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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으로 간 할머니 이병숙씨 ..
유치원으로 간 할머니 이병숙씨.. ⓒ 정현순


지난 금요일(16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는 'Working60+ 2007 고령자 고용강조주간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Working60+수기공모에 참석한 수상자들도 함께 한 자리였다. 나도 수기공모에서 동상을 받게 되어 그곳에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 옆에 한 중년의 여인이 자리를 잡고 앉는다. 서로 눈인사를 나누고 금세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가 나에게 무엇을 하냐고 묻는다. 나도 그에게 무엇을 하냐고 물었다. 그는 약간 미소를 머금고는 "유치원에서 일해요" 한다. 하여 그가 유치원에서  오래 전부터 일을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에게 "유치원에서 오랫동안 일했나 봐요?" 하고 물었다. "아니에요. 지난 5월부터 일하기 시작했어요" 한다. 더욱 궁금해졌다. 50대 중반에 유치원에서 일을 새로 시작하다니.

"그럼 유치원에서 무엇을 가르치세요?"
"저는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을 도와주는 도우미 선생님이에요" 한다. 그렇다면 유치원 도우미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사진을 찍자고 하자 그가 난색을 표한다. "저기 대상 받은 사람을 찍어요" 한다. "아니에요. 이런 일은 새로운 정보가 되니깐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해서요" 그러자 그가 인정을 한다.

 

인터넷에서 찾은 일자리

 

올 봄 그는 일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하여 인터넷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던 중 50대 이상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유치원 도우미 선생님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 즉시 그는 접수를 했고 연수교육에 참가를 했다. 그곳에서 그는 67명의 할머니들을 만나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내가 느낀 것은 나이에 연연하지 말고 진짜 능력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면접을 통해서 결정했으면 해요. 60대지만 허리도 구부정한 할머니는 진짜 아이들을 돌보기가 힘들어 보였고, 70대지만  운동으로 자기 관리를 잘해서 젊어 보이는 분에게는 일자리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다.

 

연수교육을 마친 후 그는 지난 5월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 유치원을 배정받았다. 주 5일 근무로 오후 3시~7시까지가 그의 근무 시간이다 . 하루 4시간 동안 그곳에서 유치원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조하고 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쩔쩔 맬 때, 그의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을 저지르고 하니깐 그럴 때는 선생님 혼자 어쩔 줄을 몰라해요. 또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할 때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선생님들의 손길이 아주 많이 필요하거든요. 유치원에 있다가 학원을 가는 아이들도 많아서 그 아이들이 학원에 잘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그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그저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려니 생각을 했다. 하지만 7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하루 1만5천원, 한 달 동안 30만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하지만 그 보람은 돈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그에게 "도우미 선생님이란 호칭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어요?" 하고 묻자, "할머니라고 부르기보다는 다른 호칭은 어떨까? 유치원 선생님들과 의논을 해서 도우미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지요" 한다.

 

"할머니는 무엇을 할 줄 알아요?"

 

그가 처음 유치원을 찾았을 때 아이들이 "할머니, 할머니는 무엇을 할 줄 알아요?"라고 물었단다. 그는 "너희들이 궁금한 것이 무엇인데?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다 말해 봐"라며 그렇게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집에 있는 푸근한 할머니를 생각했던 것 같다고 그가 말한다.

 

그는 마침 동네에서 작은 텃밭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과 그의 텃밭에서 현장학습을 하면서 마치 친 손자 손녀처럼 더욱 가까워질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그런 현장학습뿐 아니라  책읽기, 대소변돕기, 낮잠재우기 등을 도와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같은 도우미 선생들과 집에 있는 할머니와는 차별화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동화책만 읽어주어도 되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 똑똑해서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집에 있는 할머니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하려면 아이들을 이해하고,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가 유치원 문을 들어서면 아이들은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그의 품 안으로 뛰어든다고 했다. 하면 유치원 교사들도 그가 온 것을 모두 알아차린다고 한다. 자신도 아이들을 그 정도로 좋아하게 될 줄은 그 일을 하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다고 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 일을 하면서 유치원 선생님들한테 부담을 준다거나 부담을 느끼게 하면 안돼요. 나는 나이가 많으니깐, 하면서 대우를 받으려고 해서도 안되고요. 그곳에서는 저는 그저 도우미 선생님일 뿐이에요"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기를 유치원선생님들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이들 돌보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한 반에 20~30명씩 하는 아이들을 한 명의 선생님이 돌보기란 정말이지 힘든 일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큰 소리로 야단치면 아이들과 가까워질 수 없다고 평범한 비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2026년이면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도전할 전망이다. 그런가하면 2007년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50대~60대 할머니들의 인력을 활용한다면, 젊은 엄마들은 마음놓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고, 출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노인들도 사회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노인들의 인력이 좀 더 많이 활용되어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는 기념식이 끝나면 바로 유치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계약직인 그는 올 12월이면 끝이 난다고 한다. 내년에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하는 그의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해본다.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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