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범훈 중앙대총장
박범훈 중앙대총장 ⓒ 권우성
중앙대학교 교수 상당수가 특정 대선 캠프 참여로 안팎으로 총장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박범훈 중앙대학교 총장에 대해 '총장을 믿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결정으로 교내 안팎에 일고 있는 박 총장의 사퇴 여론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반면 박 총장은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셈이 됐다.

응답자 55.5%, "박범훈 총장 신임한다"

13일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회장 황선웅)에 따르면, 협의회 소속 교수(806명)를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416명 가운데 절반을 웃도는 55.5%(231명)가 '박범훈 총장을 신임한다'고 답했다.

'신임'(信任)의 사전적 의미는 '믿고 일을 맡김' 또는 '그 믿음'을 뜻한다. 설문조사가 사퇴 논란이 한창일 때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박 총장의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불신임한다'는 대답은 44.5%(185명)이었다.

'박 총장이 대학 총장직과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 위원장직을 함께 맡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421명)의 40.1%(169명)이 '두 직책 모두 고수해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이어 '중앙대 총장직을 사퇴해야 한다'(33.5%, 141명),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한다'(26.4%,111명)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황선웅 교수협의회 회장은 "응답자의 약 40%가 '총장직과 정당의 한 정책위원장 역할 모두를 고수해도 상관없다'고 한 것은 우리 중앙대학교가 처한 대내외적 상황에 비추어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어 "우리는 학교의 쇠락원인을 '네 탓이오'식으로 재단과 역대총장들에게 돌려왔다. 그러나 그런 의식수준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냐"며 반문했다.

385명의 속마음은 과연 무엇?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3일부터 일주일 동안 벌어졌다. 9일까지 최종집계결과, 교수협의회 회원 교수 806명 가운데 421명이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은 52.2%로, 절반은 넘겼다. 하지만 나머지 385명(47.8%)의 교수들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교수들이 '무응답'한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박 총장을 신임은 하지만 대놓고 찬성한다고 말하기엔 여론의 뭇매를 맞을까 두려웠을 수도 있다. 신임은 하지 않지만, 학교에 매인 몸, 어쩔 수 없이 찬성표를 던져야 할 처지기에 고민 끝에 '포기'란 카드를 골랐을 수도 있다. '총장 거취 문제는 애초에 관심도 없다'는 방관자도 배제할 수 없다.

이유야 어쨌든, 교수협의회는 대학의 중대한 사안을 놓고 벌인 설문조사에 절반에 가까운 교수가 참여하지 않은 사실만으로도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그분들을) 대화의 장으로 인도하지 못한 것은 상당부분 교수협의회의 책임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설마' 했는데... "어이가 없다"

중앙대 교수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실망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심한중대교수'란 필명(筆明)을 쓴 한 네티즌은 "교직원이 양심선언을 하면서까지 박 총장의 뒷 공작을 알려줬건만 신임이라니 어이가 없다"면서 "중앙대 교수들의 수준을 알 수가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필명 '동감'은 "중대의 발전, 정의보다는 일단 교수자리 안전 유지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다른 대학에 비해 연구 성과는 안 나오면서 정치권에 줄 대는 교수들이 많은 대학이라는 세간의 이미지가 정확하게 현실을 반영했다"고 꼬집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goster.egloo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범훈#중앙대#교수협의회#설문조사#황선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내가 밉습니다. 화가 나도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내가 너무나 바보 같습니다. 돈이, 백이, 직장이 뭔데, 사람을 이리 비참하게 만드는 지 정말 화가 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안타까운 '클리셰'의 향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