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가 왁자지껄 떠들썩하다. 실내에서 뛰지 말라고 만날 외쳐도 막무가내이다.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한 패거리가 우르르 몰려나간다. "녀석들, 복도에서 이렇게 떠들면 어떻게 해!" "저희 바빠요." "실내에서 정숙! 왜 모를까?" "알죠. 죄송!" 1학년 학생들이다. 그래도 고개는 끄떡. 인사는 잊지 않는다. 한 녀석은 옆구리에 축구공을 끼웠다.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부랴부랴 운동장으로 나가는 폼이 한판 붙을 모양이다. 점심시간이 시작된 지가 10분이 조금 넘었다. 식사나 제대로 했나? 조금이라도 빨리 친구들끼리 공을 차려고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오후에 학급단합대회가 있어 발을 맞춰봐야겠다는 것이다. 녀석들 표정만 보아도 풋풋한 젊음이 넘쳐난다. 축구가 그리 좋을까? 점심시간. 2층 사무실에서 내려다보이는 학교 운동장이 학생들로 가득 찼다. 좁은 운동장이 더 좁아 보인다. 축구공 예닐곱 개가 날아다닌다. 공의 수만큼 팀도 구성되었으리라. 그럼 몇 명이 공을 찰까? 이리저리 수십 명의 학생들이 공을 따라 잽싸게 움직인다. 정말 활기찬 모습이다.
조회대로 내려왔다. 체육복을 갈아입은 친구, 교복을 입은 채로 뛰는 친구,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다. 학생들이 뛰어다니는 게 파도가 출렁이는 물결 같다. 헉헉대는 숨소리와 함께 젊음의 함성이 들린다. "야! 이쪽, 이쪽으로 넘겨!" "그렇게 차면 어떻게 해!" "슛을 때려야지. 아이 참!" "저거 핸들링 아냐?"
심판도 없다. 운동장에 라인이 그어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름대로 규칙이 정해진 듯싶다. 요리저리 공을 몰고, 길게 걷어차고, 높이 솟아 떨어진 공은 헤딩으로 받아 연결하고…. 여러 팀이 한 데 어울려 뛰는데 제 팀 상대 팀을 구별이나 하고 뛰는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데도 서로 부딪치지 않는 게 신기하다. 얼마 안 있어 함성이 터진다. 축구 골대 네트가 출렁인다. "골인!" 골이 터졌다. 골을 넣은 학생이 두 손을 쳐들고 환호성을 지른다. 같은 편 선수들끼리 손바닥을 마주치며 즐거워한다. 녀석들, 이 난장판에서도 게임을 하는 걸까? 공을 집어넣고 좋아하는 모습은 여느 게임이나 다름없다. 한 골을 먹은 팀 선수가 공을 길게 내 찬다. 다시 게임이 시작된다. 여기저기서 공을 몰고 다니는 모습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아마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지 않나 싶다. 활기찬 학교의 모습
나는 몇 달 전 시골 중학교에서 검암중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그 전 학교는 전교생이 130여명의 아주 작은 남녀공학 학교였다. 학생수가 적어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많지 않았다. 축구 게임을 하려해도 같은 반끼리는 성원이 안됐다. 그러다보니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게 시들하였다. 축구 대신 농구를 즐기는 학생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적은 인원으로는 농구가 제격이었다. 학교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운동도 다른 것 같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남자학교로 학생수도 1100명이 넘는 학교이다. 아침 등굣길에는 교문 가득 학생들이 들어온다. 이전 학교의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와는 다르다.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친다. 일찍 등교한 학생들은 일과가 시작되기 전부터 공을 찬다.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도 공을 차는 애들로 늘 북적거린다. 요즘 학생들은 체격은 나아졌지만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학생들의 노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어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운동량이 적어졌다. 결국, 운동부족으로 체력이 약해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운동장 가득 힘차게 뛰어놀고 있는 학생들이 많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학급단합대회는 축구 게임이 최고! 내 사무실을 청소하는 학생들이 오늘따라 무척 서두른다. 늘 꼼꼼하게 쓸고 닦더니만 대충대충 끝낸다. "선생님, 이만하고 내일 깨끗이 하면 안돼요?" "그래. 너희들 1반하고 단합대회 한다며?"
매주 수요일은 방과후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다. 이날은 학급별로 단합대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단합대회를 하면 축구게임을 펼친다. 물론, 농구와 피구와 같은 시합도 함께 하지만 축구에 더 관심이 쏠린다. 체육복을 갈아입고, 두 반 선수들이 도열했다. 늘 연습을 많이 하던 터라 각자 포지션이 정해졌다. 한 팀은 빨간 조끼를 입어 팀 구별을 쉽게 하였다. 정식으로 게임을 하려는 모양이다. 심판은 두 반 담임선생님이다. 한 분은 주심, 한 분은 부심. 두 분 모두 여선생님인데 열성이 대단하시다. 호각을 든 선생님께서 상호 인사를 시키고 당부를 한다. "애들아, 정정당당히! 몸 다치지 않게 슬슬! 알았지?"
선생님의 호각소리에 게임이 시작된다. 제법이다. 한꺼번에 여러 팀이 무질서하게 게임을 벌일 때와 사뭇 다르다. 패스 연결이 잘 된다. 자기 반 승리를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뛴다. 심판을 보는 선생님께서 갑자기 감독으로 변한다. 선수들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애! 빨리 빨리! 그래 잘 한다. 슛을 때려! 아이고 바보!" 구경하는 학생들도 슛이 빗나가자 한숨을 진다. 이기고 지는 것은 별로라지만 그래도 게임은 게임이다. 결과는 1반이 3반을 4:1로 이겼다. 이긴 팀, 진 팀 게임할 때와는 달리 결과에는 상관없다는 표정이다. 땀을 닦으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선수들 볼이 빨갛다. 틈만 나면 공을 차는 녀석들, 축구가 그리 좋을까? 맛있게 간식을 먹는 학생들이 좋아서 싱글벙글하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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