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BBK 주가 조작 사건에 이명박 후보의 연관성 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의혹과 논란거리에 대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헛갈리는 '해명'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해명'이 되레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조선>, '공사판' 같은 한나라당 질타
이 때문일까. 오늘(26일) <조선일보>는 사설로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오락가락 해명을 질타했다. "이명박 후보 진영에선 누가 진실을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이른바 한글 이면계약서에 찍혀 있는 이명박 후보 도장의 진위 논란, 김경준씨와의 최초 회동 시기에 대한 번복, 이 후보 자녀의 이른바 '위장 취업'에 대한 부인과 번복 등의 사례를 열거하며 도대체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것인지를 따져 물었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대변인들은 이 후보 관련 사항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 보인다"고도 했다. "이후 측근이라는 사람들도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른다"는 전언도 전했다. "건설회사 사장이 목수와 미장이들을 직접 불러 지시를 내려, 회사 간부라는 사람들이 공사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식"이라며 이 후보의 자성을 촉구했다. <조선일보>가 짚은 문제를 오늘 <경향신문>도 자세하게 보도했다. 의혹 제기 때는 "그런 적 없다"거나 "허위·날조"라고 부인하다가 증거 나오면 "맞지만 실체와 뭔 관계냐"는 식이라는 거다. <경향신문>은 지난 24일자 1면에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한글 이면계약서 도장 논란' 기사에 대한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의 '부인 해명'을 "자신이 한 말을 하룻밤 새 뒤집"었다며 그 취재 보도 경위를 상세하게 밝히기도 했다. 박형준 대변인 '말뒤집기'... 공당 맞아?
<경향신문>의 이 기사에 따르면 한글 이면계약서에 사용된 도장이 대통합민주신당과 네티즌들에 의해 2000년 6월 금감원에 제출된 이뱅크증권중개의 자금조달방법 확인서에 사용된 이 후보의 도장과 같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박형준 대변인은 "인감을 위조한 것으로 보인다"는 당초 해명을 번복했다는 것. 박 대변인은 "'사업상 서류 제출을 할 때 쓰도록 LKe에 맡겨져 있던 도장중의 하나인 것 같다, 도장이 맡겨지고 사용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당시의 취재 경위를 설명했다. 하지만, 박형준 대변인은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경향신문이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인용 보도했다"며 "이 후보가 맡겼다는 식의 발언은 일절 한 적이 없다"고 <경향신문>의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경향신문>은 "대변인의 답변은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며 "대변인 자격으로 말한 내용을 스스로 뒤집는 것은 아무래도 공당이 취할 바는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오늘 김종구 편집국장이 직접 나섰다. '편집국에서'란 독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서였다. 김종구 편집국장은 '말에 대한 예의'를 따졌다. 말은 일관되고, 거짓이 없을 때 비로소 말로서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다. 말을 바꾸는 순간 그 말은 물론 그 말을 한 사람의 모든 말을 믿을 수 없게 된다는 평범한 '상식'을 상기시키면서 그렇지 못한 몇 건의 사례를 들었다. 하나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에 대한 삼성의 말 바꾸기. 삼성 측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김용철 변호의 삼성 비자금 기자회견을 갖기 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치사하다'고 매도했다는 것. "회사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임직원 명의로 약간의 차명주식을 갖고 있는 것은 다반사인데 치사하게 그런 것을 폭로하겠다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 이후 삼성은 "그룹 재무팀 임원이 제3자의 돈을 굴린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한겨레> 편집국장 "이명박 마사지걸 발언 해명은 치졸한 변명"
김종구 <한겨레> 편집국장은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한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해명도 그런 측면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종구 편집국장은 말의 일관성, 신뢰성이 의심되는 사례로 '마사지 걸 고르기' 발언 파문을 들었다.
김종구 편집국장은 그 자리에 있었던 당사자 중 한 사람으로 이명박 후보의 마사지 걸 발언에 대해 "술자리에 있을 수 있는 실언" 정도로 생각했지만, 그 후 해명이 "놀랍고,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구 편집국장은 "발마사지 얘기일 뿐"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 "45년 전 선배의 이야기를 전한 것" "변명할 필요도 해명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라는 식의 해명에 대해 "끊임없이 말이 바뀌더"라며 "현장 증인으로서 그런 치졸한 변명을 듣는 심정은 착잡할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해명이 '치졸한 변명'이었다는 것이다. 김종구 편집국장은 "정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언어의 정직성"이라며, 그것은 최소의 "말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마사지 걸 발언 파문이든, BBK 사건이든 그 논란의 핵심은 결국 말의 정직성"이라고 정리했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말' 가운데 또 하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말을 막는 말'이다. 한나라당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에리카 김을 인터뷰한 것과 관련해 "범죄피의자를 직접 출연시켜 허위사실을 유포시켰다"며 선관위에 고발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혔다. 이를 이유로 BBK 관련 공방을 다룰 예정이던 MBC TV의 '100분 토론'에도 불참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집권하면 MBC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김경준씨가 제시한 '한글 이면계약서'가 위조된 것이라면서 일방적으로 '사건의 종결'을 선언했다. BBK 논란에 대한 창구 역할을 했던 홍준표 당 클린정치위원장은 "앞으로 어떤 논란이 제기되더라도 '사법적 공방'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더 이상 반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도 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오늘 여러 신문들이 지적한 것처럼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말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것은 신랄한 지적이긴 하지만 <조선일보> 사설처럼 '체계 없는 공사판 혼란' 정도로 치부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최고 지도자의 품성과 정직성에 관한 것이다. 나아가 한나라당이 에리카 김의 언론 인터뷰를 '범죄시'하고, "집권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폭언까지 한 것은 언론에 대한 한나라당의 인식 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언론자유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이기도 하다. BBK 의혹과 그 논란에 대해 "더 이상 공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전략'이고 '선택'일 수 있지만, 역시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행태다. 한나라당이 스스로의 변호까지 포기하는 처사가 과연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 이익이 될지는 차치하더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공공연하게 외면하겠다는 것 또한 언론 자유에 대한 '오만한 도전'이다. 명색이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공당과 그 후보가 '국민의 알권리'를, '언론의 역할'을 어떻게 이처럼 우습게 대할 수 있는 것일까? 이명박 후보 검증에 소홀했던 보수언론들이 되돌아보아야 할 대목이다. 그것은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언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일 수 있다. 그것을 망각할 때 언론이 치러야 할 대가도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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