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서 사랑과 정성을 담아 보내주신 것입니다. 얼마 전엔 고구마를 보내주셔서 잘 먹고 있는데 이번에는 무, 유자차, 풋고추를 파손되지 않게 잘 갈무리해서 보내셨습니다. 유자차는 제법 큰 프라스틱 병 2개에 가득 담아서 보내셨는데 겨울 내내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끔 손님이 오거나, 주일날 마땅히 내놓을 차가 없어 '이 겨울에 따끈따끈하게 몸을 덥힐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 중이었는데 참 잘됐습니다.
꼭 필요한 풋고추도 왔습니다. 지난 여름 시골집에 갔을 때 가지고 온 풋고추를 냉동실에 잘 보관해서 반찬 양념으로 쓰고 있는데 몇 개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치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렇게 보내주셨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곧 김장도 하신다는군요. 매년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김장김치를 잘 먹어 왔기에 송구한 마음 뿐입니다. 늙으신 부모님 손을 덜어 주기 위해 이번 김장 땐 부산, 서창 등에 있는 동생들과 함께 시골에 가보려고 서로 일정을 잡고 있지만 계획대로 될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해마다 간장, 고추장, 된장, 젖국 등은 또 얼마나 많이 만드시지…. '이번만 하고 안 해야지…'하시면서도 매년 철이 다가오면 '내가 조금 더 움직이면 자식들한테 더 줄 수 있지'하는 생각에 조금만 만들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보내주신 싱싱한 무는 무김치랑 무말랭이를 만들까 합니다. 사실, 무말랭이는 한 번도 안 해 봤지만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시장에서 무와 배추 두어 개를 사서 김치를 담갔는데, 가족들이 제가 담근 김치를 아주 맛있어 합니다. 이번에는 무김치가 좀 많아지겠지요? 풍성하게 담가서 유자차랑 함께 떨어져 있는 아이들에게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에 움츠러들기 쉬운 몸과 마음을, 따뜻하고 비타민C의 보고인 유자차와 사랑으로 덥혀볼까 합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께 몇 개월 묵혀 둔 모과엑기스가 있어서 내놓기도 하는데 이젠 따뜻한 유자차도 있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추운데 차 한 잔 하셔야죠? 뭘로 드릴까요? 모과차, 유자차, 커피(커피는 제가 좋아해서 대개는 떨어지지 않습니다)가 있습니다"라고 말해야겠지요? 저는 이렇게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살고 있습니다. 이제 저도 더 많은 사랑을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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