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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V전주방송(이하 전주방송)이 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의 사업권 재허가 심사 추천거부로 송출중단의 위기에 빠졌다. 오는 12월 4일 청문회에서까지 거부 판정을 받는다면 전북권에서는 전주방송은 물론 SBS도 시청할 수 없게 된다.

 

한 달째 접어든 전주방송노조의 파업도 장기화될 조짐이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난 10월 26일 이후 노사는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사측이 능력급제 시행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하지만 일단 방송위원회의 추천거부는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방송위 “전주방송 공공성 확보 부족”
 
방송전파는 본래 공공재이기 때문에 방송사업자는 전파를 임대해서 쓰도록 되어 있다. 전파를 임대하기 위해서 방송사업자들은 3년마다 한 번씩 방송위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방송위가 심사를 거쳐 ‘추천'하면 정보통신부가 ‘허가'를 내준다. ‘허가'를 받은 방송사업자만이 방송을 송신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전주방송은 1000점 만점으로 이루어지는 방송사업권 재허가 심사에서 650점 미만의 점수를 얻어, GTB강원민방과 함께 ‘추천거부' 판정을 받았다. 추천이 거부된 사업자는 청문 절차를 밟는다. 청문회에서까지 ‘거부' 판정을 받은 사업자는 사업권을 잃고 주파수를 반납하게 된다.
 
지난 2004년 iTV경인방송이 이 심사에서 탈락해 방송 송출을 중단한 바 있다. 재허가 심사에는 공공성과 공익성, 경영 투명성 등 8개항의 기준이 있다. 방송위측은 “청문을 앞두고 있어 구체적 사유를 밝힐 수 없다”고 밝혔지만 추천거부 판정의 가장 큰 원인은 ‘방송의 공공성확보 노력 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전주방송은 아침뉴스를 전날 녹화해 방송하고, 라디오 방송을 전량 외부에 위탁하는 등 과도한 제작비 절감으로 방송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방송노조가 방송위에 제출한 자료집에 따르면 전주방송은 지난 3년간 약 11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음에도 설비·인력 확충 등 투자면에서 타 민영방송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주에 대해서는 당기 순이익 30%에 달하는 배당을 해 노조의 규탄을 받고 있다. 
 
노사 “재허가 추천받긴 해야 하는데…”
 
방송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노사의 입장은 대조적이다. 일단 노조 측은 “방송위가 노조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전주방송노조 홍윤기 위원장은 “전주방송이 추천 거부돼 청문회까지 가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방송위원회 결정에 대한 공식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채 최대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오는 12월 4일에 있을 청문회에 대비하면서 일단 방송사업권 재허가 추천을 따내겠다는 입장이다.
  
노사는 일단 청문회에서 재허가 추천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보다는 사측이 재허가 추천 여부가 절박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조건부로라도 재허가 추천을 얻어내겠다. 재허가 거부까지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재허가 추천 결정과 상관없이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윤기 위원장은 “일단 재허가 심사와 노조의 파업은 별개의 사안이다”라며 “만약 재허가 추천이 거부되면 제대로 된 새 사업자를 공모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방송위원회의 결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인 도민들에게 돌아올 전망이다. 과거 허가가 취소됐던 iTV경인방송이 새로운 사업자를 공모해 다시 방송을 송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반이다. 만약 재허가 추천이 거부되면 전주방송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는 이번 사태의 시급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대주주인 일진과 JTV 경영진은 방송위원회 청문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지난 23일에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김승수, 이상훈, 최용준 교수가 성명을 통해 “지역방송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올바로 수행할 수 있도록 주주, 경영진 그리고 종사자들 모두가 ‘방송을 통한 지역문화 창달'이라는 지역방송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민들도 JTV전주방송의 조속한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 최현석(38)씨는 “지금도 방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방송중단은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신영은(24)씨는 “방송이 중단되면 많은 도민들이 항의할 것이다. 방송중단까지는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거부 결정이 나게 되면 현 사업자는 사업권을, 노조는 직장을 잃게 된다. 무엇보다 지역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도민들이 시청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애초 이번 사태가 “제대로 된 지역방송”을 만들기 위해 벌어진 것인 만큼 시청자들의 권리를 최우선에 두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www.sun4i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주방송#언론노조#파업#선샤인뉴스#J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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