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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양산역이 내년 1월 개통된다.
지하철 양산역이 내년 1월 개통된다. ⓒ 최용호
“양산역(梁山驛, Yangsan Station)은 경상남도 양산시에 있는 부산 지하철 2호선의 역이다. 역번호는 243번이다. 부산 지하철 2호선 3단계 구간의 첫 번째 구간인 호포~양산 구간의 종착역으로 이후 신기~북정 간의 2구간은 양산시와 부산시 간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양산역의 개통 시기는 2호선 3단계(양산선)의 시운전이 모두 완료된 2008년 1월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제공하는 백과사전에 나오는 ‘양산역’에 대한 설명이다.
백과사전에서도 양산역의 개통시기를 2008년 1월로 못박고 있는 걸 보면 이제 한 달 후면 양산에도 지하철이 들어올 모양이다.

티격태격, 오락가락하며 양산시민들의 애를 태워온 부산지하철 2호선 양산선. 양산신도시 조성사업이 지연된 탓에 아직 지역생활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증산역~남양산역 구간은 당분간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게 돼 일단 개통이 되더라도 반쪽짜리 운행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양산시민들이 지하철 개통을 그토록 바라는 것은 지하철의 편리성 때문이다. 빠르기는 말할 것도 없고 차량이 끝없이 밀리는 출퇴근시간이라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어 바깥나들이가 한결 수월한 것이 바로 지하철이라는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지하철 개통이 양산에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길만 뚫는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3월 양산을 찾았던 경제전문가 엄길청 박사는 “양산지역에 지하철이 개통되고 나면 모든 분야의 역외유출이 가속화되고 대도시 경제종속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하철 개통이 양산에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 그러면 어떤 역기능이 있을까?

▶대규모 전학사태와 지역경제 역외유출 우려

지역 교육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가뜩이나 우수인재들이 부산으로 빠져나가서 걱정인 판에 지하철이 개통되면 학부모들이 살기는 양산에 살면서 주소지는 부산으로 옮겨 자녀들을 부산으로 전학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지하철 개통을 반기지 않고 있다.

어디 전학사태뿐이겠는가. 일상의 소비생활에서부터 문화, 레저, 스포츠 등 생활전반의 움직임이 부산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이리되면 양산의 산업과 경제에는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연한 엄살이 아니다. 고속철도가 개통된 이후 서울로의 이동시간이 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의 병의원과 유통업계가 타격을 입은 경우를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는 부산의 의료소비자들도 지역병원을 외면하고 KTX로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아가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지하철 양산역이 내년 1월 개통된다.
지하철 양산역이 내년 1월 개통된다. ⓒ 최용호

▶‘빨대효과’와 ‘샌드위치신세’로 답답한 양산

기실 중소도시에 속하는 우리 양산시는 거대 광역시 부산과 울산에 샌드위치처럼 답답하게 포위당해 있어 가뜩이나 답답한데, 이른바 '빨대효과'로 인해 인구와 경제 모든 분야에서 자양분을 빼앗길 가능성마저 다분하다.

사실상 지역기업에 속한 인력들은 부산과 울산에 주소지를 둔 유동인구일 뿐 실제 상주인구의 증가세는 더딘 편이며,지역경제도 유망종목 없이 배후단지역할만 하다보면 대도시에 실익을 빼앗길 가능성이 많은 실정. 이런 마당에 지하철이 개통되면 자립경제기반이 취약한 양산은 더욱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

양산만의 차별화 전략, 특성화 대책 마련해야
랜드마크 없고 자랑거리 없는 양산...경제유출 속수무책


▶차별화가 필요하다

양산이 작금의 답답한 환경을 극복하고 지역경제의 활로를 열어가려면 양산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성을 발굴하고 연구해 타 도시와 차별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집중화와 차별화 전략의 근본이다.

이를 두고 양산대학 이종식 교수는 “산업도시로서의 도시계획도 필요하겠지만 양산은 부산과 울산이 갖지 못하는 특수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산림자원이 풍부한 양산은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을 선호하는 고소득자들의 휴양지가 될 가능성이 있고 실버산업을 유치해 노인들이 여생을 보내며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도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중소도시는 대도시와의 경쟁에서 동일한 종목을 가지고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양산과 같은 중소도시들은 대도시의 틈바구니에서 '자가동력'을 일으키기 위해 인근 대도시가 할 수 없는 분야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산역 개통을 앞두고 시운전하는 모습.
양산역 개통을 앞두고 시운전하는 모습. ⓒ 최용호

▶흩지 말고 모아라
양산시가 대도시 부산에게 경제력을 빼앗기지 않고 자가동력을 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길청 교수는 "양산의 도시계획부터 재고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현재 양산시의 도시배치는 상.하북에서 물금 범어 호포에 이르기까지 '길 따라 일렬로 늘어놓고 산만하게 흩어놓은 형국'이라는 것이다.

흩어져 있는 양산의 경제동력을 한데모아 집중화시켜야지 지금처럼 각개전투를 벌이는 식의 분산된 역량으로는 대도시의 공격에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랜드마크를 세워라
이에 엄길청 교수는 "신도시 중심에는 랜드마크가 될 만한 주상복합 고층빌딩들을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모든 경제력이 집중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기에는 "대형백화점과 영화관 같은 쇼핑시설과 문화시설이 들어서게 해서 양산시민이 부산으로 빠져나가서 소비하는 것을 틀어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산에도 영화관이 생겨 볼거리를 위해 부산으로 빠져나가는 것마저 막아야 된다. 양산 최초로 들어설 영화관 메가플러스.
양산에도 영화관이 생겨 볼거리를 위해 부산으로 빠져나가는 것마저 막아야 된다. 양산 최초로 들어설 영화관 메가플러스. ⓒ 최용호

▶최고의 가문형기업을 세우라
또한 엄교수는 "사업 분야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똘똘한 기업'을 선정하고 양산의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온 시민이 밀어줄 수 있어야 한다"며 '차별화전략의 적용'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분야 최고의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가문형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되고, 지역발전에 안정적인 기반이 마련되며 일자리 제공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는 것.

▶자력갱생만이 살길
더불어 그는 "소규모 경제지역 안에서 서로 경쟁하다가는 자칫 공멸할 가능성이 많으니 대표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차별화시켜서 타 지역의 경제적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저지선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균형발전계획이란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허구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력갱생만이 살길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도시와의 연대는 '자승자박'
올해부터 광역권 수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울산과 경남 그리고 부산을 연결하는 '광역 경전철망 건설'이라는 거창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대도시와의 연결고리 확대가 우리 양산시에게 도움이 될까?

엄길청 교수는 "차라리 산 넘고 물을 건너는 험로를 오가더라도 대도시와 연결되는 모든 교통시설을 차단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그는 "도시균형발전과 대도시와의 경제협력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최근의 개발계획이 되레 중소도시들의 목을 죄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양산시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될 노웨이트트랜짓 투시도.
양산시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될 노웨이트트랜짓 투시도. ⓒ 최용호

▶차라리 ‘노웨이트트랜짓’이 낫다
얼마 전 발표돼 관심을 끌었던 ‘노웨이트트랜짓’이 양산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전철이 좋다”는 동아대 오윤표 교수의 주장도 있지만 그러한 주장은 비용절감에 대한 문제제기일 뿐 결국은 대도시와의 연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노웨이트트랜짓’은 양산시 관내만 순환하는 운송수단이고 양산시민들끼리 왕래하기 위한 교통수단. 양산 경제권역의 유통을 증진시키는 일이니 역외유출이 있을리 없다.

▶오히려 골프산업을 활성화 하자
부산대 최열 교수는 양산 인근에 골프장이 많은 것을 예로 들며 "양산시가 골프관련 산업의 활성화와 체육시설 확충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려한 자연환경을 골프장이 들어서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난개발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양산만큼 골프장이 들어설 만한 최적의 입지조건을 가진 곳도 드물다.

그렇다면 주춤거리기보다 화끈하게 밀어주는게 낫다는 것이다. 차라리 양산을 세계 최고의 골프시티로 만들어서 골프관련 산업을 활성화 시키면 지역경제의 수익성이 극대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대형 골프장들이 대거 들어서면 다운타운에는 골프연습장들이 성황을 이룰 것이고, 골프연습장 주변에는 골프장비를 판매하거나 수리해주는 골프샾이 번성할 가능성이 많다.

게다가 전국에서 골프마니아들이 ‘골프 파라다이스’ 양산으로 몰려들어 골프만 치고 가겠는가? 주변 요식업소와 레저업체들이 덩달아 짭짤한 수입이 생길게 뻔하다.

 양산은 골프를 산업화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다. 양산 에덴벨리골프장.
양산은 골프를 산업화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다. 양산 에덴벨리골프장. ⓒ 최용호

▶흥분보다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지하철이 개통되고 나면 당분간 양산시민들은 편리함 이전에 혼선을 겪을 것이다.
먹거리를 위해서도 볼거리를 위해서도 ‘양산에서 해결할 것인가’, ‘부산으로 나갈 것인가’ 고민에 빠질 것이다. 교통이 편리해졌는데 ‘아무 것도 없고, 갈 곳도 없고, 잘난 것도 없는’ 양산지역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양산역 개통식이 열리고 또 한 번 양산은 축제무드가 조성될 것이다. 기쁨과 흥분도 잠시, 당면한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차분한 대응책 마련이 아쉽기만 하다.

부산지하철 2호선 양산역의 개통, 이제 한 달 남았다. ‘길이 열리기 전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지역경제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양산시#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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