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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봉의 넉넉한 자연 돌 속의 절 한채를 품다
미륵봉의 넉넉한 자연돌 속의 절 한채를 품다 ⓒ 송유미
부산은 바다 못지 않게 산이 많다. 산을 찾다보면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조용한 산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부산의 사람들의 경상도 사투리 목소리는 어딜 가나 크고 높다. 지인의 모(某) 사학자는 부산(釜山)의 가마(釜)는 화(火)와 금( 金)이 합해져서, 부산 사람들은 이러한 가마솥의 속성을 닮았다고 자주 말한다. 사실 가마는 일반적인 보통의 솥보다는 열용량이 커서, 더워지는 것도 식는 것도 더디다.
 
가마쇠(부산)의 부산 사람은 사실 사람을 사귀는데 오래 시간은 걸리지만 한번 사귀면 쉽게 변하지 않아 어느 지역에 살거나 사람이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
 
부산 미륵사의 종소리도 한번 종이 울리면 크게 은은하게 울려 쉽게 종소리의 여운이 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서른세 번의 종이 연이어 울리어 도솔천에 닿는다는 시구가 있지만, 미륵사의 종소리는 부산 사람들의 이런 속성을 닮아서일까. 한 번 울려도 크게 온 우주를 은근하게 울린다. 댕댕댕 울리는 종소리에 나무의 열매들도 편종처럼 덩달아 푸른 하늘을 울린다.
 
여기서는 낙동강이 환하게 보인 답니다. 한국의 젖줄 낙동강은 조국의 혈관처럼 흐른다
여기서는 낙동강이 환하게 보인 답니다.한국의 젖줄 낙동강은 조국의 혈관처럼 흐른다 ⓒ 송유미
나도 이제 기와 불사하기로 했다 마음이 절로 비워지는 추일서정의 산사
나도 이제 기와 불사하기로 했다마음이 절로 비워지는 추일서정의 산사 ⓒ 송유미
미륵사 염화전은 돌 속에 지은 절이다. 넉넉한 돌 속에 부처님 품처럼 안겨 있다. 미륵봉은 스님이 좌선하는 상이고 도솔천에 올라 중생을 천도하기 위해 그 위에 서 있는 두 체의 바위 모습이 흡사 미륵존불과 같다 하여 '미륵사'라 하고 그 봉우리를 미륵봉이라 이름하였다 한다.
 
미륵봉에 올라오면 부산뿐만 아니라 양산과 겨레의 젖줄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그 흐름이 고아한 기품의 고승 승의자락처럼 흐른다. 때로는 갯내음을 바람에 싣고 오고 시원한 성정을 일렁이는 통통배의 뱃고동 소리도 아련하게 들려온다.
 
까치밥을 위해 남겨둔 감나무의 편종이 파란 하늘을 울린다.
까치밥을 위해 남겨둔감나무의 편종이 파란 하늘을 울린다. ⓒ 송유미
부산 금정산의 미륵사는 미래에 올 부처님을 위해 원효대사가 지은 절로 알려져 있다. 중생구제의 대업을 이루고자 노력했던  원효대사의 숨결이 어느 곳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미륵불(彌勒佛)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 후 56억 7천만년이 지나 이 세상에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출현하실 미래의 부처님을 이른다.
 
인간의 수명은 백 세도 못 되는데, 8만 세가 되고 시방세계에 극락이 열릴 때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이 세상의 모든 중생과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으로 제도 받지 못한 불제자들까지 모두 제도함으로써 지상낙원인 용화세계(龍華世界)를 개벽할 것이라는 불교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종처럼 튼튼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면, 그 가슴은 생각하는 바를 큰 소리로 세상을 울릴 것이다.
종처럼 튼튼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면,그 가슴은 생각하는 바를 큰 소리로 세상을 울릴 것이다. ⓒ 송유미
 
산사의 종소리 한번 울려도 도솔천에 닿는다지요.
산사의 종소리한번 울려도 도솔천에 닿는다지요. ⓒ 송유미
 
탱탱한 종소리 따라나가던
여린 종소리 되돌아와
종 아래 항아리로 들어간다
저 옅은 고임이 있어
다음날 종소리 눈뜨리라
종 밑에 묻힌 저 독이 큰 종
종소리 그래서 그윽할 터
 
그림자 길어져 지구 너머로 떨어지다가
일순 어둠이 된다
초승달 아래 나 혼자 남아
내 안을 들여다 보는데
마음 밖으로 나간 마음들
돌아오지 않는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던 마음들
아침은 멀리 있고
 
나는 내가 그립다
 
<마음의 오지> - '이문재' 
 
바람의 길을 찾는 무수한 전선줄은 하늘의 길에 닿는다.
바람의 길을 찾는무수한 전선줄은 하늘의 길에 닿는다. ⓒ 송유미

미륵사의 위치는 금정산 고당봉의 왼쪽이다. 산행 길목마다 팻말로 진행방향을 표시해 놓아 초행길이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미륵사가 발아래 절벽으로 내려다 보이는 713암봉은, 삼각점이 있는 무명봉을 넘어 산행로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보는 고당봉은 매혹적이다.
 
더구나 저무는 산사의 종소리를 듣고 있으면 종소리도 박자를 맞추어 종을 울리고, 종소리에 덩달아 떠오르는 일화가 생각난다.
 
진나라의 '사광'이라는 사람은 종소리의 아름다운 울림을 정확하게 감별했다고 한다. 유명한 악인들이 종소리를 시청하고 모두 좋은 종소리라고 말을 했지만, 사광만 "이 종소리는 박자가 맞지 않습니다.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고 임금에게 아뢰였다고 한다.
 
임금은 사광의 말이 이상하여 "다른 사람들은 모두 종소리가 좋다고 하는데 왜 너만 음률이 맞지 않다고 하느냐?" 되묻으니, 사광은 "후세에 귀가 밝은 사람이 나타나서 이 종소리를 듣고 박자가 틀린 것을 웃게 된다면 얼마나 큰 수치이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천년의 미륵사의 범종소리를 듣는 후세들은 정말 미륵사의 종소리에 정확한 박자의 이 크고 장대한 음률을 느낄 것이다. 이 종소리는 사실 가까이 듣는 것보다 또 멀리서 듣는 것이 더욱 감동이 깊다.
 
 미륵사 종소리는 종만 울리지 않고 바위 속의 돌종을 울린다.
미륵사 종소리는 종만 울리지 않고 바위 속의 돌종을 울린다. ⓒ 송유미
산사의 저녁 종소리는 자꾸 등을 떠밀며 내려가라 내려가라 노래하지만...
산사의 저녁 종소리는 자꾸 등을 떠밀며내려가라 내려가라 노래하지만... ⓒ 송유미
"대개 종소리를 들으면 종을 치는 사람의 뜻에 따라 소리가 각각 다르게 울린다. 노해서 종을 치면 그 소리가 웅장하고, 걱정이 있는 사람이 종을 치면 슬프게 들리는 법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의 뜻이 변하는 대로 종소리도 이에 따라 변하게 되므로 자기의 뜻이 진실로 확고하고 보면 저 종소리도 변하는 것이다"고 <공자가어육본>에 적혀 있다.
 
세상은 요즘 너무나 시끄럽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는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그 소리의 울림에 따라 나온다. 우리 국민들은 그 소리의 진실을 '사광'처럼 들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후세에 그릇된 지도자를 뽑았다는 원망을 듣지 않을 것이다.
 
불꽃나무처럼 불타는 단풍은 자꾸 뒤돌아보게 한다.
불꽃나무처럼불타는 단풍은 자꾸 뒤돌아보게 한다. ⓒ 송유미
 
원효대사는 토굴의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는 아침에 일어나 ‘일체유심조(一切有心造)’ 의 도를 깨우쳤다고 한다. 원효대사 울리는 미륵사의 저녁 종소리는 천둥보다 크게 울려 퍼진다. 이 종소리는 원효대사의 일갈처럼 산을 넘어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를 다 잠재우며 울리리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미륵불'은 다가오는 위대한 지도자의 기다림과 다름없으리라. 그러나 산은 양희은의 노랫말처럼 나그네들의 등을 자꾸 떠민다. 내려가라 내려가라. 더 세상의 바닥으로 내려가라고….

덧붙이는 글 |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응모글


#단풍#테마여행#미륵사#미륵봉#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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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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