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근 차이나 프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전에 뉴스에서 '차이나 프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식품을 중심으로 공산품까지 중국산을 되도록 쓰지 말자는 운동인 모양이었습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너희들은 차이나 프리, 난 어쨌든 차이나 유즈'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중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 중국산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은 '차이나 프리'할 때 어차피 중국에 살고 있으니 '차이나 유즈' 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록도 되고 남들에게 좋은 참고도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작한 '차이나 유즈' 일기, 세 번째는 바로 '사는 곳, 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자 주>

"후우~"

지난 토요일(3일), 부엌 앞에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부엌 바닥부터 차기 시작해 점점 위로 올라오는 물을 보면서 그저 한숨만 푹푹 내쉬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요?

예전부터 부엌 싱크대 물이 잘 안 빠졌습니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물이 새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단단히 마음먹고 싱크대 아래 배수관을 한 번 열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배수관 뚜껑을 여는 순간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멈출 줄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일단 부엌과 마루 사이를 잇는 문을 재빨리 닫았습니다. 물이 마루로 흘러나가면 일이 더 커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한 5분 정도 지나니 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온갖 음식 찌꺼기도 물과 함께 사이좋게 부엌 바닥으로 흘러나왔습니다.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물을 빼기로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문턱을 넘을 만큼 물이 차지 않아 부엌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부엌문을 열고 화장실로 가 수건을 들고 와 닦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차례를 반복했으나 수건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물에 흠뻑 젖어버려 더 이상 계속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홍수난 부엌 싱크대 배수관을 한 번 열었더니 부엌이 물바다가 되었다.
홍수난 부엌싱크대 배수관을 한 번 열었더니 부엌이 물바다가 되었다. ⓒ 양중모


급기야 빗자루를 들고 쓰레받기에 물을 밀어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쓰레받기에 물을 담아 화장실까지 가려니 가는 길에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고, 한참 걸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제가 요리를 할 때 자주 쓰는 커다란 통에 물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한 후에야 드디어 물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더 이상 빗자루로 잘 쓸리지 않자 다시 수건을 이용해 바닥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부엌을 청소하고 나니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마음 같아서야 바로 눕고 싶었지만, 싱크대 밑 배수관을 살펴야만 했습니다. 아까 열었던 배수관 뚜껑을 다시 열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부분을 만져보았습니다. 무언가 막힌 것이 있어 배수가 잘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마땅히 뚫려 있어야 할 부분이 안 뚫려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체 어떻게 물이 빠진 것인지 정말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까의 그 홍수 사태는 대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시다면 아래 사진을 보아주십시오. 아래 빨간색 부분을 표시된 부분 속이 뚫려 있어야 하는데 뚫려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싱크대의 미스터리? 빨간 색으로 표시된 부분 속은 위로 뚫려 있는 부분이 있어야 정상일텐데, 뚫려 있지 않다. 파란색 부분은 균열이 있었다.
싱크대의 미스터리?빨간 색으로 표시된 부분 속은 위로 뚫려 있는 부분이 있어야 정상일텐데, 뚫려 있지 않다. 파란색 부분은 균열이 있었다. ⓒ 양중모


물이 빗방울처럼 똑똑 떨어지기는 했지만 물이 거의 빠지기 힘든 구조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싱크대 밑을 받치고 있는 부분도 자세히 보니 균열이 가 있었습니다. 뿐더러 물이 빠지는 배수관도 그리 넓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걸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조만간 주인 아주머니를 불러 해결해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제가 주의 깊지 못한 탓에 집을 빌릴 때 이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보지 못한 것이 가장 큽니다.

어쨌든 덕분에 다음에 집을 빌릴 때는 더 주의해야겠다는 좋은 경험을 얻긴 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 안 하시도록 중국에서 집을 빌리실 때 싱크대 배수관도 꼭 한 번 주의 깊게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중국에서 집 빌릴 때 알아두시면 좋은 점!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여러분도 중국에 오시게 되면 집을 사는 경우보다 빌리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 제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중국 지역에서는 집을 빌릴 때는 우리나라의 전세 개념이 아닌 월세 개념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1년에 500만원이다, 그러면 500만원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1년치 집값으로 다 주는 것입니다. 이는 요새 중국과 교류가 많아졌으니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요?

그런데 이때도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있긴 합니다. 중국말로 '야진'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말로 하면 보증금 같은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부분 돌려준다고 하지만, 깐깐한 집 주인의 경우 이것, 저것 트집을 잡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니 애당초 집을 깐깐히 살피시고 나중에 트집 잡힐 만한 것들은 미리 다 주인에게 확인시켜 '이거 원래부터 문제 있었다'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집을 빌릴 때 집 안에 대부분 가전제품이나 침대 등이 갖추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안 갖추어져 있는 곳도 있으니 그런 곳에 들어갈 때는 쪼잔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자잘한 물건까지 다 갖추어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냉장고, TV, 침대, 에어컨, 책상, 소파, 세탁기 등 이 정도는 당연히 해달라고 요구하셔야 합니다. 인터넷 설치가 되어 있는지, 설치비는 누가 냈는지 등도 미리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한국 TV가 보고 싶으시다면 스카이라이프까지는 힘들어도 위성 방송 정도는 달아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셔도 됩니다.

주인에 따라 다르지만 자신이 필요한 것 중 없는 것을 해달라고 요구했을 때 원래 방값 그대로 받으면서 이것을 다 해주는 주인도 있고, 요구 사항이 많다 싶으면 가격을 올리는 주인도 있으니 이 부분도 꼭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시기 전에 관리비, 난방비 등은 누가 납부하는지도 꼭 확인해보십시오. 지역에 따라 주인이 내주는 경우도 있고, 집을 빌린 사람이 다 내는 경우도 있고, 반반씩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인터넷은 설치되어 있는지 인터넷 설치비는 누가 내는지 등등도 확인해두시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미리 확인을 다 했다 하더라도 살다 보면 꼭 문제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리 성품이 좋지 못한 주인의 경우는 돈을 다 받고 나면 '나 몰라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돈을 한 번에 다 내는 것이 아닌 3개월 후에 한 번 내고, 6개월 후에 한 번 내고 이런 식으로 가능한지를 물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다 해주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면 이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차이나 유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