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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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신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국민 노망론'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매일매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가슴에 덜컹덜컹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뤄낸 우리 국민이 '노망' 든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아차' 싶었던지 김 위원장은 곧바로 사과했다. 김 위원장이 '국민 노망론'을 말한던 날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가짜가 되고, 유권자도 가짜 좋아하는 가짜가 된다"며 '가짜 대한민국론'으로 한탄했다.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정말 이상한 나라가 됐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이 벌써 1년이 아니라 2년, 3년째 앞서는 후보가 되고 거짓말이 폭로가 됐는데도 그런데 이해가 안된다"며 '이상한 나라론'을 펼쳤다. 반성없는 안희정·조기숙 같은 사람들이 더 문제 한나라당은 국민 모욕이라며 펄펄 뛰었는데…. 사실 이명박 후보에게 제기되는 숱한 의혹을 볼 때 국민들의 그에 대한 지지가 정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 이 후보가 안고있는 의혹이라면 이전 차떼기가 횡행했던 시기에도 당내 경선조차 통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 27일 <국민일보> 기사를 보면 이명박 캠프 자체 조사에서도 이 후보에 대해 비호감(51.1%)이라는 응답이 '호감'(33.3%)이라는 응답을 크게 앞질렀으며, 심지어 지지자 가운데도 10% 이상이 '비호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에게 열광하는 국민들이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용어로 '안드로메다'에서 온 것도 아니다. 5년 전 '노짱'을 찍었던 사람들이고 탄핵 반대 촛불 시위를 벌였던 사람들이다. 문제는 왜 이런 똑같은 국민들이 왜 이명박 후보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면서 이른바 '탄돌이'들한테 노망들지 않았냐는 비아냥까지 듣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느냐는 것이다.
범여권의 무능과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 등 원인 분석은 수없이 나왔다. 그러나 기자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정말 눈꼽만큼도 반성의 기미를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의 언행이다.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지난 9일 자신의 블로그에 '도대체 이길 생각이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민주화 정부 10년, 참여정부 5년을 국정파탄, 경제파탄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에 대해 도대체 어떤 전략으로 싸워서 이기겠다는 것입니까. 국정 파탄 - 아닙니다. 경제 파탄 -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반듯한 선진민주국가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정권을 다시 주시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희들에게 정권을 다시 주십시오. 무능하고 부패하고 부도덕한 저들에게 정권이 넘어가면 안됩니다. 이렇게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같은 날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비서관(현 이화여대 교수)은 '이회창 출마…진보진영 살 길은 반부패연대 성사 뿐'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찬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유능한 진보개혁진영이 국민들로부터 총체적 불신을 받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보수언론이 거짓말과 왜곡,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간계함으로 이들에게 부정적 프레임을 덧씌우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나는 요즘 권력이 한나라당에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배부른 진보주의자들이 정신을 차렸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안희정이나 조기숙 같은 류의 사람들이 국민들을 노망에 들게 했고, 젊은이들이 취직을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조기숙 교수는 반부패 연대를 주장했다. 그런데 정작 그가 찬양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반부패 연대의 절호의 기회인 삼성 비자금 특검을 공수처 운운하면서 질질 끌더니 나중에는 억지로 수용하면서 '대통령 흔들기'라고 김을 확 빼버렸다. 이런 정권을 개혁세력이라고 계속 옹호했던 사람이 백낙청·박형규·황석영 등이다. 이 양반들은 누가 붙여주지도 않은 것 같은데 '국민원로'라는 타이틀 붙이고 나타나 단일화를 요구하는데 사실 단일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이제는 좀 다른 인물들이 나타나 다른 논리로 단일화를 외쳤으면 하겠다는 짜증이 난다. '범여권 전원 총선 불출마'?... 급하긴 급하다 정동영 후보나 문국현 후보 등 범여권이 지리멸렬한 것은 일단 전통적 지지층이 움직일 만한 동력 또는 감동을 전혀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28일자 <한겨레>의 성한용 선임기자는 "정동영·문국현 부총리면 어떤가"라는 칼럼을 썼다. 기자는 객관적으로 제3자의 위치에 서야 한다는 공식도 무너뜨리고 노골적으로 범여권에게 훈수했다. 그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두 사람에게 단 한 번의 마지막 기회가 올 수 있다.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이명박 후보가 무너져야 한다. 둘째 자력으로 지금보다 지지율을 꽤 올려야 한다. 셋째, 이회창 후보가 완주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오는 것을 전제로, 두 사람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한다면 선거를 선거답게 치러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만으로는 약하다. 개혁 진영의 거물들은 끌어들여야 한다. 예를들어 정동영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된다면, 정동영 대통령·손학규 총리·문국현 경제 부총리·정운찬 교육 부총리 조합이 있을 수 있다. 문국현 후보가 되면 문국현 대통령·손학규 총리·정동영 통일 부총리·정운찬 교육 부총리 조합이 된다…결국 외교·안보 정동영·경제 문국현·교육 정운찬·국정 손학규의 이른바 '드림팀'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권력을 몇 사람이 나눠서 행사하는 집단 지도 체제를 짜자는 것이다." 이는 1997년 대선은 DJP연합, 2002년 대선은 노무현-정몽준 연합 등 권력을 나눌 줄 아는 자가 승리한다는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기자는 며칠 전 술자리에서 이보다 더 '과격한' 시나리오를 들었다. 맨 앞에 인용한 3가지 조건은 물론이고 한 가지가 더 붙어있다. 현재 범여권 의원 전원이 내년에 모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노 대통령과 범여권에 대한 범여권의 분노가 엄청나니 무엇인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하며 살신성인의 자세가 드러나야 지지층이 감동받아 움직일 것이라는 논리다. 이전 같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겠는데 이명박·이회창 지지율 합계가 60%에 이르는 상황이라서 정말 급하기는 급하다. 이런 시나리오를 낸 사람에게 "그게 가능하겠냐"고 의문을 강하게 표시했더니 그 사람은 "실제 전원 총선 불출마는 아니더라도 그런 각오로 해야 승리할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당과의 합당도 결국 내년 총선 때의 공천 지분 문제로 파기했던 사람들인데 설사 내년 총선 불출마가 특효약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별로 없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이번 대선에서 진다면 신당 의원들 내년 총선 때 호남 제외하고는 낙선 가능성이 거의 100%다. 죽음밖에 안 남은 사람들이 자리에 계속 연연하는 한 연합정권이든 정책 연합이든, 후보 단일화든 불가능하다. 충무공 말대로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다. '정동영·문국현 부총리면 어떤가'라는 소리가 나오는 마당인데 신당 의원들 의원자리 좀 내팽개치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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