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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로, BBK 전 대표인 김경준씨가 16일 국내로 송환돼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로, BBK 전 대표인 김경준씨가 16일 국내로 송환돼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 남소연

18일 오후 3시 30분 서울중앙지검 6층에 자리잡은 3차장검사실.

 

"국민들이 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궁금해하고 있는지 차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검찰 쪽에서 '김경준을 자정까지 수사하고 내보내고 싶은데 기자들 취재 때문에 새벽 2시까지 붙잡았다', '기자들이 수사에 방해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던데 계속 이럴 게 아니라 서로 좋은 방향으로 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오늘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김경준 구속한 후의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기사를 어떻게 쓰란 말입니까?"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이전에도 말한 것처럼 수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다"는 답변만 거듭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도 몇 명씩 지키고 있어야지 별 수 있나"

 

 16일 밤 김경준씨가 조사받고 있는 서울지방검찰청 건물. 
2007.11.16
16일 밤 김경준씨가 조사받고 있는 서울지방검찰청 건물. 2007.11.16 ⓒ 선대식

검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 6일 최재경 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특수1부 2명, 금융조세조사1부 2명, 형사부 1명, 첨단범죄수사부 1명 등 7명의 검사로 구성된 'BBK특별수사팀'을 꾸려 중앙지검 청사 10층의 보안구역에 배치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심지어 수사팀에 합류한 검사에게 수사가 끝날 때까지 개인적인 휴대폰 사용 금지령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유례 없는 '철통 보안' 수사로 인해 난감해진 것은 서울중앙지검에 모인 기자들. 매일 오전 김 차장이 브리핑을 약속하고 있지만,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의 최대쟁점이자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버린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로서는 하루하루 어떤 기사를 써야할 지 난감한 상황이다. 누가 참고인으로 소환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자들은 고육지책으로 10층 보안구역 앞에서 출입하는 이들의 신분을 일일이 물어가며 사건을 취재하는 형편이다.

 

김씨의 구속이 결정된 18일에도 사진기자들이 김씨의 호송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검찰청사의 주요 출입구마다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중요피의자에 대한 취재 편의를 위해 검찰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X시 X분쯤 밖에 나가보십쇼"라고 넌지시 힌트를 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김씨를 호송한 차량이 들어오다가도 기자들을 발견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핸들을 틀기 일쑤다.

 

김 차장의 기자 간담회는 말 그대로 '불만 토로장'이 되어 버렸다. 한 출입기자는 "이런 식으로 하면 수사에 방해되더라도 김경준씨가 수사받는 10층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협박'까지 했다.

 

"참고인 알려주면 수사에 지장 생긴다"

 

그러나 김 차장은 "나도 답답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는 "적어도 참고인으로 어디의 누구를 소환했다 정도만이라도 알려줄 수 없느냐"는 기자들의 요구에 "이번 사건은 다른 사건과 다르게 좁은 범위의 사건이다, 예를 들어 다스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고 말해주면 모두 누구인지 금방 안다"며 거절했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이 그 사람을 찾아내서 검찰이 뭐라고 물어봤는지 뭐라고 답했는지 물어보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보도가 나간 후 "맞네, 틀리네" 등의 논란이 일게 되고 다른 참고인들이 출석 거부하게 되면 안 그래도 짧은 수사기간 내에 수사를 마무리짓는 데 지장이 생긴다."

 

그는 또 "지난 10월 20일에 갱신된 중앙지검 출입기자 명단에 나오는 출입기자들의 전화만 받고 있고 나머지 개인적인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며 "명단에 없는 기자들이 전화하더라도 제가 전화를 안 받을 테니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결국 30여분 간의 김 차장검사와 취재진과의 실랑이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짧은 수사기간에 비해 BBK 사건의 민감성과 국민들의 관심이 큰 만큼 입을 굳게 닫은 검찰. 그리고 그 닫힌 입을 열어야만 하는 언론.

 

BBK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양측의 실랑이도 당분간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BK#김경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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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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