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밤 11시 30분 아직 통안에 팔지못한 것이 남아있다. 언제 들어가실려나
밤 11시 30분 아직 통안에 팔지못한 것이 남아있다. 언제 들어가실려나 ⓒ 김종신
인천 동암역 밤 11시 30분. 낮엔 평소 할머님 6분이 일렬로 늘어서 장사를 하는 곳이다. 당신들이 널어놓고 파는 것은, 농산물 시장에서 사온 것들을 조금 이윤을 남겨 되팔거나, 시래기를 삶아 파는 것이 전부이다.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동정이 아니라 사실려고 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오다 가다 한 번씩 사게 된다.
 
  
 힘겨워보이는 뒷모습
힘겨워보이는 뒷모습 ⓒ 김종신
하루 11시간 쪼그리고 앉아 다 팔면 남는다는 2만원. 한 달 60만원. 누군가는 하룻밤의 술값이 될 수도 있는 돈이지만 잔돈을 거슬러주시는 부르튼 손등에서 돈의 소중함을 배운다. 매일 하루에 2번 오고가며 보는 얼굴들에서 "위로"가 아닌 "용기"를 얻는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동정'으로 할머님들의 물건을 사줄지언정, 부끄러워하거나 비굴해 하지 않으실 것이다. 부끄러운 건 빌어먹는 일이며, 정당치 못하게 버는 일이며, 열심히 살아가지 않는 것이며, 게으르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의 삶을 돌아본다. 우리도 돌아보길 바라면서.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에게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노점상#함께하는 삶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