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37주기 기념행사의 제16회 전태일문학상 시상식과 제3회 전태일청소년 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0일 오후 3시에 서울 중구 구민 회관의 강당에서 열렸다. 서울 중구 구민회관은 동대문을 지나 다시 흐르는 청계천을 지나 평화시장의 도로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가로수의 노란 은행잎이 한잎 두잎 떨어지는, 보도블록에 붙어진 '전태일 37주기 기념행사 포스터'는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는 은행잎처럼 왠지 쓸쓸해 보였다. 한 사람은 가고 청계천은 다시 흐르고, 한 사람이 남긴 큰 자리의 빛은 세월이 갈수록 더 빛을 발하지만, 분주한 현실을 살아 사는 청계의 사람들은 올해가 전태일의 37주기라는 것을 몇 사람이나 기억할까. 흐르는 세월은 정말 많은 아픈 기억과 상처를 잊게 만들기도 하지만, 정작 잊지 말아야 할 역사와 위대한 인물들을 망각하게 한다.
전태일 문학상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라는 노동운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에 탄생했다. 당시는 노동문학 혹은 민중문학이 들불처럼 타오를 때라, 글줄깨나 쓴다는 사람은 노동문학이나 민중문학에 가담해서 활동했다. '전태일 문학상'은 여타 문학상과 달리 특정한 자본과 문화 권력에 기대지 않는 상이라는 순수성이 지켜오고 있다. 재정적 위기를 맞으면서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아, 일시 중단된 적도 있으나,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전태일 문학상의 문단의 기여는 결코 작지 않다. 올해도 전태일 선생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참석하여, 제3회 청소년 문학상 수상자들과 제16회 전태일 문학상의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제16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식 및 제3회 전태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식과 제16회 전태일문학상 작품집 <회양나무 숲>의 출판기념회도 겸한 행사의 자리에는, 제16회 전태일문학상 심사위원들과 제3회 전태일 청소년 문학상을 주관하고 심사를 맡은 전국국어교사모임 측과 안재성, 맹문재, 오철수 등의 문인 등이 참여했다. 전태일 문학상과 청소년 문학상 수상식 전에 참석한 수상자와 수상자 가족 및 관계자들은, 전태일 37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전태일 열사의 귀중한 삶의 기록과 흔적을 담은 비디오 영화를 시청했다.
제16회 전태일문학상의 소설부문에 당선한 정윤의 <회양나무 숲>은 "20여 년 전의 건국대 점거 농성 사건과 오늘을 교차하며 진보운동의 이상과 현실을 고민하고, 6월 항쟁을 전후로 한 학생운동의 흐름과 개인에 대한 묘사에 무척 충실할 뿐만 아니라, 두 차례 민간정부를 거쳐 온 오늘의 지식인들의 심정에 대한 묘사도 생생하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생활기록부문에 뽑힌 최경호씨의 <작은 날갯짓>은 "'국가의 왼손'인 공무원들의 노조 만드는 과정을 다룬 글로, 현실적인 고민이 깊고 문장도 좋다는 평과 기록적 가치가 높고 훌륭하며, "노동자 자기 역사 쓰기가 바로 이런 거다."라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라는 전태일 열사의 노동해방의 뜻을 제정의 취지의 삼은 전태일 문학상은, 그동안 노동운동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운동과 문학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우리는 인간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모든 불의에 맞서 그것을 이겨 내려 노력하는 모든 사람, 모든 집단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려는 뜻에서 제정했다"고 전태일기념사업회 측은 제16회 전태일문학상과 제3회 전태일청소년 문학상 수상식을 통해 '노동 해방, 인간해방의 횃불'을 높이 든 전태일 열사의 37주기를 기념하는 사업의 일환인 '전태일문학상'과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의 제정 취지를 새롭게 환기시켰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1970 . 8, 9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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