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 것 좀 드세요?” “뭐니?” 준섭이가 내미는 손에는 작은 초콜릿이 하나 들려 있었다. 선생님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보여서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분홍색 목도리를 하고 있는 얼굴은 찬바람으로 인해 빨갛게 익어 있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다가온 아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준섭이가 선생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고마운데, 혼자 먹기가 그렇구나.” “걱정하시지 마세요.” “반 친구들이 있잖아.” “알아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는 책가방에서 비닐봉지를 꺼냈다. 그러고는 친구들의 책상 위에 초콜릿을 하나씩 놓는 것이었다. 선생님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열다섯 명 친구들까지 모두 다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속 깊은 아이의 배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뚝하였다.
준섭이는 책상 위에 낙서하기로 이름이 나 있었다. 그래서 엊그제에는 책상에 낙서를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였다. 일 년 동안 꾸중만 하였던 일들이 되살아난다. 아이의 따뜻한 마음을 바라보면서 뭉클해진다. 아이의 본래의 모습은 바로 하얀 도화지와 같이 순수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이의 마음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을 두 개 들라 하면 하나는 교과 교육이요, 다른 하나는 생활 교육이다. 교과 교육에 충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영역이 바로 생활 교육이다. 아무리 잘 알고 있어도 그것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컴퓨터의 발달과 도서관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지식에 대한 유용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도서관이나 데이터베이스에 구축되어 있는 지식을 검색을 통해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성이 바르게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을 바로 잡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 생활 교육은 아주 중요하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초등학교 때 형성된 바른 인성은 그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남의 아이도 소중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른 인성이 몸에 배이게 되면 그 사람은 평생 동안 사람답게 살아갈 수가 있다. 바른 인성이 행복한 생활을 하게 해주는 보증 수표인 셈이다. 준섭이의 행동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배려하는 마음 때문이다. 바른 인성의 출발은 관심과 배려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관심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도 부정적인 시각이 아니라 긍정적인 시각으로. 그렇게 되면 존중하게 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나무에 맺힌 물방울이 보석처럼 빛나는 것처럼 아이가 환하다.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게 되면 믿음의 사회가 된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인간관계 아닌가? 믿고 신뢰하는 관계가 된다면 의심도 없고 다툼도 없다. 가장 사람다운 사람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소중해지고 사람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날마다 행복할 수밖에 없다. 준섭이의 마음을 바라보면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일 년 동안 지도한 것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하얀 도화지 마음에 파란 하늘을 그려 넣고 고운 꿈을 그리고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더 바랄 것은 없다. 이들이 맑고 향기롭게 자라기만을 바랄 뿐이다. 준섭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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