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UN에서 ‘한국은 단일민족이란 이미지를 극복하고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라’고 권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에 기분 상한 사람들도 많았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우리 민족 정통성에 대해 UN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의 외국인 여성들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단일민족은 더 이상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말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개항기 조선을 방문했던 새비지 랜도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랜도어가 보고 느낀 조선인의 모습은 단일민족과는 거리가 멀었다. 피부색과 체형이 각기 다르고 두개골 형태 또한 다르다는 점을 들어 북방계, 중앙아시아계, 남방계의 다양한 피가 섞인 다민족 혼혈 사회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신복룡 교수는 랜도어의 견해에 적극 동조한다. 더불어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왔던 단일민족이란 말은 비학술적 신화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문화인류학적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우리 민족 속에는 적어도 30여 인종의 피가 섞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그 증거를 우리들 모습 속에서 찾아 보여주고 있다. 추위로부터 눈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두터운 눈꺼풀을 가졌던 북방계 인종의 특징과, 기후가 따뜻해서 쌍꺼풀을 가지고 있었던 남방계의 특징이 모두 보인다. 말총머리의 특징은 북방계고, 고수머리의 특징은 남방계다. 얼굴이 희멀건 것은 서방계의 특징이고, 검은 쪽은 남방계의 특징이다. 책을 읽으며 우리 민족이 다민족 혼혈국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의 일부로 편입되었던 이방인이 얼마나 많았던가. 아라비아인, 몽고인, 여진인, 중국인, 네덜란드인, 일본인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믿어왔던 단일민족의 신화 또한 여전히 의식의 한쪽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며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타인의 눈으로 우리 모습을 확인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신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신복룡의 <이방인이 본 조선 다시 읽기>는 그런 점에서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개항기를 전후해서 조선을 방문했던 외국인의 눈에 비친 모습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편견어린 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느낄 수 없었던 우리의 자화상도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 바다를 버려 나라를 잃었다 ▲ 조선은 황금이 넘쳐나는 나라 ▲ 서세동점기의 ‘서해 5도’의 풍물 ▲ 단순한 도굴범이 아닌 문화인류학자로서의 조선 견문기 ▲ 일본을 알려거든 조선을 먼저 보라 ▲ 조선은 자주국인가 봉신국인가 ▲ 단백질 섭취량이 세계를 지배한다 ▲ 젊은이의 나태함이 망국을 부른다 ▲ 한반도는 다민족 혼혈 사회 ▲ 한국인은 밖에서 성공하는 민족 ▲ 한국 여성개화사의 큰 별 언더우드 여사 ▲ 조선의 인정이 산업화를 막는다 ▲ 조선은 우상의 나라가 아니다 ▲ 조선의 지배층에게 망국의 책임을 묻는다 ▲ 한글은 가장 과학적이고 쉬운 문자 ▲ 어린이가 우는 사회에는 행복이 없다 ▲ 무저항 투쟁으로 독립을 얻은 나라는 없다 ▲ 조선은 중립화가 살 길이다 ▲ 한국은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 나라가 망하니 짐승들도 죽어가누나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개항기의 우리들의 자화상이 지금 우리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그 당시의 모습 중에 우리의 현실 속에 살아 있는 모습은 어떤 게 있을까.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그 당시와 어떤 점이 닮았고, 어떤 점이 차이가 있을까. 100년 전 과거의 모습 속에서 현재 우리들의 자화상이 연이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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