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째 첨예하게 대립하며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던 광명시 납골당 사태가 해결국면으로 전환될 분위기다. 납골당 백지화를 요구해 온 안양시 연현마을LG빌리지 주민들이 총회를 통해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안양 석수동 연현마을 주민들은 1일 오후 5시 석수동 연현중학교 5층 대강당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총회를 열고 4시간 30분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그동안 요구해 왔던 '납골당 부지이전 및 납골당 건립 백지화 요구' 원칙을 철회키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공'은 일단 칼자루 쥐고있는 광명시로 넘어갔다. "전임시장이 잘못해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고 외쳐왔던 이효선 광명시장이 앞으로 대화와 타협으로 광명납골당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남길 것인지 향후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집행부, 꾸지람 각오하고 이 자리에 섰다
이날 '납골당 문제 해결 위한 2차 주민총회'는 총회 취지 설명에 이어 광명시·안양시·정치권·안양시장 후보들 입장 등에 대한 상황보고, 질의응답, 주민자유 토론, 의사결정 순으로 진행되며 납골당 건립 백지화에 대해 찬성과 반대 측 입장으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집행부 이상영씨는 주민총회 개최 설명에서 "이 싸움을 계속할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의견을 듣고 결정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납골당 건립 백지화 만들지 못해) 꾸지람을 각오하고 있다. 진취적으로 가닥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강영한 회장은 "3만3000기의 납골당과 산골장만 설치하고 화장장과 공동묘지는 건립할 계획이 없음을 밝히고 이를 공문으로 확인해 줄 용의가 있으며 광역장사시설 의혹에 대해서는 광명시민만 이용토톡 시 조례에 명문화한다"는 광명시의 입장을 설명했다.
또 "광명시는 연현마을에서 납골당이 보이지 않도록 토성식으로 차폐막을 설치하고 올라가는 진입로 역시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가리도록 하고 지하1층, 지상3층의 당초 납골당 건립 계획을 지하1층, 지상2층으로 변경토록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백지화 요구 계속하라" VS "본인이 직접 앞장서라"
하지만 이날 주민총회는 집행부의 상황보고 설명 초반부터 "지난 11개월간 우리가 싸워 온 것은 화장장과 납골당이 들어온다는 전제에서 여기까지 온 것인데 백지화를 철회한다면 얻은 게 없지 않는냐, 백지화 요구를 계속하고 동시에 협상을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반면 "납골당을 백지화 하려면 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아이들의 등교거부도 해야하고 주민들은 성채산에서 매일 몸싸움으로 병원 실려가고 고소 고발과 현행범으로 연행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려면 집행부를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할 사람 나서라"고 외쳤다.
일부 주민은 "백지화를 위해 투쟁을 하면서 동시에 협상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현 집행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를 외치기도 했지만 "그럼 본인이 직접 앞장 서라"는 또다른 주민의 외침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는 등 현실 속에서 갈등 양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같은 찬반 목소리에 쐬기를 박은 것은 납골당 공사 현장에서 낮밤으로 지킴이 활동에 나서고 있는 70대 할머니의 분노를 표하는 목소리였다.
방송해도 안나와! 70대 할머니의 '호통'
이 할머니는 "나는 지금 온몸이 성한 곳이 없다. 납골당 백지화에 지금도 같은 생각이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집행부) 잘못을 따지기 전에 처음에 적극 나섰던 주민들이 방송을 해도 안 나오지 않는냐. 누가 나설꺼냐. 백지화 하던지 그만두던지 결정하라"고 질타했다.
이에 집행부는 "납골당 백지화 요구를 하던 현장에 나서던 모든 주민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없다. 백지화 못하면 사임할 의향이 없냐고 물었는데 백지화를 원하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기를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하고 찬반 주민 의견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론에 도출한 것은 회의를 시작한 지 3시간 30분만이다. 일부 주민들 귀가로 아파트 방송을 통해 다시 모여줄 것을 공지한 집행부는 저녁 9시께 납골당 건립 백지화 요구 강행안과 공사재개를 막지 않고 협상에 나선다는 안 두가지를 놓고 표결에 들어갔다.
대세는 납골당 백지화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협상에 나서는 쪽으로 결정됐다. 집행부는 찬반 인원 수 세기를 중단시키면서 "주민들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았다. 내키지 않는 심정 헤아리지 못하는 것 아니지만 서로의 자존심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협의과정 성과 없을시 또다시 집단행동 예상
이에따라 주민들은 광명시가 진행하는 납골당 진입로에 대한 공사를 오는 12월 19일까지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12월 19일 안양시장 재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새로운 시장과 광명시장, 연현마을 주민들이 납골당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서기 위함이다.
신임 시장이 선출되면 지자체 장 간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자는 것이 광명시 실무자와 주민대표 강 회장 내부 방침으로 그때까지는 일단 공사를 막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납골당 문제 해결 위한 2차 주민총회'가 5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로 진행됐다는 사실에서 보여주듯이 납골당 건립 백지화 요구를 절대 철회할 수 없다면서 집행부를 성토하고 강경한 목소리를 외치는 주민들의 요구도 적지않다는 점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는 향후 연현마을 현 집행부가 광명시와 협의 과정에서 납득할 성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강경파 주민들을 중삼으로 또다시 집단 행동에 나설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결의 '공'은 칼자루 쥔 광명시로 넘어갔다
LG빌리지 주민대표회의 강영한 회장은 "행정대집행으로 주민들이 부상당하는 현실을 감안하고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그동안 요구해 온 백지화 요구 대신 협상키로 결정했지만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또다시 시위에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연현마을 주민들이 주민총회를 통해 지난 11개월간 요구해 온 '납골당 건립 백지화'에서 한 발 양보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광명 납골당 사태는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몸' 대신 '머리'싸움을 예고하면서 일단 공은 칼자루를 쥔 광명시에 넘어갔다.
그러나 이효선 광명시장은 연현마을 주민들과 대화 할 필요도 없다는 당초 입장을 여전히 고수 중이고 주민총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납골당 건립 백지화'를 요구해 온 강경 주민들이 과연 납득할 만한 수준을 도출시킬 것인가 하는 난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대화를 통한 타협점 찾기에 나섰던 광명시 부시장, 담당 국·과장 등 시 실무진과 연현마을 집행부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 지면서 머리를 맞댄 협의 과정에서 서로 한발씩 양보해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진통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광명납공당 사태는 광명시가 사업비 293억원을 들여 안양시와 경계인 광명시 일직동 산1번지 부지 2만6600㎡에 지하1, 지상3층, 3만317기(30년 계획) 규모의 메모리얼 파크 건립공사에 착수하여 2008년말까지 완공할 계획이 지난 1월 중순께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광명시 납골당 부지는 안양시와 경계의 석수2동 연현마을과 마주보고 있는 해발 83m 성채산 일대로 안양천과 서해안고속도로, 경부고속철도가 가로지르고 있지만 연현마을 LG아파트 단지와 직선거리로 500m에 위치하고 연현중학교와의 거리는 400m에 불과하다.
이에 안양 연현마을주민 등은 지난 1월 중순부터 생존권 및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부지 이전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와 지난 8월 9일부터 공사저지에 나섰으며 11월 27-28일 이틀간 행정대집행이 단행되고 우려했던 충돌사태를 빚으며 부상자까지 발생했다.
특히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11월 21일 "봉안당 건축공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며, 건축공사 현장에 출입해서는 안 된다"며 "이 명령을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50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해 연현마을 주민들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양상이다.
결국 연현마을 주민대표들은 지난 11월 8일 광명시청 부시장실에서 납골당 건립과 관련하여 광명시 강철원 부시장 및 시 장묘담당자들과 면담을 갖고 해결 모색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강철원 광명 부시장은 "시간만 흐르면 희생자만 생길 확률이 높다. 이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을 위해 광명시와 연현마을 주민이 끊임없는 관심과 대화로 서로에게 좋은 해결점을 찾을 때"임을 강조하면서 대화창구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광명시는 '납골당 건립 계획으로 납골당 3만3000기는 당초 계획대로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로 추진하며 산골장(약 70여평)과 대형항아리 1개 설치해 무연고자들을 수용하고 기존에 계획했던 납골묘는 만들지 않으며 차폐막 등을 설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광명시는 지난 11월 27일 장비 반입과 광명납골당 진입로 공사장의 주민 천막 등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충돌로 주민 14명 부상당하면서 일단 후퇴했으나 이어 다음날인 28일 재차 집행을 단행하며 완료하고 주민 1명이 후송됐다.
이에 안양 연현마을 주민대표들은 11월 29일 광명시청을 방문하여 이효선 시장과 면담을 갖고 주민총회를 열고 납골당 공사진행 합의점을 찾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이효선 시장은 "봉안당 건립사업은 국민고충처리위, 경기도분쟁조정위에서도 광명시 손을 들어줬고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에서도 승소해 정당성과 당위성을 인정받은 사안으로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백지화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대표들은 '납골당 건립 전면 백지화' 요구가 아닌 실질적인 합의 방안을 주민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하기 위해 12월 1일 오후 5시에 갖는 주민총회 결과가 나올때까지 공사 중단을 요청하자 광명시도 이를 받아들여 12월 2일까지 공사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날 이 시장과의 면담은 29일 오전 LG빌리지 입주자 대표회의 강영한 회장 등 주민대표들과 광명시 주민생활지원국 안완식 국장, 담당과장 등이 신임 안양시장이 선출되면 단체장들이 중재하고 해결을 위한 타협점을 찾아가자는 내부 조율을 통해 이뤄진 결과다.
LG빌리지 입주자대표회의 강영한 회장에 따르면 법원 판결(공사방해금지가처분)이 난 이후 안양시장 출마 후보 및 각계도 광명납골당 백지화에 대해서 난색을 표해 사실상 집행부를 곤혹스럽게 하면서 백지화 요구 방침을 계속 끌고가기에 어렵게 했다.
안양시장 후보로 출마한 최대호(통합신당), 이필운(한나라당) 후보는 광명 납골당 건립에 대한 입장으로 "납골당 백지화 건립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축소 및 기타 요구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했다.
또 "이종걸 국회의원(통합신당·안양만안)은 백지화가 가장 좋다고 판단하지만 사실상 어려움을 토로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면 중재하겠다. 정용대 위원장(한나라당)도 누가 안양시장이 되든 주민의견이 수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말했다는 것이다.
LG빌리지 입주자대표회의 강영한 회장은 광명시와 향후 협상에 대해 "납골당 건립 백지화가 어렵다면 '납골당 지하화 및 규모 축소, 연현마을쪽에서 영구차량 등 보이지 않도록 시야를 차단하는 차계막 설치 등으로 축소 문제가 주요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를 공식문서로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광명납골당 반대와 관련 현재 연현마을 주민 28명이 업무방해 협의로 고소되고 주민들의 요청으로 관할서를 광명서에서 안양경찰서로 이첩된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협의과정에서 고소고발을 취소하는 문제 또한 광명시와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행부 이상영씨는 "협상 운운하는 것에 주민들이 마음에 안 들 것이라 생각한다. 혼자 남더라도 집행부이고 싶었다. 할머니들이 병원에 실려가는 대처국면으로 가다가는 사람만 다치기에 한 발 물러서 협상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인 현실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