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스라엘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지난 2일에 이스라엘 외교부 청사에 잘못 그려진 태극기가 내걸려 한국 측이 이에 항의하는 외교적 소동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측이 태극기를 자체 제작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긴 모양이다.
이스라엘 외교부가 정중히 사과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이 정도 선에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 제작' 태극기, 시쳇말로 'UCC 국기' 때문에 벌어진 소동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1915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세계 교육자 대회에서도 유사한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문제의 주인공은 이승만이었다. 그날 그는 자신이 손수 제작한 국기, 즉 UCC 국기를 들고 국제 회의장에 입장한 일로 교포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말았다.
소동이 벌어진 지 43년 만인 1958년 4월 9일에 <국민보>가 이때의 소동을 일종의 해프닝 식으로 국내에 보도했다. 사진에서 빨간색으로 시작하는 부분이다.
"이때에 이승만 박사가 자의로 국기를 만들어서 입내가 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국기를 어떤 개인이 단독적으로 못할 바를 이승만 박사가 하였다고 평론이 원근간에 다소간 있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승만이 자의로 UCC 국기를 만들어서 국제회의장에 "입내" 즉 입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이 단독적으로 국기를 (결정)할 수 없는 것인데 이승만 박사가 그런 일을 했다"며 동포사회에서 말들이 오고 갔음도 알 수 있다.
기사의 다른 부분에서는 이승만이 왜 그런 일을 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자기 나라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외국 대표들과는 달리 이승만이 국기도 없이 빈손으로 입장하자 행사 요원들이 이를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이승만이 얼른 밖으로 나가서 국기를 손수 제작한 다음에 다시 입장한 것이다.
기사의 내용을 보아서는 이승만이 만든 국기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 국기가 원래의 태극기와 일치하는 것이었다면, 이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국기가 원래의 태극기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거나 혹은 전혀 다른 형상의 것이었기에, 그런 말들이 오고 간 것이 분명하다고 추론할 수 있다.
UCC 국기를 들고 국제회의장에 입장한 이승만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확실한 것은, 1915년 당시의 이승만도 이스라엘 외교부 직원들처럼 태극기와 다른 모습의 국기를 만든 적이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