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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백엽 감독
성백엽 감독 ⓒ 홍지연

“‘OEM 출신 감독’이라는 자격지심도 약간 있었는데, 이제야 다 털어낸 것 같아요.(웃음)”

 

제1회 신동헌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성백엽 감독이 활짝 웃었다. 국내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을 만들어낸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부’의 이름을 딴 상, 그것도 원년 수상이라니 감개무량할 수밖에.

 

성백엽. 우리에게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그랑프리에 빛나는 <오세암>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사실 ‘OEM 애니메이터’로 오랜 세월 잔뼈가 굵었다.

 

형편없는 헐값으로 진행되던 당시 창작물은 대부분의 애니메이터들에게 구경조차 싫은 일이었다. 하지만 성 감독은 <머털도사>를 시작으로 창작애니메이션의 재미에 이미 푹 빠진 상태였고, 십수 년을 <떠돌이 까치>, <머털도사> 등 수많은 작품의 원화를 그려왔다.

 

이후 <하얀마음 백구>를 통해 이정호 PD(마고 21 대표)를 만난 성 감독. ‘돈 안 되는 기획안만 내놓는다’고 서로 타박하던 이 최고의 파트너들은 드디어 일을 내기 시작한다. 인기 TV시리즈였던 <하얀마음 백구>와 2004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그랑프리 <오세암>이 속속 만들어졌던 것.

 

 애니메이션 <오세암>
애니메이션 <오세암> ⓒ 마고21

 

현재 성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극장용 장편인 <바리공주>를 작업 중에 있다. 우리의 무속신화 ‘바리데기’ 모티프를 가져온 판타지 어드벤처물. 공주 ‘바리’가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저승을 여행한다는 이야기다.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과 측은지심으로 시작된 이 여행에서 바리는 자신이 태어난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조금씩 알아간다.

 

저승이라는 ‘열린’ 공간을 무대로 한 전혀 색다른 이 판타지는 거칠지만 다이나믹한 3D배경에 2D 캐릭터의 섬세한 감성이 담길 예정이다. 성 감독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닫는 소녀 바리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특히 공을 들였다.

 

“심청이마냥 바리의 효심으로 접근하면 요즘 코드에 안 맞을 테니 ‘성장통’으로 접근했어요. 왜 내가 태어났는지, 죽으라 버려졌는데 왜 또 살아 있는지,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바리공주>는 한·중·불 최초의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2008년 하반기 3개국서 동시개봉 될 예정이다. 이미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에 해외에서의 러브콜이 먼저 들어온 상태. 그러나 막상 국내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프랑스와 중국 등에서 12억에 가까운 투자액을 유치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4억 원을 지원받았을 뿐이다.

 

 제작중인 애니메이션 <바리공주>
제작중인 애니메이션 <바리공주> ⓒ 마고21

<하얀마음 백구>나 <오세암> 때에도 투자자가 나서지 않아 속을 많이 끓였었는데, <바리공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당시만 해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리 좋은데 요즘 누가 그런 애니메이션 보느냐고 했죠. 하지만 우리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안 본 거지, 안 보려고 안 본 건 아니잖습니까. 우리 정서를 담은 호소력 있는 작품이 계속적으로 나와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거라 믿습니다.”

 

대한민국 애니메이터로 살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건만 작품이 엎어질 때면 빠져나오기 힘든 큰 충격에 사로잡힌다. 데모 필름까지 완성됐던 <몽실이>가 지난해 중단돼버린 일도 그에겐 적잖은 아픔이었다. 마음껏 만들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세암> 같은 작품은 하나로 족하다는 생각, 솔직히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요즘 코드만 좇아서야 어디 만들고 싶은 작품, 만들 수 있겠어요?”

 

'나눔에 바탕한 슬픔과 그리움, 가슴저림.' 성백엽 감독이 생각하는 우리 정서다. 소재에서 얼굴, 마음까지 지금껏 순전한 우리 이야기 만들기에 골몰해온 성백엽 감독. 우리를 느끼고, 세계가 감동하는 작품이 다시 한 번 그에게서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와 생생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성백엽#오세암#바리공주#신동헌애니메이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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