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는 자신의 '마사지걸' 발언과 관련해 "여성계가 사과를 먼저 받을 게 아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후보는 30일 오전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열린 여성정책 토론회에서 "무조건 (발언에 대해) 사과부터 하라고 하면 (사과 요구를)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과할 일이 아니라, 내용 잘못 들었다"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9월 <오마이뉴스>의 첫 보도로 문제가 된 이 후보의 '마사지걸' 발언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이 후보로서는 '마사지걸' 발언이 알려진 이후, 여성계 인사들과 처음 접하는 공식적인 자리였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 후보의 '마사지걸' 발언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의혹이 일었다"며 "여성계가 사과를 요청한 일도 있는데, 앞으로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사과할 일이 아니라 (여성계가) 내용을 잘못 들었다"며 발언 내용의 전달에 오해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당시 10명의 언론인이 있었는데 유독 한 사람이 직접 들은 것이 아니고 전해 듣고서 (기사를) 썼다. 나머지 9명은 (당시 발언에 대해)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니다'고 하는데, 기사가 났다. (다른 9명의 언론인은) '앞으로 자리를 함께 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여성계도 사과를 먼저 받을 게 아니라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고 내용을 본 뒤에 사과를 해야 할지, 안 해야 할지 결정을 하셔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사과부터 하라면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이 후보는 또한 "그 문제는 제 의견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40년 전 있었던 한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한 것"이라고 말해 보도 직후 당시의 해명을 되풀이했다. 이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겨레> 편집국장 "제가 걱정할 정도로 민망스런 발언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장에 있었던 김종구 <한겨레> 편집국장은 지난 27일자 칼럼에서 " ‘이 자리에 여성인 나경원 대변인도 있는데 저런 말을 함부로 해도 되나’ 하고 제가 걱정을 할 정도로 민망스런 발언이었음은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국장은 '말에 대한 예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저는 정치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언어의 정직성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어쨌든 제가 정말 놀라고 실망한 것은 이 후보 진영의 사후 대응이었다"면서 이렇게 썼다.
"'발마사지 얘기일 뿐'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 '45년 전 선배의 이야기를 전한 것' '변명할 필요도 해명할 필요도 없는 사안' …. 끊임없이 말이 바뀌더군요. 현장 증인으로서 그런 치졸한 변명을 듣는 심정은 착잡할 뿐입니다."한편 질문을 꺼냈던 남윤 대표는 이 후보의 답변에 곧바로 "(토론회를 지켜보는) 시청자가 오해하실지 모른다"고 전제하고 "당시 우리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며 처음부터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직후인 지난 8월 28일 중앙 일간지 편집국장 10여 명과 저녁식사를 하던 도중 '인생의 지혜'를 논하면서 서비스업에 종하사는 여성에 대해 부적절한 비유를 한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이 후보는 현대건설에 다닐 때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외국 현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라고 발언했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개 여성단체는 "이 후보의 발언은 여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고, 여성 유권자들에게 큰 상처를 준 행동"이라고 반발하면서 ▲발언의 진위 여부 ▲성매매 문화에 대한 관점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이 후보쪽에 보냈다.
한나라당은 공개 답변서를 통해 "여성을 비하한 적은 없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서 모두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을 뿐, 일부 매체에서 암시하는 특정 직종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명박 "'2차'가 뭔지도 모른다"이 후보는 성매매 업소를 자신의 건물에 임대시킨 것에 대해 "(성매매 성업 사실을) 몰랐다"며 "구청에 물어봤지만 '단속 사례가 없다'고 했다, 의심의 여지가 있으면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비용을 부담하고 지금은 (업소를) 폐쇄시켰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처럼 여유를 보여 "불법 성매매를 방조한 것 아니냐"고 되묻자, 이 후보는 "'2차'가 뭔지도 모른다"면서 "성매매업을 한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이에 대한) 확실한 정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신문에 난 기사를 갖고 구체적 답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겨레> 신문은 지난 20일 이명박 후보 소유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영일빌딩에서 여성 종업원을 고용한 유흥주점이 성업중이고 이 업소에서는 여성 종업원의 성매매까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