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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교보문고 광화문 점은 유난히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대한민국 대표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출간 기념 사인회가 오후 3시에 열렸기 때문이다. 세 번의 이혼을 경험하고 각각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이야기로 작가의 실제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소설은 출간 전부터 화제를 낳았다.


행사 시작 5분 전에 자리에 참석한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팬들을 밝은 얼굴로 맞이하고 선착순으로 사인을 해주었다. 그녀를 알아본 시민들은 휴대폰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로 연신 그녀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내곤 했다. 종로 방향 출입구 통로에 사람들이 몰려 혼잡이 예상되었지만 안전 요원들의 적절한 통제 덕에 한시간여 동안 진행된 사인회 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공지영 작가는 사인회가 끝난 후 반디 앤 루니스 종로타워 점에서 신간 출간 기념 저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작가는 그의 여덟 번째 장편 소설인 <즐거운 나의 집>이 무엇보다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고, 독자들과의 짧은 인터뷰 시간도 가졌다.

 

- 여덟 번째 장편소설 <즐거운 나의 집>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나는 이번 기회에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소설을 발간했다. 내가 실제 사는 집의 구성원을 이야기 속에 등장시켰다.

 

지금껏 내가 써왔던 작품들이 실제로 겪은 일이냐는 소문이 항상 돌아서 처음에는 속도 많이 상하고 내가 너무 거짓말을 그럴 듯하게 하나보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아예 다 밝혀버린 것이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이번엔 "이거 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아니죠?" 하고 묻기도 하더라. 내가 성이 다른 세 아이와 사는 가족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가족, 가족 하다보면 실제로 소위 말해서 모범적이지 않은 가정들, 말하자면 엄마, 아빠, 아이들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족들에게는 기존에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들이 어떤 면에서 상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기 가족은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그것이 늘 마음이 아팠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우리가 흔히 모범적인 가족이 행복할 거라고 짐작하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 당연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문제는 '구성원'이 아니라 '필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있다면 어떤 형태라 하더라도 소중한 가정, 보금자리가 된다. 내가 살아온 삶 자체가 그랬기 때문에 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려웠던 작업이었다."


- 자전적 소설을 쓰기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간에서 들리는 말들도 많았을 텐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세간에서 들려온 소문은 작품을 쓰기 전에 이미 내 마음 속에서 스스로 정리를 했다. 이 소설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실제로 '나'이면서 동시에 극중 화자 '엄마'인 이 여자를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를 들 수 있겠다. 좋게 미화하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내 자신을 너무 비하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소 나의 모습 그대로, 어떻게 보면 살짝 망가진 모습으로 그려내 보였더니 독자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게 이 소설을 내가 편안하게 쓸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실제 인물이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이라도 마음 상하고 다칠까 전전긍긍도 했다. 따듯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 이 작품을 함으로써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얻은 것은 아마도 첫 번째, 인세(저작물의 출판·발매를 조건으로 출판사로부터 저작자 또는 저작권자에게 지불되는 저작권 사용료)가 들어 올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좀 거창하게 말하면, 독자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자신의 가족이 가끔씩은 짐이자 고민거리일 수 있는데 그런 가족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그동안 많이 없었다.

 

또 이번 작품에서는 내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발랄하고 유쾌한 내용을 써보기로 결심했었다. 나로서는 처음으로 하는 시도라서 쓸 때는 힘이 많이 들었는데, 독자들이 배를 잡고 웃을 만큼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반응을 보여 기분이 매우 좋았다. 잃은 것이 있다면 대중들에게 이제껏 지적이고 까다롭게만 보였던 나의 모습일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나는 나를 완전히 드러내 줌으로써 기존의 우아한 이미지를 잃은 느낌이다." 

 

- 이번 작품으로 예전의 공지영 이미지를 탈피, 엄마와 딸이 마치 친구사이와 같은 모습으로 나오는 등 이미지의 변화가 많았는데?

"그렇다. 예전에는 남들에게 그런 나의 본모습을 들키면 조금은 우습게 보일까봐 일부러 많이 숨기곤 했다. 나의 지적인 이미지만을 보여주려 노력했었나보다. 하지만 역시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비슷 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라고 해서 뭔가 특별하다거나 다르지 않다."

 

공지영은 올해로 등단 20년이 되는 중견작가이다. 21세기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등 각종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그녀의 문학적 행보는 항상 화제가 되었고 '공지영 신드롬' 이라고 불릴 만큼 발표하는 작품마다 흥행 기록을 내며 대중들의 사랑을 독차지 해왔다.

 

시대에 대항해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페미니즘 문학, 존재론적인 문제를 다룬 소설 등을 주로 작업했었던 그녀가 이번 <즐거운 나의 집>으로 '유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고난이 올 때 정말 필요한 것은 용기이기도 하고 인내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가장 중요한 건 유머"(본문 101쪽)에서 볼 수 있듯 이 책에서 유머의 의미를 재조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자기 자신과 가족이 남들과 달라서 힘들고 외로웠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 그렇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이지 틀린 게 아니다.

 

이 소설에서 그녀는 작가 공지영이기 이전에 타인에게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한 인간이고, 예쁘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 들으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이며, 맥주를 좋아하는 40대 아줌마이고, 세 명의 자식들 학비 걱정에 한숨 쉬는 이 시대의 어머니이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도 사랑이 있으면 우리는 가족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명사는 바로 '사랑'이니까"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들이 늘 그녀의 곁에 있기에, 그래서 그녀 삶에 사랑이 가득하기에,

공지영은 행복한 사람이다. 


즐거운 나의 집 - 개정판

공지영 지음, 폴라북스(현대문학)(2013)


#공지영#즐거운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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