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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좁은 골목 길바닥에 그려놓은 그림
비좁은 골목 길바닥에 그려놓은 그림 ⓒ 이승철


그림 값은 예술성과 비례하는 것일까? 요즘 어느 재벌이 비자금으로 그림을 구입했다는 말이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그 그림 값들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어떤 그림은 그 비싸다는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이 저리가라다. 그래서 그런 고가의 그림들이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림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면서 의문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그런 엄청난 값이 매겨진 그림이라면 보는 사람들마다 그 예술성이 감동으로 다가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나는 그런 그림을 보면서 아무런 감동도 느낄 수가 없었다. 왜 그럴까? 내가 그림에 대하여 너무 무식해서였을까? 아니면 내게도 어떤 편견이 작용한 때문이었을까?

 

 초라한 블럭담벼락의 낙타그림
초라한 블럭담벼락의 낙타그림 ⓒ 이승철


그런데 어떤 전문가들은 미술품의 값은 꼭 예술성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름값이 절대적이고 다음은 희소성이라고 한다. 어떤 면으로는 미술품도 결국 유명세가 좌우한다는 것이어서 입맛을 씁쓸하게 했다. 어떤 화가들은 그런 사회적인 여건을 잘 이용하여 자신의 이름과 그림 값을 올리기도 한다니 그런 화가는 예술가이기 전에 사업가인 셈이다.

 

그런데 그런 미술에 대한 사회적인 풍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그림을 아무런 조건이나 값없이 거리에 장식하는 화가들도 있는 모양이다. 이름 하여 거리의 화가들. 요즘 유럽과 미국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하는데 서울에서도 그런 화가들의 그림을 만날 수가 있었다.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정다운 그림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정다운 그림 ⓒ 이승철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와 예술의 거리 혜화동. 그 혜화동에서 낙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대부분 비좁고 가난한 골목길이다. 그런데 그 골목길에서 수억 원짜리 그림보다 훨씬 정답고 아름다운 그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떤 그림은 그 가난한 골목길의 바닥에 그려진 것도 있었고, 또 어떤 그림은 오두막집 담벼락에 그려져 있었다. 마친 그 담벼락 안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라도 하려는 것처럼.

 

 낙서처럼 그려놓았지만 정답기는 마찬가집니다
낙서처럼 그려놓았지만 정답기는 마찬가집니다 ⓒ 이승철


또 어떤 그림은 정말 비좁은 골목길, 그것도 높이가 1m가 될까 말까한 시멘트 담장에 그려놓은 것이었는데 아주 멋진 추상계열의 그림이었다. 그런 그림들은 누가 그려놓았을까? 분명한 것은 자신의 그림을 돈으로 환산하고 값을 올리려는 사업가형 화가는 아닐 것이란 점이다.

 

골목길의 그런 그림들은 우선 오가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또 그런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가득 정다움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런데 그런 그림들은 누가 그려 놓았을까?

 

 낮고 비좁은 골목길 담벼락의 벽화
낮고 비좁은 골목길 담벼락의 벽화 ⓒ 이승철


그런 그림을 볼 때마다 어쩌면 요즘의 그런 사업가형 화가들의 행태에 반기를 든 진정한 예술성을 가진 화가의 작품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몰려온다. 그래서 그림은 더욱 멋지고 아름답고 선명한 감각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예술도 돈으로만 환산되는 이 시대에 자신을 던져 민중들의 소박한 시선과 함께 나누는 예술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예술가 정신이 아닐까?


#이승철#벽화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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