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에서 장계로 오는 버스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좌석에 터억 앉아 앞을 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승객의 이용 안내문이었다. 문맥이나 맞춤법이 엉망인 안내문을 컬러로 코팅까지 해서 차에 걸어 놓은 것이 우습기도 하고 내가 괜히 민망하기도 했다. 욕설을 하지 마세요. (너는 부모도 없야 등등) 이 같은 내용을 읽으면서 시골 할아버지의 육성이 들리는 듯했다. "너는 부모도 없냐"는 할아버지의 말씀조차 젊은(어린) 사람들에게 욕설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면 이 안내문을 붙인 사람은 보통 평화주의자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 해본다. 그래도 잘못된 어법과 어휘들은 눈에 거슬린다. 버스 회사에서 만들어 붙인 거라면 민망하겠지만 버스기사님이 스스로 해 붙인 것이라면 그 발상이 재밌겠다 싶었다.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버스기사님이 차에 오르자마자 승객들 앞에 섰다. 아주 익숙한 자세로. 투박한 사투리가 정겹다. "어르신들 말인데유"로 시작한 운전아저씨는 10년 버스운전 경력을 내세우며,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서로 얼굴 안 붉히고 목적지까지 잘 갈 수 있는데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서로 말 한마디 잘못 해 가지고 서로 그러면 안 좋지 않냐"고 했다. 몇몇 '어르신네'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어떤 노인네는 "그러엄… 그러엄…" 했다. 운전아저씨는 마지막 당부를 하고는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았다. "지가요. 이거 맹그랐는디오. 지가 제 돈 갖다가 붙인거잉게 이거 보기만 하고 맨지거나 그러지는 마시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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