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악화되는 대기오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수 OECD국가 중 1위, 여기에 자동차 중심의 도로 정책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켜 황량한 도시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기자는 자전거도시에 주목, 그 속에서 미래 도시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 인천시 부평의 도로 등 도시공간의 실태를 분석하고, 국내외 사례 등을 통해 자전거도시가 지닌 가치를 조명하며 나아가 자전거도시로 가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연재는 8차례에 걸쳐 매주 일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기자 주>
인구 57만명이 살아가는 대도시 부평. 그 안에는 학생들도 많다.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학교만 해도 20개 학교, 고등학교는 19개 학교에 이른다.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 중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는 이는 드물다. 이 역시 자전거전용도로가 턱 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통학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자는 지난 4일과 15일 '부평자전거도시운동본부'와 '부평의제21'과 함께 부평구에 있는 17개(중학교 8·고등학교 9) 중고등학교의 통학로와 교내 자전거보관소 설치 실태조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내 자전거 보관소 절대부족조사에 따르면 17개 학교 중 5개 학교만이 자전거 보관대가 설치돼 있었고, 보관소가 설치된 학교의 경우 평균 20여대가 주차 가능했다.
조사 중 만난 학생들은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학교에서 못 타게 한다”거나 “우리 학교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없다. 그래서 밖에다 매 놓고 타고 다니고 그런다”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자전거로 통학한다는 이아무개(17)군은 “버스 타고 다니기에는 아깝고, 걸어 다니기에는 멀어서 자전거 타고 다니는데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은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자전거보관소 설치 등은 학교장에게 위임된 상황이라고 한다. 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의 등하교길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일선 학교로 학생들의 통학 안전에 관해서는 신경을 써달라고 권고하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일선 학교의 몫이라고 했다. 또한,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통학할 경우 현 도로여건상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 학부모들로부터 관련 민원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진 점은 부평역을 등지고 부평대로를 기준으로 우측에 있는 갈산·삼산·부개동의 경우 택지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비교적 자전거도로가 잘 구축돼 있어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학교에 자전거보관소가 없거나 부족해 길가 펜스나 가로수에 매어두는 경우가 많았다.
부평동·산곡동·청천동의 경우는 자전거도로가 부족해 이 지역 학교는 대부분 자전거보관소도 없을 뿐더러 타고 다니는 학생도 많지 않았다.
부천시, 시범학교 운영 등 적극 장려이와 관련 부평구와 인접한 부천시의 경우를 보면, 지난 2003년부터 자전거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는 오정구는 ‘자전거이용 활성화 시범학교’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자전거이용 활성화 시범학교를 신청받아, 인정받은 학교에 자전거 보관시설과 안전한 자전거 통학이 가능한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해 가고 있다.
부천시 오정구 김원해 자전거문화팀장은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위해서는 보관소와 통학로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며 “신청한 두 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해 학교장과 협의를 통해 교내에는 약 40대 보관소와 학교 주변에 약 200여대 보관소를 설치했고, 스쿨존 주변은 주정차 단속을 강화해 통학로를 확보하는 한편, 펜스를 설치해 차량으로부터 안전한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현재는 인도 위에 자전거도로가 있지만 앞으로 차도에 자전거도로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길가에 주정차하고 있는 차량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면 여유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자전거전용도로 설치는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천도 안전사고 위험을 느끼는 교장선생님이 대부분이지만 단체장과 교육기관이 의지만 있으면 인프라 구축은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산곡남중 면허시험 운영 등 관심 높아부평에도 학교에서 자전거 관련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례로 산곡동에 위치한 산곡남중(교장 이대신)의 경우 올해부터 실기를 병행한 자전거 면허시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주로 이론교육을 실시했으나 올해부터는 교사들이 감독관이 돼 매년 학기 초 자전거 면허시험을 치르고 있다.
학교에는 약 100여대가 주차 가능한 보관소가 설치돼 있는데, 자전거 면허시험을 통과한 학생만이 자전거로 통학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이대신 교장은 “우리 학교는 출퇴근길에 차가 많이 몰리는 곳이기 때문에 늘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에게 교통사고 위험과 바른 자전거이용법 등을 교육해 안전사고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곡남중은 인접한 산곡동에서부터 청천동에 이르는 지역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아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학생들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남중역시 근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의 자전거이용을 자제시키고 있으며, 청천동 등 제법 거리가 있는 학생들에 한해 자전거 통학을 허락하고 있다.
청천동 부근에서 자전거를 타고 남중에 가려면 롯데마트사거리와 경남상가사거리를 지나야 하는데, 이곳을 건너면 자전거도로가 끊겨 있어 차도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와 관련 이대신 교장은 “자전거도로가 연속성이 확보되면 학생들이 보다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다”며 “자전거전용도로 설치를 구청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전거전용도로 확충 손꼽아
한편, 이번 실태조사와 함께 부평지역 중고등학생 79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청소년 자전거 이용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응답한 학생은 20%인 162명이다. 산곡남중학생의 경우 286명 중 32%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해 자전거 이용률이 높았다.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 청소년 중 차도를 이용하는 학생은 33%,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학생은 25%, 인도를 이용한다는 학생은 42%로 나타났다.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 청소년의 경우도 무려 73%인 457명이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고 싶다고 말해 자전거전용도로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또한, 자전거 이용 시점과 관련해 조사에 응답한 학생들의 43%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자전거를 이용하기 시작했으며, 초등학교 때 28%, 중학교 이후가 29%로 나타나, 어릴 때부터 자전거이용에 대한 교통안전 교육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이용이 불편한 이유에 대해서는 도난 등이 37%(291명), 자전거도로 미비가 23%(184명)를 차지했으며 보행자 방해(162명)와 자동차위험(155명)이 그 뒤를 이었다. 아울러 현재 설치돼 있는 자전거도로 만족도에 대해서는 21%만이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48%는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은 자전거관련 정책 중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할 것으로 자전거도로 확충(62% 495명)을 1순위로 꼽았으며, 다음으로 보관대 설치(21.9% 174명)와 대여점 설치(8.5% 67명), 공공 수리시설(7.1% 56명) 순으로 꼽았다.
설문조사 결과 청소년들이 시내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데 있어 가장 불편한 점은 자전거전용도로 미비였으며, 전용도로가 인도에 설치돼 있어 차도를 이용한다는 청소년이 25%나 돼 인도와 구분된 자전거전용도로의 확충과 도로의 연속성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로 나타났다.
1. 조사기관 : 2007. 7. 15 ~ 9. 42. 조사대상 : 부평지역 17개 중고등학교, 중고등학생 792명3. 조사기관 :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 운동본부 / 부평의제21 추진협의회 / (사)내일 청소년인권복지센터 / (주)부평신문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연재순서
1. 부평구 자전거 이용 현황과 실태
2. 자전거 타고 집에서 학교 가는 길
3.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시장도 가보자
4. 외국의 자전거도시에서 배운다 (상, 하)
5. 자전거도시로 가는 국내 도시들 (상, 하)
6. 자전거도시는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