년 후엔 우리 가족 네 식구가 ‘문화유적지 탐방’이란 이름 하에 자전거 여행을 떠날 것이다. 아내와 난 앞뒤에 서고 아이들은 가운데서 나란히 떠나는 여행. 그 여행을 위해 다음엔 좀 더 먼 곳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가 볼 참이다. 아내의 자전거 연습도 열심히 시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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